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를 팔아치우고 있다, 그것도 아주 은밀하게
[분석] 수자원공사 위탁 지자체 증가 추세, 2030년 전국 5개 권역 통합 예정… “가장 은밀한 민영화”
입력 : 2013-07-10  09:50:31   노출 : 2013.07.14  10:45:41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물을 사 먹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괴담이 현실이 됐듯 “재벌이 상수도를 장악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도민영화는 2030년 안에 결정된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외협력국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가장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민영화”라고 말했다.

원래 상수도 관리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다. 전국에 162개 지방자치단체의 다른 이름은 ‘수도사업자’다.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한 곳을 제외하면 지자체가 모두 상수도를 관리하는 주체다. 이중 지자체가 수공에 관리를 위탁한 곳은 21곳으로 2003년 충청남도 논산이 그 시작이다. 법적 근거는 2001년 9월 개정된 수도법이다.

DJ정부가 수도법을 개정해 민간위탁의 길을 터줬다면 참여정부는 2006년 ‘물 산업 육성방안’을 통해 이를 국가정책으로 만들었다. 이어 MB정부는 2010년 발표한 ‘물산업 육성 전략’에서 사업자간 경쟁 유도(2015년까지)를 통해 경쟁체제를 강화하고(2020년까지), 인수합병을 통해 물기업을 대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30년까지 163개 권역을 5개로 통합한다는 계획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물산업 육성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4월 “대구지역에 물전문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박근혜 정부의 지역공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 황석태 수도정책과장은 “펌프와 같은 물 관련 기자재를 만들고 시스템을 만드는 기업을 육성하는 단지를 만드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밑그림은 정부가 그리고, 지자체별로 위탁을 추진한다. 은밀하게 진행되는 탓에 사전에 타당성을 검증할 방법은 없다. 우문숙 국장은 “정보공개청구를 하더라도 공개를 거부하고, 의회에 내용이 올라가면 알게 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태백 같은 경우도 도의회에 가로막혀 알게 됐다”고 전했다.

2012년 말 기준 21개 이상 지자체가 수자원공사에 상수도 운영권을 위탁했다. 30년 위탁한 지역은 7곳으로 논산 사천 예천 서산 고령 금산 동두천이다. 정읍 천안(공업용) 거제 양주 나주 단양 함평 파주 광주 통영 고성 장흥 완도 진도는 20년이다. 전국 34개 지역이 위탁을 추진 중이다. 강원 남부권 4개 지역(평창·영월·정선·태백)은 환경공단에 위탁을 주려고 추진 중이다.

정부가 물기업을 육성하는 가운데 ‘물 민영화’ 현황을 파악하는 곳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도다. 전공노 이수현 사회공공성강화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수자원공사의 ‘이윤 추구 경향’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이수현 위원장은 “수공이 맥쿼리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지자체 세금을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공무원노조가 실사를 벌인 결과, 2003년 전국 최초로 수공에 상수도를 위탁한 논산의 위탁비용은 2004년 33억3천만 원에서 2010년 93억9천만 원으로 281% 증가했다. 위탁 전 2003년 수도요금은 1㎥당 709원이었지만 2010년 883.45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8월 요금은 15% 추가 인상됐다. 이수현 위원장은 “4대강 사업으로 수조 원 적자를 떠안은 수공이 노골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게 상수도 위탁경영”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수공에 상수도 운영을 위탁한 양주시는 현재 수공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양주시는 지난 4년 동안 운영한 결과 재정이 악화됐고 수도요금도 올랐다며 지난해 5월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지난달 21일 법원은 수공의 손을 들어줬다. 수공이 양주시의 지휘·감독 명령을 위반하고 정기감사를 거부했다는 양주시의 주장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주시는 직영할 때보다 2193억 원 더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반면 유수율(정수장에서 가정까지 도달하는 물의 비율)은 90.5%에서 84.4%로 낮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주시 지방상수도 위탁운영 재정손실 보고서를 작성한 시 관계자는 “수자원공사가 공기업이 아니라 사기업의 입장에서 상수도 위탁 문제를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수도는 매년 몇 백억 원을 투자하는 공공 인프라다. 그런데 투자를 해도 테가 안 난다. 지자체 재정이 열악해졌지만 정치인들은 전시성 사업에 예산을 우선 투입한다. 지자체의 수도민영화 논리는 여기서 출발했다. 쓸 돈은 없고 골치 아픈 수도를 넘기고 싶은 지자체와 돈을 벌어야 하는 수공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수공이 먹거리를 키우면 이젠 사기업이 움직일 것이다.”

원가 대비 요금을 뜻하는 ‘요금현실화율’은 지자체별로 천지차이다. 수도관을 설치하고 운영하기 어려운 강원도 일부 지역은 30~40%대다. 전라북도 진안군은 15.7%다. 경상남도 진주시는 93.1%다. 전국 평균 현실화율은 2000년 75.2%에서 2003년 89.3%로 증가했다가 2011년 76.1%로 떨어졌다.

“수탁자 수공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이수현 위원장은 주장했다. 물산업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은 수공이 요금을 현실화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분석이다. 두산, 한화, 포스코, 동서, 효성 등은 물의날 행사나 물산업 박람회에 꾸준히 참석하는 기업이다.

물 민영화 실패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볼리비아 코차밤바는 민영화 이후 수도요금이 30%나 올랐다. 시민들은 평균임금의 4분의 1을 물을 사는 데 썼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시민들은 10배 오른 수도요금 때문에 2004년 헌법을 개정하고, 물을 공공관리로 전환했다. 물 기업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그로노블도 수도요금이 102% 올랐는데 2000년 시 소유로 전환됐다. 파리도 2009년 위탁이 끝나자마자 재공공화했다.

이수현 위원장은 “정부 계획은 ‘아리수’를 만든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수자원공사를 물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건데 정부가 ‘손실이 있더라도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져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자원공사가 ‘녹물사건’에 대한 양주시민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관광을 시켜줬다고 전했다.

“물을 팔자”는 생각은 세계은행이 시작했다. 1990년 세계은행은 빈곤 완화를 목적으로 수백 개 물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다. 이후 세계물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이 위원회에 초국적 물 기업인 베올리아, 수에즈의 임원이 핵심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수현 위원장은 “이제 물은 ‘석유보다 돈 되는 사업’이 됐고, 정부가 물산업을 육성하는 한 사기업이 진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 1위 물 기업 베올리아는 이미 한국에 진출해 인천시 송도와 만수에서 각각 하수처리 시설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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