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반대편에 선 ‘노무현 정부 군 수뇌부’
등록 : 2013.07.06 13:42 수정 : 2013.07.06 15:43 


“자기 군대 작전통제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것이냐. 작통권(작전통제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몰려가 성명 내고, 자기들 직무유기 아닌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2006년 12월21일 당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며 시위에 나선 전직 군 장성들을 겨냥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쏟아낸 비판이다.

“정중부의 난이 왜 일어났는지…”

노 전 대통령의 발언 닷새 뒤인 12월26일, 비판의 칼날이 향한 역대 군 수뇌부들이 재향군인회 사무실에서 ‘긴급 회동’을 했다. 이들은 토론 뒤 내놓은 성명에서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대통령의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 “한반도 전쟁 억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한미연합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데서 기인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주권 문제나 자주 문제와는 전혀 무관한 전작권 단독 행사를 위한 계획 추진을 중단하라”고 했다.

이 모임엔 당시 육군참모총장으로 군복을 벗은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남재준 현 국정원장(사진)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2003년 육참총장에 임명돼 2년 임기를 온전히 마친 ‘노무현 정부 군 수뇌부’ 출신이 대통령에게 항거한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행사 참석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군인은 조국에 복무하는 것이지 어느 정당이나 정부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조국을 위해 복무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군인 남재준’이 노무현 정부와 반대편에 선 것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는 당시 군사재판에 일반 장교가 참여하는 심판관제 도입과 군 검찰에 헌병기무사에 대한 수사지휘권 부여 등 군 검찰 독립을 포함한 군 사법 개혁을 추진했다. 합참의장에게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는 등군 문민화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군수뇌부는 ‘군을 홀대한다’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남재준 당시 육참총장은 ‘정중부의 난이 왜 일어났는지 아는가. 무인을 무시해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지금도 확인되지 않은 발언이다.

육참총장 임명 이듬해인 2004년 10월 남 원장은 군 인사 비리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전역 지원서를 제출했다. 청와대로 날아든 ‘남재준 총장이 자기 인맥만 진급시킨다’는 투서에 근거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더 이상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였지만, 사실상 이를 청와대의 ‘음해’로 보고 취한 항의성 행위였다. 노 전 대통령은 “남 총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전역 지원서를 반려했으나, 당시 청와대는 군의 반발이 거세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군인’ 줄곧 비판해왔는데

퇴역 뒤 남 원장은 노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다. 2007년과 2012년 그는 각각 박근혜 당내 경선 후보와 대통령 후보의 캠프에서 국방·안보 분야 특보로 활동했다. 박근혜 정부 첫 국정원장이 된 뒤 그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공개했고, 그 배경에 대해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라고 했다.

남재준 원장은 ‘정치군인’을 줄곧 비판해 왔다. 전두환 군부의 12·12 쿠데타 당시 숨진 동기 김오랑 소령 묘소 앞에서 대성통곡했고, 정치군인 비판으로 하나회의 눈 밖에 나서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 개입 논란에 휩싸인 국정원 사건의 한복판에 선 그에게 다시 예전의 질문을 한다면 어떤 답변이 나올까.
당신은 지금도 군인인가. 정부나 정당이 아닌 조국에만 복무하는, 그 군인인가.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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