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nocutnews.co.kr/news/5356066


탈북단체도 회계 구멍 숭숭…'가짜 탈북민' 구출후원까지

CBS노컷뉴스 김정훈·김승모·오수정 기자, 김성경·이채빈 인턴기자 2020-06-05 09:52 


'연합회' 만든 탈북단체 대표, 수천만원 수입은 자기 단체로

'탈북민 구출했다' 거짓말로 후원금 수천만원 타낸 단체까지

지성호 의원 이끌던 탈북인권단체 '나우'도 부실회계 드러나

다양한 수입원-불투명한 용처...국내 법규에 익숙치 못한 탓도

"탈북단체들의 투명성 높이는 교육, 전반적인 점검 필요할 때"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정훈 기자 (CBS 심층취재팀)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김정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 가져오신 이야기, 시민단체와 관련된 거예요?


◆김정훈> 최근 정의기억연대의 부실회계 문제에서 시작해 시민단체들의 구멍뚫린 회계가 도마 위에 올랐죠. 그런데 얼마 전 저희 심층취재팀에 제보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한 유명 탈북단체 대표가 돈을 마음대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통일부가 감사에 나섰다는 내용입니다.


◇김현정> 정의기억연대 회계의혹이 터진 후 많은 시민단체들의 회계가 불투명하거나 성실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제기됐잖아요. 이번에는 탈북단체에 대한 제보가 들어온 거예요?


◆김정훈> 이를 계기로 살펴보니 탈북민들이 설립한 각 단체들의 돈 관리가 허술하고, 또 그럴만한 이유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훅뉴스에서는 탈북단체의 깜깜이 회계, 그 가운데 대놓고 돈을 착복한 단체의 행각까지, 탈북단체들의 주먹구구식 회계 실태를 살펴봅니다.


32개 탈북·북한인권단체가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기에 앞서 북한의 3대 세습과 독재체제를 비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김현정> 먼저, 통일부가 감사에 나섰다는 단체, 어딥니까?


◆김정훈> 우리나라에는 탈북인들이 만든 예술단이 수십개 있는데요, 이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한 연합단체입니다. 한 탈북 예술인이 자기가 직접 운영하던 단체를 포함해 8개 단체를 모아 연합회를 만든 거예요. 만든 취지는 이렇습니다. 보통 탈북예술단 공연이 불규칙하고 수입도 일정치 않다보니, 연합회를 만들어 후원이나 공연수주도 원활히 하고 수익을 배분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김현정> 좋은 취지네요. 생활고를 겪을 수 있는 탈북예술인들을 위해 조직된 건데, 문제는 그 취지와는 다르게 돌아갔습니까?


◆김정훈> 2017년 연합회가 생기고 나서 실제 많은 공연을 따낼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합회로 들어온 수천만원의 행사비를 회장이 자기 몫으로만 챙겼다는 의혹이 터진 거예요. 저희가 이곳의 회계장부 입출금내역을 확보해 살펴보니 적십자사나 농협,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지역협의희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수백만원씩의 행사비를 입금했지만, 입금된 돈은 곧바로 회장 개인의 단체 계좌로 빠져나갑니다.


◇김현정> 8개 단체 연합회의 계좌로 들어온 수익인데, 이 돈을 회장 개인이 챙긴 거예요?


◆김정훈> 그렇죠. 이런 내용들이 슬슬 알려지면서 소속된 다른 단체들의 반발이 없을 리 없는데요, 연합회로 돈이 어떻게 들어와서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제대로 설명도 못 들었다는 주장입니다. 단체 관계자의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운영위원회라면 정관도 있고 규칙도 있고 다 이렇게 해야 되는데 총회라는 거 언제 해본 적이 없고. 그냥 회의실에 오라하면 모여서 구두로 말 몇 마디하고. 규칙적인, 뭐 위에서 어떻게 한다 이런 것도 없고."


◆김정훈>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는 얘기죠. 또 이 연합회는 통일부에서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인데, 법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출연금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법인 허가를 받은 지 얼마 안 가서 출연금은 회장 본인 단체의 계좌로 빠져나가요. 이 때문에 회장이 자기 단체의 잇속만 챙기기 위해 허울뿐인 연합단체를 만든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거죠.


◇김현정> 출연금은 회장 본인이 속한 단체쪽으로 빠져나가고 공연비도 빠져나가고. 뭔가 희한하네요.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 회장은 뭐라고 해명해요?


◆김정훈> 애초에 자기 돈을 들여 만든 단체이기 때문에, 이후에 출연금을 빼낸 것도 문제 없다고 하고요. 연합회 수입을 마음대로 가졌다는 의혹에 대해선, 연합회가 아닌 자기 단체가 공연한 대가를 받은 것인데 돈을 받을 때 연합회의 이름을 빌렸을 뿐이라는 겁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그건 모함이구요. 북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게 뭐 마음이 맞지 않으니까 모함을 하고 있거든요. 우리 OO예술단을 초청해서 공연을 해서 내가 OO연합회로 몇 번 뗀 게 있어요. 그렇게 재무제표 떼면 우리도 이렇게 일한 흔적이 있다."


◆김정훈> 자기 단체가 공연했으니 수익을 가져간 거라는 설명이지만요, 이곳에 공연을 맡기고 행사비를 낸 곳은 "우리는 개인 개별 단체가 아닌 연합단체와 계약을 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결국 적십자사 같은 기관이 내막도 모른 채, 특정 단체에게만 수천만원을 지원해온 셈이죠.


◇김현정> 개별단체보다는 연합단체로 여럿을 조직하면 공연 따오기도 좋다보니 연합단체를 만들어서 수익을 자기 단체만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감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겠죠.


(사진=연합뉴스)


◆김정훈> 그런가하면 탈북자를 구출해내는 데 쓰인다면서 정부 돈 수천만원을 빼낸 간 큰 탈북단체도 있습니다.


◇김현정> 이건 다른 탈북단체 얘깁니까?


◆김정훈> 그렇습니다. 북한 주민을 구출한다,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구조한다고 하면서 지원금을 빼돌린 건데요. 이 단체 대표는 드라마틱한 탈북 스토리와 함께 6,000여명의 탈북을 도왔다고 해서 '탈북계의 대부'로 불리던 사람인데요. 이 사람이 설립한 단체에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은 구출후원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구출후원금을 허위로 부풀려 타내고 그 돈으로 본인의 집까지 샀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이뤄졌거든요.


◇김현정> 통일부 산하 재단에서 지원하는 지원금이면 우리 세금이 들어간 돈인데, 그걸 빼돌려서 심지어 집까지 장만했어요?


◆김정훈> 결국 기소됐고, 지난 4월 항소심 판결까지 나왔습니다. 저희가 확보한 판결문의 한 대목을 읽어드릴게요. '중국에서 인신매매 위기에 처한 북한이탈주민 강모씨를 구출할 예정이니 구출비용을 요청한다고 하나재단에 요청서를 제출했지만, 사실 강씨는 인신매매 위험에 처한 적도 없고 국내 입국 비용도 브로커에게 개인적으로 이미 지급을 했던 상태였다'는 겁니다. 이 단체는 이런 식으로 22차례에 걸쳐 하나재단으로부터 7천만원 이상을 받아 챙겼습니다. 엉뚱한 곳에 돈을 쏟아 부은 격이 된 하나재단 측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녹취] "중국에서 비용들이 보통 사용되는데 아시다시피 중국에서 영수증이라든지 증빙 자체가 조금 어려운 부분들이 일부 있다 보니 외부에서 지적들이 있기도 했고 해서, 진행됐던 사업이 중단됐다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정훈> 문제가 드러나자 이제는 지원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고요. 심지어 문제의 단체는 여성 탈북인의 공동생활을 위한 시설을 운영한다고 해서 지원금을 타내기도 했는데요, 알고 보니 그러한 쉼터는 실체도 없었습니다.


◇김현정>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쉼터로 지원금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김정훈> 이 단체에서 드러나는 사기 행각이 가관이어서, 그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으로 형량이 더 늘어났습니다.


◇김현정> 너무 기상천외하고 대범하다, 나쁜 의미로 대범하다 싶네요.


탈북단체 '나우'의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 (사진=자료사진)


◆김정훈> 탈북단체들의 돈 관리, 회계가 그 정도로 불투명했다는 것이죠. 이런 점은 탈북단체들의 규모를 가리지 않습니다. 가장 유명한 탈북단체 중 하나죠. 21대 국회에 입성한 지성호 의원이 이끌던 탈북인권단체 '나우'도 회계가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인데요.


◇김현정> 지성호 의원이라면, 이른바 '꽃제비' 출신인데. 북한을 빠져나온 뒤에는 탈북민 구출 활동을 많이 했잖아요.


◆김정훈> '김정은 사망 99% 확신'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 앞서 한국에 와서는 '나우'라는 단체를 만들어 수많은 탈북민을 구출해왔다고 합니다. 지성호 의원의 인생역정이 워낙 감동적이다 보니 후원금도 쇄도하는데요. 지난해에는 한달에 10억이 넘는 후원금이 모이기도 했어요.


◇김현정> 한달에 10억?


◆김정훈> 차츰 후원금 액수를 늘려온 건데, 이 후원금으로 하는 주된 사업은 탈북민 구출 활동이고요. 하지만 그간 구체적으로 어떻게 후원금을 사용해 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엔 110명을 구출했다고 하거든요. 그때의 국세청 기부금 사용내역서를 보니 사람 수가 아니라 그저 51건의 구출사업을 벌였다고 신고했어요. 그러면서 각각의 비용만 기입했는데, 적게는 3만원부터 많게는 1,2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김현정> 한해 백명이 넘는 인원을 구출했다지만 공개된 설명은 모호한데요?


◆김정훈> 또, 나우가 홈페이지를 통해서 밝힌 내역과 국세청에 제출한 회계 자료를 비교하면 총액에서 차이가 나기도 했고요. 가장 기본적인 자료가 누락되기도 했습니다. 지정기부금단체로서 국세청에 반드시 올려야 하는 자료들이 있는데, 기부금사용내역서를 올리지 않고 있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추가 자료를 올렸더라고요. 단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녹취] "비영리민간단체고 연간모금액이 5억 이하면 의무가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알아보니깐 해야 된다고 해서 국세청 전화해보니까요. 다시 수정해서 올렸죠. 그때 알려주셔서 저희도 모르고 있다가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말씀해주신 내역 보니까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들어가서 제대로 수정해서 올렸죠."


(사진=연합뉴스)


◇김현정> 이제는 잘 몰랐다는 말로 부실회계를 그냥 넘길 수는 있는 분위기가 아니란 걸 알아야 할 텐데요. 탈북 관련 단체들이 돈 문제로 이렇게 뒷말이 나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거예요?


◆김정훈> 다른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지만, 아직 우리나라 법규에 익숙지 않은 탈북단체들은 회계와 돈 관리에 느슨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다양한 수입원으로 거액을 받을 수 있는 여건도 있어, 말썽이 날 공산도 큽니다. 단체 취지에 공감하는 일반 후원금을 받는 건 물론이고요, 하나재단과 같은 정부기관으로부터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특이하게는, 미국에까지 돈줄이 있어요.


◇김현정>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있는 탈북단체에 지원을 해요?


◆김정훈> 대표적으로 NED,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이라고 불리는 비영리단체가 있는데요. 올해 초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4년 동안 NED가 북한 인권과 관련된 단체에 우리 돈으로 127억원을 제공했습니다.


◇김현정> 그런데 미국의 단체이다 보니 돈을 주고도 어떻게 쓰이는가는 잘 챙겨볼 수가 없겠고요.


◆김정훈> 그렇습니다. 또 많은 단체가 탈북민 구출 사업을 표방하는데, 사실 그건 증빙도 어렵죠. 탈북민 누구누구를 얼마에 구출시켰다는 내용은, 신변 안전 문제 때문에라도 일일이 밝히기 어려울 겁니다. 오히려 그런 점이 회계 부정 유혹을 키울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은 하나원에서 법률상담위원을 맡고 있는 전수미 변호사 설명으로 들어보시죠.


[녹취] "상당수의 탈북인 관련 단체들이 여러 가지 인력문제로 인해서, 그리고 남한과의 체제적 차이로 인해서 대표자 1인이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아니면 개인재산, 단체재산을 분리하지 않는 경우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엔 주무관청에서 이러한 비영리단체 회계에 대한 교육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현정> 한 곳은 감사받고 있고 한 곳은 재판 중입니다. 과연 이곳만 이럴까, 여기만 문제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시민단체 회계가 총체적으로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 문제 확실하게 짚고 갔으면 좋겠네요. 오늘 훅뉴스, 여기까지 듣죠. 수고하셨습니다.


repor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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