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의 ‘국정원 개혁’ 발언 공허하다
입력 : 2013-07-08 21:33:49ㅣ수정 : 2013-07-08 21:33:49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국정원 댓글 의혹의 실체 규명과 재발 방지를 주문한 뒤 자체적인 개혁 노력을 촉구했다. NLL 논란에 대해선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수호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더 이상의 논쟁과 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침묵을 깬 박 대통령의 언급은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으로 이해한다.

문제는 공감의 폭이 제한적이고 해법 또한 공허하다는 점이다. 당장 국정원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진단이 빠져 있다. 작금의 사태가 국정원의 대선 등 정치 개입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주지하는 바다. 전 정권의 국정원장이 선거 개입을 지시한 것도 모자라 현 원장은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에 맞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자의적으로 공개하면서 혼란만 가중시킨 것이다. 그 행태는 국가기관인 국정원 존립의 정당성마저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이는 곧 국정원이 스스로 개혁에 나설 능력도 자격도 없다는 방증이나 다를 바 없다. 박 대통령의 지적처럼 “과거 정권부터 많은 논쟁의 대상이 돼 왔다”는 국정원은 지금 자율이 아닌 타율에 의한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국정원의 현주소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분석 없이 그들이 알아서 환골탈태하라고 주문한다는 건 개혁을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분간이 안된다.

NLL 논란을 둘러싼 해법도 마찬가지다. NLL 논란이라는 사단은 멀리는 지난해 대선 당시부터 가까이는 최근 국정원의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이르기까지 여권과 새누리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회의록 내용을 왜곡 전파한 데서 비롯됐다. 대선 때 박 후보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지낸 김무성 의원이나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권영세 주중 대사가 회의록을 사전에 입수·활용한 흔적까지 불거진 마당에 박 대통령이 자초지종에 대한 설명 없이 NLL을 둘러싼 논쟁과 분쟁을 끝내자고 나서는 건 뜬금없고 생뚱맞다. 더구나 박 대통령 스스로 이를 묵인·방조했으리라는 의심을 받는 처지다. 국민들은 지금 NLL 논쟁과 분쟁이 종식돼야 한다는 당위론보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무슨 역할을 했으며, 이 같은 혼란을 초래한 근본 원인과 앞으로의 수습 방안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접근법은 논란의 한 중심에 서 있는 자신을 제3자화함으로써 신뢰감이나 설득력을 떨어트려 놨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의 공방을 내려다보며 훈수를 두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이렇듯 박 대통령이 국민은 물론이고 정치권과의 눈높이도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리 만무하다. 중요한 것은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은 사태의 본질을 냉정히 직시하고 해법 마련을 위해 함께 고민하며 지혜를 모으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곧 소통의 길이기도 하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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