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인] 4대강의 길을 찾다
입력2013.06.21 (23:03)수정2013.06.21 (23:39) 취재파일K 2013.06.21

(동영상은 직접 이동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앵커 멘트>

원래는 생태학자였습니다.

습지 생태 조사와 생물 서식처 복원이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초대형 토목 공사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환경 부분 책임자가 됐습니다. 

환경 운동 현장의 박창근.

그는 원래 토목 전문갑니다.

하지만 대형 국책 사업마다 친환경을 외쳐 왔고...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앞장서 반대하면서, 어느새 환경 운동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습니다.

'4대강'을 직접 건설한 생태학자와 '4대강'을 온몸으로 반대한 토목학자가 '4대강' 한복판에서 만났습니다. 

<리포트>

<녹취> "안녕하세요. 오늘 굉장히 덥네요" 

모두 14개의 보를 건설해 강물을 막고 바닥을 크게 파냈습니다.

강폭은 넓어지고 수심은 깊어졌습니다.

강이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이 몇 배나 많아졌습니다.

<인터뷰> 차윤정 : "강은 물이 절대적으로 주워져야지 수생태계가 유지되지 물이 빠지면 그건 육지생태곕니다."

강의 본질은 물이 확보된 이후에 부수적인 요소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인터뷰> 박창근 : "산에는 나무가 있고 강에는 흐르는 물이 있고 물 주변에 백사장이 있어야 이게 강의 모습이지 지금같이 인공적인 하천을 만들어 놓고..."

<인터뷰> 박창근 : "근데 이게 한눈에 봐도 색깔이 거무튀튀하거든요. 옛날에는 물의 색깔이 안 이랬어요."

<인터뷰> 차윤정 : "보라는 구조물에 인해서 명백히 물의 흐름에 체류 시간 이런 거는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질 문제가 보 설치에 따른 효용을 상쇄시킬 만큼 하느냐."

<인터뷰> 박창근 : "결국은 보를 건설해서 물의 흐름을 정체시키고 모래를 준설해 냄으로 인해 모래가 가지고 있는 수질 정화 기능을 악화시켰다는거죠."

물속에 들어가 봤습니다.

흐린 물은 50센티미터 앞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근처로 다가가자 바위와 콘크리트 공사의 잔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인터뷰>조정석(KBS카메라 기자) : "부유물이나 오염물질 같은 게 가득 있어서 수초들이 뿌리 내릴 공간 자체가 없어 보입니다"

지난 4년간 4대강 수질 개선에 들어간 예산은 3조 9천억 원.

강의 모습이 크게 바뀌면서 몇몇 걱정할만한 일들이 생겼습니다. 

<인터뷰> 박창근 : "측방 침식이 시작되고 있는데, 제가 한 달 전에 왔을 때보다 조금 더 진행이 된 것 같아요."

지류나 본류의 강변이 무너져 내리는 것입니다.

갑자기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본류로 유입되는 지천의 유속이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본류 합류 지점마다 바닥 유지공을 설치했습니다.

굵은 돌덩이를 촘촘히 엮어 강바닥에 깔았습니다.

하지만 반년이 안돼 부서지고 떠내려갔습니다.

(2012년 11월 칠곡보 아래) 보 바로 아래 바닥 유지공도 여기 저기서 깨져 나갑니다. (합천보 아래) 깨져 나온 콘크리트 바닥 유지공이 물살에 힘없이 흔들립니다. 

감사원은 보 한곳에서만 최대 3,800제곱미터의 바닥유지공이 유실되고, 이 때문에 일부 지역은 보 아래 바닥이 최대 20미터 깊이까지 더 깎였다고 지적했습니다. 

4대강은 깊은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모두 4억 5천만 톤. 남산 9개 분량의 토사를 바닥에서 긁어냈습니다. 

<녹취> 박창근(2번) : "여기 수심이 1미터가 안되거든요. (기자-다시 재퇴적이 된 겁니까?) 재퇴적이 된 겁니다. 여기 수심이 6미터가 나와야 합니다.지금 현재 1미터도 채 안됩니다."

일부 지역은 준설한 바닥에 다시 모래가 쌓이고 있습니다.

지천으로부터 흘러온 모래가 쌓이면서 모래톱이 기다랗게 생겨났습니다. 

<인터뷰> 차윤정 : "이게 강이에요. 깊은 곳과 자연스럽게 모래톱이 생겨서 이것이 강이고 우리는 준설의 효과가 상쇄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관리하면 강은 더 자연스러워지고, 장기적으로 이 정도 심각한 재퇴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강줄기를 반듯하게 정비하면서 모래사장이나 자연 둔치 대신 인공 제방과 수변 공원이 새롭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인터뷰> 차윤정 : "시민들이 와서 강변 친수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중점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접근이 어렵거나 주변에 인구 자체가 유동인구가 없어서 아직까지 아쉽게도 활성화 안 된 부분도 있지만... 

<인터뷰> 박창근 : "대구와 부산 사이 경남 경북 구간에도 20여 개 정도 이런 공간이 만들어져 있는데 주말에도 개점 휴업이란거죠."

무더위 때문인지, 수변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강가보다는 관리동 건물 아래에서 더위를 피했습니다. 

<인터뷰> 박창근 : "여기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쳐다보는 공간이지."

<인터뷰> 차윤정 : "지금은 준공하고 1년 밖에 안돼서 잡풀만 보이고 나무 그늘도 없지만 1년 밖에 안지났다는 것을 우리가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나중에는 이런 건조한 곳에 들어오는 귀화 식물도 정리가 되면서 이 자체의 생태 기능도 살아날 것입니다."

대부분의 수변 공원이 주변 도시와 거리가 멀어 찾는 시민이 거의 없습니다.

<녹취> 김종식(부여군 석성면) : "주말에는 2-30명... 평일은 한두 명.." 

수풀을 헤치고 찾아간 강변엔 낯선 요트 선착장이 방치돼 있습니다. 

4대강 수변공원은 모두 234개.

이들 수변 공원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집중 호우를 이겨낼 수 있을까?

지난해 여름 태풍이 잇따라 몰아쳤지만, 넓어진 강은 이를 이겨냈습니다.

주변 자연 둔치도 자연의 모습 그대로 집중 호우를 버텨냈습니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든 수변 공원은 나무가 쓰러지고, 토사가 밀려들었습니다.

<인터뷰> 차윤정 : "그동안 방치됐던 내지는 (하천변) 경작을 통해 강의 수질에 위협을 주는 것들을 다 정비하지 않았습니까? 다만 너무 욕심나게 너무 한꺼번에 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인터뷰> 박창근 : "지금이라도 정부가 234개의 수변공원을 분류해야 합니다. 이런 공원들은 잘 만들어졌으니까 잘 관리를 해야 하고 이런 부분은 다시 해서 하천으로 돌려준다든지."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

근본적으로 홍수를 막을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인터뷰> 차윤정 : "강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늘 약자였습니다. 늘 해마다 물난리를 겪으면서 고통스런 약자였는데, 강이 주는 공포와 재앙으로부터 그 사람들을 안전하게 구하는..."

과도하게 공사판을 키웠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인터뷰> 박창근 : "지금 4대강사업의 목적이 물 확보, 홍수예방 그 다음 수질개선인데 잘 알다시피 물 확보는 8억 톤의 물을 확보했습니다만 사용할 데가 없습니다."

자연을 살려 인간에게 더 가깝고 유용한 강을 만들겠다는 취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토목과 자연이 과연 조화를 이뤄가고 있는 것일까?

<인터뷰> 박창근 : "우리가 하천을 바라보는 눈은 아주 간단합니다. 상식적인 겁니다. 물은 고이지 말고 흘러가야 하는 것이고 그리고 그 속에서 생명들이 역동성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 진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차윤정 : " 우리가 강에 이런 구조물을 안 할 수 있다면 너무나 좋겠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가 강이라는 수자원의 근간을 어떻게든 끌고 가야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조정해가면서, 한편으로 이미 우리 자산이 된 4대강을 정말 본래의 취지대로 잘 살릴 수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정부는 조만간 4대강 조사 평가위원회를 발족시킵니다.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

강은 우리 국토의 생명줄입니다.

새로운 얼굴을 갖게 된 4대강이 지금 우리에게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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