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하청업체 사장의 비자금 폭로, "쇼핑백에 현금 담아 직접 전달했다"
시사저널 | 이승욱·조해수 기자 | 입력 2013.05.31 17:38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이 MB 정권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의 4대강 수사가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을 넘어 검은 돈, 즉 비자금 조성과 사용처 수사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시사저널 > 은 4대강 비자금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제보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한강 6공구 공사에 참여한 한 하청업자가 폭로한 수십억 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이 담긴 자료다. 그 내용은 구체적이고 충격적이다.

ⓒ 시사저널 전영기

말 그대로 그것은 진흙탕이었다. 국민 혈세 22조2000억원이 투입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이하 4대강 사업)에는 태생부터 구정물이 흘러들었다. '생명의 젖줄, 4대강을 살린다'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그 이면의 흙탕물 속에서 대기업 계열 대형 건설사들이 주도한 '혈세 나눠 먹기 식' 짬짜미가 난무했다. 4대강 담합은 '4대강 게이트'의 서막에 불과한 듯하다. '토건족(土建族)'들이 만든 카르텔 속에서 비자금·리베이트 등 검은 거래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칼을 빼들었다. 4대강 게이트에 날 선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이 전국 30여 지역에 달한다. 16개 건설사와 9개 설계업체가 포함됐다. 압수수색에 동원된 인원만 200여 명에 달한다. 이명박 정권이 최대 치적으로 꼽는 대형 국책 사업에 대한 검찰의 비리 파헤치기에 정치적 고려는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태도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신속한 움직임은 이례적이다.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뻗을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은 공식적으로 "담합 의혹에 대한 수사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검찰 수사가 비자금 조성에 이어 정·관계 로비 의혹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4대강 게이트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하도급 과정 이용해 비자금 되돌려받아"

검찰의 4대강 수사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현대건설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현대건설이 4대강 입찰 담합을 주도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공정위의 4대강 1차 턴키 담합 조사 결과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현대건설은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때 열정을 바쳤던 사업장이다. 이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과 회장을 역임했다. 현대건설이 4대강 사업과 연관된 건설사들의 최고 정점에 있다는 의혹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데 현대건설은 담합뿐만 아니라 4대강 수사의 다른 한 축에서도 등장한다. 바로 비자금 조성 의혹이다. 지난해 10월 시민단체로 구성된 4대강 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는 현대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진전은 이뤄지지 않은 채 설만 난무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 시사저널 > 은 현대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의 전말이 담긴 자료 일체를 단독 입수했다. 이 자료는 현대건설의 2차 하도급업체인 A사의 실질 운영주 홍 아무개씨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된 문건이다. 홍씨가 작성한 비자금 세부 자료(추가 발행분 분개 내역),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관련자들의 녹취록 등이 포함돼 있다. 홍씨는 현대건설이 컨소시엄 대표로 발주받은 한강 6공구(강천보) 사업에서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했다. 홍씨의 제보 내용을 최초로 접한 쪽은 민주당 임내현 의원실이다. 임 의원은 4대강 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 산하 비리담합조사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본지는 임 의원실을 통해 홍씨의 주장과 함께 그가 제출한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또한 임 의원실에서 추가로 조사한 내용도 넘겨받았다. 관련 자료와 증언 등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의 4대강 비자금은 원도급(현대건설)과 1차 하도급업체 그리고 2차 하도급업체로 이어지는 하청 구조에서 발생했다. 하도급에 다시 재하도급을 주는 구조를 악용해 부풀린 공사비를 지급하고 이를 현금으로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하청에서 재하청으로 넘어가면서 부풀려진 공사비가 역순으로 현금화돼 회수되는 수법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갑을 관계를 이용한 뒷돈 거래가 4대강 사업 구간에서도 벌어진 셈이다.

2012년 9월 한강 6공구(강천보) 사업에 2차 하도급업체로 참가한 홍씨는 현대건설의 비자금 조성 경위를 폭로하기 위해 임 의원실과 접촉했다. 임 의원이 공개한 홍씨의 제보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비자금 조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고,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장부도 있었다. 홍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현장 관계자의 추가 증언도 확보됐다. 비자금 조성을 일부 시인하는 1차 하도급업체 사장의 동영상 녹취록이 그것이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공사비 추가 발행분 내역 현황. ⓒ 시사저널 이상민

"비자금 500억 조성 모의" 의혹도

홍씨가 운영하는 2차 하도급업체인 A사는 덤프트럭을 운영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현대건설로부터 한강 6공구 공사 일부에 대해 하도급을 받은 ㄱ개발과 ㅅ건설 등 1차 하도급업체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아 공사에 참여했다. 홍씨의 주장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홍씨의 A사는 한강 6공구 사업 초기부터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긴밀한 논의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8곳의 1차 하도급업체 중 7곳이 준설 공사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준설 작업에 꼭 필요한 A사의 협조 없이는 비자금 조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홍씨는 임 의원에게 한 최초 제보에서 "현대건설은 사업 초기 한강 6공구 사업 참여 의사를 타진할 당시 내(A사)게 전체 8개 1차 하도급업체에서 재하청을 주고, 전체 하도급 대금 1000억원 중 500억원을 비자금화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우리가 비자금에 대한 모든 정보를 파악할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현대건설이 (8개 1차 하청업체 중) ㄱ개발과 ㅅ건설 등 3개 업체에 하청을 주는 것으로 물량을 축소시켰다"고 밝혔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현대건설은 애당초 전체 하도급 대금의 절반을 비자금화하려 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홍씨는 이후 1차 하도급업체 사장들과 비자금 조성 약정을 하고 그 약정에 따라 ㅅ건설, ㄱ개발에 비자금을 조성해줬다. 홍씨로부터 ㅅ건설을 통해 현대건설에 전달된 비자금은 약 37억원, ㄱ개발은 12억2000여 만원이다. 두 개 업체를 통해 전달된 총 비자금 규모는 50억원에 이른다.

홍씨는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작성한 '(공사비) 추가 발행분 내역 현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ㄱ개발이 2011년 3월께부터 같은 해 12월께까지 A사에게 지급한 실공사액은 18억2400여 만원이다. 그러나 세금계산서는 28억900만원으로 발행했다. 즉, 세금계산서상의 공사비를 실공사비보다 부풀린 후, 그 돈에서 법인세 3%를 제외한 금액을 현금 또는 계좌이체로 돌려받은 것이다. 이를 통해 조성된 금액이 9억7300만원이다. 하지만 추가 발행분 9억8400만원에서 법인세 3%를 빼면 9억5500만원이다. 비자금이 얼마나 중구난방식으로 조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비자금 조성 루트는 주유 대금이었다고 한다. 홍씨는 "우리 회사 덤프 주유 대금을 ㄱ개발에서 주유업자에게 직접 송금하고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2억여 원을 추가로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ㅅ건설과 조성한 37억여 원은 현금으로 현대건설측에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했다고 임내현 의원측은 밝혔다. 2010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7~8회에 걸쳐 현금을 쇼핑백 등에 넣어 ㅅ건설 실소유주인 김 아무개 회장과 함께 현대건설 직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홍씨는 최초 제보에서 "김 회장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자, 양복 차림의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오기에 (내가) 아무 말 없이 현금이 든 쇼핑백을 건네주었다"고 진술했다.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당사자인 현대건설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당시 한강 6공구 현장소장이었던 현대건설 이 아무개 상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자금 조성 주장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다. 하늘에 맹세코 (현대건설이) 한강 6공구에서 1원 한 푼 (비자금을) 만들지 않았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모두 드러날 것이다. 검찰이 지금까지 계좌추적을 비롯한 금융 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나를 소환하지도 않았다.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람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검찰에서 사실무근 밝혀질 것"

그러나 1차 하도급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일부 인정했다. 이 상무는 "2억~3억원가량의 자금을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비자금이 아니다. 공사 현장을 운영하다 보면, 하도급업체들이 부도를 내거나 사고로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 이럴 경우 현장 인부들의 임금이 체불된다. 공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 사람들에게 돈을 줘야 한다. 그래서 내 돈으로 이 사람들의 체불 임금 등을 해결했다. 내 돈이 들어갔으니 나중에 돌려받아야 할 것 아닌가"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현대건설에 죄가 있다면, 국책 사업에 참여해 손해를 감수하고 열심히 일한 것뿐이다. 우리도 4대강에 참여해서 300억~400억원대에 이르는 막심한 손해를 봤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은)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측 역시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진행된 것으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특수1부 사건과 별개다. 담합 건이 논란이 되면서 다시 이 사건까지 주목받고 있는 것일 뿐, 비자금은 결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비자금 조성에 추가로 참여한 ㅅ건설의 해명을 듣기 위해 김 아무개 회장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ㅅ건설은 현재 폐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의 한강 6공구 사업과 관련한 비자금 조성 의혹을 처음 제기한 홍씨도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들어간 돈이 3억6000만원인가…"
1차 하도급업체 황 아무개 회장, 비자금 조성 시인

현대건설 비자금 조성을 폭로한 2차 하도급업체 A사의 실질적 운영주 홍 아무개씨의 주장은 충격적이다. 그의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홍씨의 제보를 최초로 접했던 민주당 임내현 의원실은 "믿을 만한 근거가 상당하다"며 < 시사저널 > 취재진에게 녹화된 동영상을 제시했다. 홍씨의 주장을 추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1차 하도급업체 대표가 비자금 전달을 일부 시인하는 모습이었다. 본지가 입수한 임 의원과 ㄱ건설(1차 하도급업체) 황 아무개 회장과의 대화 녹취 내용은 다음과 같다.

"초과 발행한 게 이제 들어온 거지요. …하청업체에서 들어온 거지요. …장비업체(A사)에서 세금계산서를 다 끊어가지고 들어왔지 않습니까? …5억 얼마가 우리(ㄱ개발) 여직원 통장으로 들어왔더라고요."

황 회장의 이 말은 홍씨의 A사에서 들어온 돈이 5억원이라는 것으로, 비자금 규모가 홍씨가 애초 주장한 12억여 원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해명하면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공사비를 과다 계상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은 인정한 셈이다.

"우리 여직원 통장에서 1억5000만원인가 하고 7000만원인가 하고 해서 2억2000만원인가 얼마가 갔더라고요. …(임내현 의원 질문 : 누구한테 간 것이죠?) 저기 우리 남○○ 소장을 통해서 현대로 간 거지요. 그거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황 회장은 ㄱ개발로 전달된 비자금이 현대건설로 흘러들어갔다는 점도 시인했다.

"그 다음에 내(황 회장) 통장에서 1000만원, 3000만원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현대건설에) 간 게 1억4000만원인가 얼마 돼요. …제가 알고 있는 거로는 현대에 들어간 (전체) 돈이 3억6000만원인가…."

황 회장의 말을 종합하면, ㄱ개발에서 현대건설로 넘어간 돈은 2차 하도급업체인 A사에서 회수한 2억2000만원과 자신의 돈 1억4000만원을 합친 3억6000만원이다. 녹취 내용에서 황 회장은 비자금 조성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하면서도, 그 규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발견된다. 이와 관련해 황 회장은 < 시사저널 > 의 해명 요청에 대해 자신이 한 말에 대해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았다. 황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건으로 너무 많이 시달렸다. 언론에 할 말이 없다. 더는 전화하지 마라"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이승욱·조해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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