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대강 맑아진다더니, 녹조 제거 위해 유해 약품까지
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입력 2013-06-21 09:30:18l수정 2013-06-22 12:31:59기자 SNShttp://www.facebook.com/newsvop 

다시 되돌아 온 낙동강 ‘녹조라떼’ 현상
다시 되돌아 온 낙동강 ‘녹조라떼’ 현상
지난 6월 7일 낙동강 고령군 우곡교 녹조현상이 발생한 낙동강의 모습ⓒ대구환경운동연합

4대강 사업은 ‘2002년 태풍 루사에 의해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수해’와 같은 피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한다는 구실로 시작한 사업이다. 당시 대통령인 이명박씨가 강조한 대로 수해는 발생한 곳에서 또 발생한다. 그런데 정작 4대강 사업은 상습 수해지역이 아닌 곳에서 시행되어 숨겨진 목적을 알기 어려운 사업이다. 그런 4대강 사업의 목적을 짐작할 수 있는 녹조제거 사업이 막 시작되었다.

정부가 내세운 4대강 사업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수질 개선이다. 그런데 흐르는 물을 막아 저수지로 만드는 것이 4대강 사업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이다. 이런 이명박 정부의 설명을 들으면서 많은 국민들은 의아해 했다. 인류는 역사가 시작된 이래 무수한 장소에서 장구한 시간 동안 ‘고인 물은 썩는다’는 진리를 경험했다. 그러나 정부와 4대강 사업에 적극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진리가 참이 아니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에 대해 비판이 있자 정부와 4대강 사업에 적극 참여한 전문가들은 물이 많아지면 물이 깨끗해진다는 더욱 황당한 주장까지 하였다. 

물론 더러운 물에 증류수처럼 깨끗한 물이 더 들어가 물이 많아지면 희석돼 오염물질의 농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대형보는 오염물질이 들어있는 물을 가두어 양만 늘리는 것이다. 가두어놓은 물은 정체되어 머물고 오염물질은 가라앉는다. 더 넓어진 표면과 더 따뜻해진 물의 증발, 생물의 활동 등이 계속돼 수질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수질분야의 기초지식이다. 결국 ‘물이 깨끗해진다’는 주장은 궁색해 질 수밖에 없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에 동조하는 전문가들은 물만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유입되는 물의 수질을 좋게 하는 사업까지 함께 하기 때문에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들은 점오염원에서 유입되는 물의 수질을 좋게 하기 위해 하․폐수처리장의 배출수 기준을 10배 이상 강화하고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수조 원의 세금을 투입한다. 

그런데 문제는 점오염원의 비중이 오염원 중 30% 정도도 되지 않는데다가 높여진 기준도 저수지를 맑게 유지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4대강에는 녹조가 과잉으로 번성했고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까지 나타났다. ‘녹조라떼’는 이제 연중행사가 되어 버렸다.

녹조제거 사업, 금강의 물고기 떼죽음과 같은 일 막지 못할 것...

4대강 사업으로 죽어있는 물고기들
4대강 사업으로 죽어있는 물고기들
2일 오전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된 '4대강사업 문제해결을 위한 범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4대강 시민조사 결과 발표와 4대강 건설사 비리, 불법, 담합 수사를 촉구했다.ⓒ김철수 기자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자 환경부는 수질이 나빠지고 녹조가 번성하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결과인 녹조를 제거하여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국민들이 착각하게 만들기로 전략을 세운 듯하다.

환경부는 2013년 6월부터 6개월간 4대강의 5곳을 선정하여 녹조를 제거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하였다. 이를 위해 국민의 세금 34억 원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 시범 사업은 총 5~10㎞ 구간에서 녹조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는 거의 모든 곳에서 녹조가 심각하게 번성하는 수백 ㎞의 4대강 길이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짧다. 따라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확대하려면 10배 이상의 구간으로 확장해야 한다. 

결국 가시적으로 녹조가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식의 눈속임을 하기 위해서는 500억 원 이상의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 게다가 이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년 되풀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환경부가 계획한 녹조제거 사업은 매년 500억 원 이상의 국민 세금을 실효성이 없는 녹조제거 사업을 하는 소수 집단의 사적 소득으로 전환하는 계획이다. 그렇다고 녹조 발생이 예방되는 것도 아니고 수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녹조를 제거하지도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500억 원의 세금을 매년 투입하고도 녹조가 충분히 제거되지도 못하고 수질악화를 해결하지도 못해 2012년 10월 금강에서 발생한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 떼죽음과 같은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지도 못할 것이다.

“4대강 생태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낙동강 녹조라떼 벌써 발생 4대강사업 검증하라
낙동강 녹조라떼 벌써 발생 4대강사업 검증하라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가 '4대강 사업의 녹조라떼 재앙 기자회견'에서 예년보다 빨라지는 녹조발생과 악화되는 4대강의 수질 문제점을 지적하며 현장을 보여주는 사진을 보여주며 엄정한 4대강 사업 검증을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녹조제거 시범사업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폴리염화알루미늄이다. 우리나라 제조사가 밝힌 취급상 주의사항을 보면 옷에 묻을 경우 옷이 손상될 수 있고, 피부나 점막(눈, 호흡기, 장)에 노출되면 염증이나 발적(發赤)이 일어나므로 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람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런 화학물질을 사람이 쉽게 접근하도록 조성한 친수공간에 직접 살포하는 것이 올바른 조치인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 제조사도 밝힌 대로 무작위 항균작용이 있어 4대강에 뿌려진 폴리염화알루미늄은 사람의 건강에 필요한 유산균처럼 수생태계에 필요한 세균까지 없애버릴 수 있어 4대강 생태계의 건강성을 해칠 수도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우리나라 제조사나 환경부는 생태독성이 없는 안전한 화학물질이라고 주장하지만 호주 기반 다국적 제조사인 Orica는 생태독성이 있어 수로로 방출되어 수생태계가 오염되는 것을 피하라고 명시하고 있고 영국의 제조사인 Accepta는 장기간 노출 시 연어가 죽는 만기치사독성을 밝히고 있다.

이런 화학물질을 수처리시설과 같이 소규모 폐쇄된 공간처럼 사후관리가 가능한 곳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녹조를 제거한다는 미명하에 사후처리가 불완전한, 개방된 4대강에 매년 장기간동안 지속적으로 살포하려 한다. 4대강 사업으로 수생태계는 물론 이․치수에 악영향을 끼친 정부가 이제는 급성 맹독성은 아니지만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지속적으로 투입하여 4대강의 생태계를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조금 더 진지하게 4대강 문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이번 녹조제거 사업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4대강 사업은 다수 국민에게는 혜택이 없이 국민의 세금으로 가능한 한 많은 ‘눈먼 돈’을 만들고 누가 ‘눈먼 돈’을 많이 가져갈지 소수가 경합하는 사업의 대표적인 예로 보인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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