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업무 탈선’ 공정위 국제 등급 ‘★ 3개 반’으로 강등
등록 : 2013.07.08 08:31수정 : 2013.07.08 08:58툴바메뉴

영국 GCR 평가…별 4개서 낮춰
MB 때 물가단속 등 ‘가욋일’ 탓

‘시장경제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국제 평가등급이 이명박 정부 시절 물가단속 등의 ‘탈선’으로 인해 하락했다.

세계적인 경쟁분야 전문지인 영국의 <국제경쟁저널>(GCR)이 최근 전세계 주요국의 경쟁당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2012년 평가에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등급을 기존의 별 4개에서 3.5개로 하향조처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경쟁당국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관인 국제경쟁저널의 평가에서 최고등급은 별 5개인데, 한국의 등급하향은 처음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국제경쟁저널 평가에서 미국 등과 함께 ‘가장 우수한 그룹’에 속해 ‘주요 7개국(G7) 위상’에 있다고 자랑해왔는데, 이번 등급 하향으로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비교 대상인 일본은 별 4개에서 4.5개로 등급이 더 높아졌다.

국제경쟁저널은 “한국 공정위가 지난 12개월간 외견상 이상한 정책 기조를 띠고 정책적 환경변화의 영향을 받았다”며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반독점 집행기구 중 하나라는 평판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제경쟁저널은 “공정위가 지난해 많은 시간을 핵심업무인 카르텔(담합) 조사 외에 가격통제에 투입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중 김동수 전 공정위원장에게 “물가관리에 신경쓰라”고 지시했고, 김 위원장은 이에 따라 공정위를 물가단속에 적극 동원함으로써 “물가관리위원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낳았다. 김동수 전 위원장은 공정위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공정위가 물가기관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은 사표를 쓰라”며 압박하기까지 했다.

공정거래 전문가들은 공정위를 물가단속에 직접 동원하는 것은 경쟁촉진과 공정거래질서 확립이라는 공정위 설립 취지에 반하고,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으며, 물가안정에도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공정위 출신의 한 전문가는 “공정위가 기업조사 등의 방법으로 직접 민간의 가격결정에 개입하면 당장은 물가안정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궁극적인 가격인상 요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가격은 다시 용수철처럼 튀어오를 수밖에 없고, 시장을 통한 자율적 가격결정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뤄지도록 하는 시장경제의 강점이 사라진다”고 비판했다.

국제경쟁저널이 정치적 환경 변화라고 언급한 대목에 대해서는 4대강 입찰담합 조사 늑장처리 관련 청와대 외압 의혹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정위는 2012년 6월 4대강 입찰담합 관련 건설사들을 제재했지만, 이보다 최소 1년 전에 이미 조사를 끝내고도, 청와대의 지시로 사건처리를 늦췄음을 보여주는 내부문서들이 민주당의 김기식 의원에 의해 지난해 9월 폭로됐다. 국제경쟁저널은 또 최근 수년간 한국 정부가 공정위원장에 핵심인 반독점 업무에 경험이 적은 인사들을 잇달아 임명해 자격 시비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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