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치동의 ‘MB 사무실’ 가 보니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입력 : 2013-05-19 11:26:15ㅣ수정 : 2013-05-20 19:16:58

·비서진 “재임 중 주요성과 정리하고 특강 계획”… 일각에선 “‘이명박 재단’ 설립 준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이 문을 열었다. 위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삼성역 인근이다. 이 전 대통령이 사무실을 낼 것이라는 이야기는 몇달 전부터 돌았다. 본격적으로 문을 연 것은 5월 1일이다. 애초 이 전 대통령 측은 노동절인 이날 개소식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월 1000만원이 넘는 사무실 임대료가 국고에서 지원된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개소식은 취소됐다. 5월 1일 이 전 대통령이 대치동 사무실에서 1시간가량 머물다가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으로 떠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MB 사무실은 강남구 대치동 삼성역 인근의 슈페리어타워에 입주해 있다. |백철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은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1분 거리, 논현동 사저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슈페리어타워 12층에 입주해 있다. 지난해 가을까지 해외 자원개발을 하는 중소기업이 이곳을 사용하다가 해당 기업이 임대료가 싼 곳으로 옮긴 뒤 이 전 대통령이 들어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서울 한남동, 양재동 쪽도 알아봤지만 마침 이곳이 조건이 맞아서 입주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역 인근 90평 사무실 국고 지원

슈페리어타워 인근에는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가 열린 코엑스와 인터컨티넨탈 호텔 등이 있으며, 법무법인 바른 사무소도 도보로 3분 거리 이내에 있다. 법무법인 바른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등 MB관련 인사들의 변호를 맡은 바 있다. MB 사무실이 인근에 들어온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법무법인 바른 측은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서울 강남구 일대의 부동산업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사무실의 임대면적은 약 423㎡(128평)이며, 전용면적은 약 298㎡(90평)이다. 부동산업자들은 이곳의 월세가 1250만~1300만원 선이며, 관리비가 추가로 월 250만원가량 들어간다고 전했다. ‘MB 사무실’ 임대비용이 국고에서 지원되는 근거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6조다. 또한 같은 법률에 따라 국가는 이 전 대통령에게 3명의 비서관과 운전기사 한 명의 봉급을 지원한다. 대치동 MB 사무실에는 이 전 대통령을 몇년 전부터 보좌해온 임재현·이진영 비서관이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MB 사무실 내부를 살펴봤다. 정문을 지나면 6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긴 갈색 탁자가 세로로 놓여 있는 거실이 나온다. 오른편 창가에는 2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작은 탁자와 의자가 있고, 거실 왼쪽과 뒤쪽 벽에는 높이 2m, 너비 3m 정도의 책장이 각각 하나씩 놓여져 있다. 거실 왼편에는 보좌진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이 있고, 거실 뒤편으로는 이 전 대통령의 집무실로 추정되는 공간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이전부터 자신이 사용할 사무실을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올해 2월 초다. MB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은 어떤 일을 하게 될까. 2월 6일 동아일보는 이 전 대통령이 이 사무실에서 “녹색성장,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등 임기 중 주요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국내외 특강 등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2월 21일 KBS에 출연해 MB 사무실을 언급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경제위기 극복, 녹색성장 등의 분야에서 국제적인 기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계시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청계재단과는 별도로 ‘이명박 재단’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석 달이 지난 현재까지 MB 사무실의 정확한 성격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MB 사무실 앞에서 기자와 만난 한 익명의 관계자는 “재단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지는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임재현 비서관도 “이제 사무실을 연 지 2주밖에 되지 않았고, 법에 따라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무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MB 사무실을 몇 차례 방문한 바 있는 이달곤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 전 대통령이) 연세도 있고, 오랫동안 고생하셨다. 활동 차원에서 사무실을 열었다기보다는 좀 휴식이 필요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임재현 비서관은 “나중에 대통령 시절 경험을 정리해 책으로 쓰실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책을 읽으신다”고 말했다. 또한 임 비서관은 MB 사무실의 현재 주용도는 손님 응대라며 “외부 손님들이 오실 때가 많은데 매번 사저에서 맞을 수도 없고 이런 사무실이 있으면 손님들 맞이하는 데도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아무런 현판이 붙어 있지 않은 MB 사무실 입구 모습. |백철 기자

이동관 이달곤 하금열 등 측근 방문

최근 이 전 대통령을 만난 손님들은 누굴까? 임 비서관은 “대통령 재임 시절 참모들이나 장관들이 주로 오셨고, 외국에서 온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동관·이달곤 전 수석을 비롯해 하금열 전 대통령실장,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이 MB 사무실을 종종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 김영우 의원도 MB 사무실을 방문했다. 김 의원은 친이계 재선의원으로,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책기획부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튿날인 2월 26일 김 의원은 다른 친이계 의원들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해 만찬을 함께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잠시 들렀다 온 것이고 (이 전 대통령과) 자리가 멀어 제대로 들은 얘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만찬에는 김영우 의원과 김재경·이군현·이병석·정의화·권성동·이재오·주호영·정병국 의원,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 만찬에 참석한 친이계 의원 본인이나 관계자들은 아직 MB 사무실에 방문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조해진 의원은 “아직 (대치동 사무실을) 못 다녀 왔는데 조만간 시간 될 때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친이계 의원은 “MB정부 시절 장·차관급 모임이 한 달에 한 번씩 열린다. 아마 거기 속해 있는 분들은 (대치동 사무실에) 다녀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모임을 주관하는 것으로 알려진 윤영선 전 관세청장은 “최근 MB를 만난 바 없다”며 장·차관 모임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부분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도 “아직은 방문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처럼 일반인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러 올 수도 있을까. 임재현 비서관은 “여기는 개방된 공간이고, 어떻게들 아셨는지 지금도 찾아오시는 분들이 꽤 있다”며 “방문객이 있다고 매번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맞이할 순 없다. 잘 설명드리고 돌려보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임 비서관은 “현직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전직 대통령이 이런저런 일을 벌이는 게 온당하진 않다. 현직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는 차원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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