[새정치개혁] 아라뱃길? 에라이~뱃길로 불러야 할까? - 경인운하
2013/05/28 23:01  행세성각

무려 2조 2500여억원의 국민혈세가 투입된 대형국책사업이었던 경인 아라뱃길(경인운하)이 지난 25일로 개통 1주년을 맞이한 모양이다. 그런데 개통을 한지가 벌써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준공이 끝난 것이 아니라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시설물 공사가 이미 끝났음에도 정작 준공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경인운하에는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인운하사업은 참여정부 때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사업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경인운하는 토건족 사랑이 각별했던 이명박 정권의 작품이었다. 참여정부가 이미 2004년 경인운하 사업의 타당성 없음을 인정하고 폐기한 사업을, 그것도 2007년 사업폐기의 댓가로 한국수자원공사와 현대건설 등이 참여한 (주)경인운하에게 360억원의 배상금까지 지불해가며 포기한 사업을 이명박 정권이 손을 댄 것이다. 참여정부가 거액의 배상금까지 지급하면서까지 경인운하사업을 중도포기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업이 경제성 및 실효성에 있어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 경제성을 이유로 참여정부가 포기한 사업, 이명박 정권이 살려내다

실제로 이 사업의 비용편익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편익비용이 10%에서 1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100원 투자해서 10원, 많게 잡아도 20원의 비용편익, 즉 수익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적어도 100%는 되어야 경제적 타당성을 인정받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면 거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사업으로서의 의미가 전혀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사망선고를 받았던 이 사업에 2008년 이명박 정권이 숨을 불어넣었다. 죽은 나사로를 살렸던 예수처럼 경인운하 사업을 이명박 정권이 다시 살려낸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경인운하사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을 때 야당 및 시민단체들은 이 사업은 세금먹는 하마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도시락싸들고 말렸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비판을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 각종 통계치와 향후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근거로 경인운하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고, 작년 5월 25일 개통식을 거행했다.

■ 경인운하의 경제성이 도대체 어떻다는 건가

이 개통식과 관련해서 한가지 떠오르는 기억이 있는데, 당시 MB는 축사를 위해 개통식에 참석을 하게 된다. 그런데 물동량이 거의 없었던 경인운하의 모양새가 영 아니었는지 시각적 효과를 위해 빈 컨테이너들을 쌓아놓는 눈속임을 했다. 그동안 물동량에 대한 각계각층의 비판이 많았기 때문에 컨테이너 부두가 썰렁한 것이 마냥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벌어진 촌극이었다. 경인운하사업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내세웠던 주장들 가운데의 하나가 바로 물동량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이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내세웠다. 그것도 참여정부시절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내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조사결과를 뒤집으면서 말이다.

KDI는 이미 참여정부 시절 경인운하 사업이 타당성이 없다고 밝힌바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에서 KDI는 2008년 실시한 '경인운하 수요예측재조사'를 통해 비용편익분석을 1.07로 분석, '경제성이 있다'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발표했다. 바로 이 뒤바뀐 연구결과가 이명박 정권이 경인운하사업을 밀어붙이는 근거로 이용되었다. 똑같은 연구기관에서 서로 다른 연구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연구결과란 것이 정부의 국정 비전과 철학에 따라 언제든지 정권 친화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명박 정권의 경인운하 사업재개에 결정적 근거를 제공한 KDI, 그 책임이 막중하다>

경인운하 개통 이후 1년이 지났다. 경인운하 사업의 재개에 결정적인 근거자료로 사용된 KDI의 '경인운하 수요예측재조사' 결과는 완전히 잘못된 것임이 통계로 드러난다. 지난 1년 간의 경인운하의 실적은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컨테이너의 물동량은 KDI가 예상한 예상치에 비교해 7.3%, 일반화물은 수요예상치의 1.8%, 관광객은 예상수요의 28.7%에 불과했다. 국토해양부는 '총비용 1조 9330억원(실제는 2조 2500억원) 대비 총편익이 2조 585억원이 될 것'이라는 KDI의 타당성 분석 결과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삼아 사업을 강행해왔다. 그러나 보는 바와 같이 KDI의 분석 결과는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가 없다. 정부가 경인운하 사업을 재추진하며 내세웠던 운하기능, 물류기능은 고사하고 공사이후로 수질까지 나빠져 관광 및 레져시설로 이용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 준공 미룰 수 밖에 없는 인천시의 열악한 재정여건

객관적인 수치를 통한 각계각층의 공사중단 요구를 무시하고 어마어마한 국민혈세를 쏟아부으며 경인운하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정권과, 참여정부 시절 자신들이 타당성이 없다고 분석한 경인운하사업을 정권의 입맛에 맞춰 엉터리 거짓 통계를 제공한 KDI 덕분으로 가뜩이나 재정여건이 열악한 인천시는 어쩔 수 없이 시설물 준공을 미루고 있다. 인천시 입장에서는 매년 수십억원의 시설물 관리비가 들어가야하는게 마냥 부담스러울 수 밖에는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현 송영길 인천시장 이전 인천시정을 이끈 장본인은 안상수 전 시장(새누리당)이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그는 8년 동안 인천시를 이끌면서 무리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천시의 재정을 파산 일보직전까지 몰고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죽하면 지난 2011년 4월 25일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가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인천시의 재정상태를 파산직전의 '비상사태'라고 밝혔겠는가? 그들은 인천시의 재정파탄을 막기위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2014년 아시안게임조차 반납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만큼 당시 인천시의 재정여건은 파산직전까지 갈만큼 위기상황이었다. 이렇듯 재정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인천시에게 경인운하는 눈엣가시같은 존재일 수 밖에는 없다. 한마디로 천덕꾸러기 신세가 따로 없는 것이다.

■ 국민의 세금이 어디론가 새고 있다면?

혹자는 경인운하 주변의 잘 정돈된 콘크리트 제방과 자전거길이 조성된 것을 두고 '이만하면 됐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세금에 대해 조금만 공부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국민들이 내는 직접세와 간접세 중 대한민국은 간접세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는 것이다. 간접세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눈먼 돈을 쉽게 거두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접세의 흐름만 잘 살펴보아도 1% 기득권들의 꼼수가 백일하에 드러난다. 참고로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간접세 비율이 이명박 정권 하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2007년 간접세 비중이 47.3%에서 2010년에는 53.1%로 증가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겠나? 결국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세금을 꺼내 대규모 국책사업에 몰아넣고, 그 잇권은 다른 누군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한강르네상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벌여놓은 무분별한 각종 사업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정권의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4대강 사업'등에서 보듯 수많은 국책사업에 들어가는 혈세는 바로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되어진다. 그러나 그렇게 지출된 혈세의 상당수가 낭비되고 있고, 또 그 중 상당수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담합 및 불공정 관행등을 통해 극소수의 사람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경인운하사업에 들어간 총 공사비용이 2조 2500억원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는 이보다 수십배나 많은 국민혈세가 지출되었다. 그 어마어마한 혈세가 제대로 온전히 쓰여졌다고 믿고 있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사업이었다는 것은 감사원의 감사결과 이미 밝혀진 바 있고, 불법 담합 및 특혜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각종 비리의 면면들이 이제 속속들이 들어날 것이다.

■ '아라 뱃길', 이제는 '에라이 뱃길'로 불리워질지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하는 대형국책사업은 사업준비과정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만 한다. 다름아닌 사업의 추진결과에 따라 막대한 국민혈세가 허공으로 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인운하사업, 한강르네상스, 4대강 사업 등이 바로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부풀려진 사업계획과 전망치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종북좌파'들의 '국론분열'과 '유언비어'라며 윽박질렀던 이명박 정권은, 수십조의 혈세를 쏟아부었음에도 결국 차기정부와 미래세대들에게 엄청난 부담만 안겨줄 골치덩어리만 남겨준 셈이다.

국민들이 '4대강'을 '死대강'으로 풍자해서 부르는 것처럼, 한강의 옛이름인 아리수를 연상시킬 수 있도록 우리민족의 고유한 멋과 얼, 정서와 문화가 흘러가는 뱃길이라는 의미로 이름지어진 아라뱃길도 어쩌면 '에라이 뱃길'로 불리워질 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세금먹는 하마들이 곳곳에 지뢰밭처럼 널려있는 대한민국, 그 불똥은 결국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분노의 주먹'을 부르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아직까지 혹세무민하고 있는 관료들과 전 정권 인사들, 그리고 MB, 더 나아가 일부 개념없는 국민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이지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주먹이 운다. 오늘은 일과 후에 '철권'이라도 몇 판 해야할 것 같다. 그렇게라도 해야 가슴 속 뜨거운 열기가 사그라질 것만 같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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