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검토협의회'가 제2의 4대강 막을까?
'댐·4대강 사업을 통해 본 사회갈등 제도개선 방향 토론회'
13.07.02 17:56 l 최종 업데이트 13.07.02 17:56 l 최지용(endofwinter)

박근혜 정부 들어 이전 정부에서 계획된 여러 댐의 건설계획이 연이어 축소·재검토 되고 있다. 반대여론을 무시하면서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목 사업을 벌여왔던 이명박 정부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경북 영양군의 영양댐 댐과 관련해 "대안을 포함해 충분한 사전 검토와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댐 건설철회 가능성을 밝혔고 경남 함양군의 문정댐 역시도 댐의 용도를 '홍수조절전용댐'으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영양댐과 문정댐은 국토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댐 건설 장기계획의 14개 댐에 포함돼 있다. 영양댐의 경우 환경영향평가에서 개발 불가 판정을 받았으며,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예비타당성 조사마저 중단된 상태였다. 문정댐 역시 상류에 위치한 '용유담'을 보존하라는 문화재청의 요청과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반대 목소리 등으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었다. 지난해 연말에는 용유담의 명승지 지정이 또 다시 보류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댐 사업이 재검토에 들어 간 것은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댐 민간 의견을 적극 수용할 뜻을 밝히면서 가능해졌다. 국토부는 영양댐과 문정댐 이외에도 반대여론이 높았던 달산댐, 지천댐 등의 사업을 최소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이후 댐 건설 등 환경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지역 주민 간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대규모토목사업에 사전검토협의회를 두는 등 제도 전반의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문제는 국토부의 이러한 제도개선이 한국사회에서 대형국책사업을 놓고 반복돼 온 사회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냐는 것에 있다. 이에 민주당의 박수현 의원, 윤후덕 의원, 이미경 의원, 홍영표 의원, 진보정의당의 심상정 의원, 녹색당과 녹색연합 등은 2일 국회에서 '댐, 4대강사업을 통해 본 사회갈등 제도개선방향 토론회'를 열고 국토부의 계획에 대한 검토와 보다 섬세한 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사전검토협의회 보다 예비타당성조사 실효성 높여야"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태현 강원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형국책사업의 타당성 등을 둘러싼 사회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으로서 숙의민주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자원장기종합계획, 댐건설장기계획 등 장기 종합행정계획의 경우 "관련 개발부처와 환경부처 그리고 시민단체가 정책수립의 부분주체로 참여하는 협의적 의사결정체계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댐 건설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토부가 제시한 '사전검토협의회'와 관련해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참여해 댐 건설을 대신 할 수 있는 대안 중심으로 사업을 검토해야하며, 사전검토협의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이 지역사회, 환경, 문화 등의 공익가치를 대표할 수 있는 이해당사자로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6년까지 정부가 수립한 수장원장기종합계획의 추진과정을 보면 전문가, 시민단체, 지자체, 관계부처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정책결정과정의 참여를 보장하고 수자원의 관리라는 정책에 대한 심의를 바탕으로 하는 거버넌스의 특성을 띄었다"며 "그 결과,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 할 수 있었으며,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 사회적 숙의과정을 거치면서 수정됨에 따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댐건설 계획이 부분적으로 취소되었고, 이는 결국 댐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조공장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연구위원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사전검토협의회'에 비판적이었다. "현재의 느슨한 댐 건설 인허가 과정에 느슨한 방식의 새로운 과정을 추가한 것뿐"이라며 "현재의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은 현 제도의 실효성 담보"라고 말했다. 예비타당성조사제도를 제대로 실시하는 것만으로도 갈등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자문회의와 보고서 전문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AHP(Analytic Hierarchy Process, 계층분석)분석에 7~8명의 평가자만이 참여하는 것을 20~30명이 참여할 수 있게 확대하고 경제, 정책적 측면만이 아니라 환경적 측면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여 환경성평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댐 건설을 맡은 민간 엔지니어링 업체에 대한 기술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 보고서 상 지역주민의 반대 의견을 담지 않는 점, 환경부나 시민사회의 반대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점 등을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해당사자 참여, 투명한 정보공개가 사회갈등 막는다"

토론자로 나선 정종선 환경부 국토환경정책과장은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제도가 충실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며 "이미 운영되고 있는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가 환경차원을 넘어선 지속가능발전을 이루기 위한 체계적 의사결정 지원수단으로 기능하는데 개발부처에서 이를 진정성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강주엽 국토교통부 수자원자원개발과장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댐건설갈등개선방안으로 사전검토협의회를 법제화 하여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사전검토협의회의 구성과 협의의 과정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검토협의회가 이후에 댐건설장기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댐 후보지 중 타당성이 낮은 것들을 걸러낼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댐건설사업의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영양댐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이상철 사무국장은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사전검토협의회의는 형식적인 틀일 뿐"이라며 "댐을 둘러싼 사회갈등을 불러온 국토교통부가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동강댐, 밀양송전탑, 영양댐 등 반복되는 국책사업에 대한 사회적 갈등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계획초기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의 제대로 된 정착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녹색연합 측은 "수 십년 동안 댐, 도로, 발전소, 4대강사업 등 대형국책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 제도도 수차례 바뀌었으며 새로운 실험들이 이뤄졌다"며 "사회갈등을 수 십년 겪으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협의회와 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와 투명한 정보공개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토계획과 환경계획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상충되어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환경파괴 등의 논란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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