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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주역 4인방… 감독 홍준표, 연막 황우여, 총대 정의화, 지원 박근혜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입력 : 2011-11-22 21:58:39ㅣ수정 : 2011-11-22 21:58:41

11·2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국회 날치기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57)의 감독하에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황우여 원내대표(64)는 야당이 눈치챌까 연막작전을 이어갔고, 정의화 국회부의장(63)은 본회의에서 총대를 멨다. 박근혜 전 대표(59)는 표결에 참여해 날치기를 측면 지원했다.

한·미 FTA 비준안 대치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홍준표 대표는 전격 처리를 결심했다. 그는 21일 황우여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일부와 만나 22일을 ‘D-데이’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22일 오후 2시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군기’를 잡았다. 그는 “그렇게 당부를 드렸는데도 169명의 의원 중에서 148명만 출석을 했다”며 “국익을 가름하는 중요한 의총에 나오지 않는 분은 무엇하려고 한나라당 의원으로 출마합니까”라고 했다. 


이어 “의견 제시도 않고, 끝나고 나면 뒤에서 총질이나 하는, 방송에서 총질하는 그런 식의 한나라당 의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의원총회가 끝날 때까지 나가지 말라”고 말했다. 날치기가 끝난 뒤 홍 대표는 트위터에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전날 홍준표 대표와 ‘날치기 실행’을 꾀하고도 시종 연막을 피웠다.

이날 오전 11시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64)가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자신을 찾아왔을 때 그는 시치미를 뗐다. 김 원내대표는 “24일 본회의를 하지 말고 다음달 2일로 미뤄 예산안과 민생법안, 대법관 먼저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황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열 텐데 분위기가 좋지 않다. 미루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미루려면 국회의장의 특단의 결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김 원내대표에게 ‘24일 본회의를 열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22일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의총 의제는 ‘예산 관련’, 장소는 국회 본청 246호라고 알렸다. 본회의 시작 10분 전에야 “의총장이 예결위장으로 변경됐다”고 알렸다. 본회의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옮긴 것이다. 이때까지도 야당은 날치기를 눈치채지 못했다.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지난해 예산안 강행처리에 이어 한·미 FTA 날치기에도 총대를 멨다.

정 부의장은 이날 오후 3시쯤 박희태 국회의장(73)으로부터 사회권을 이어받아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국회 경위 40여명의 호위를 받으며 의사봉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드렸다. 비준동의안이 통과된 직후 야당 의원들 비난에 맞서 “두려운 것이 없다”고 밝혔다. FTA 이행법안 14건도 처리했다.

앞서 정 부의장은 FTA 처리를 둘러싼 대치가 ‘장기전’으로 접어들자 스스로 총대를 메겠다는 뜻을 한나라당 지도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신이 짐을 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4선인 정 부의장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인 부산 중구·동구의 공천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총선 ‘물갈이’ 대상으로 심심찮게 오르내렸다. 이날 ‘화끈한 모습’을 보여 공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총대를 멘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날치기에 참여함으로써 당 지도부를 지원했다. 그간 그는 한·미 FTA는 “이번(회기)에 처리되는 게 좋겠다” “늦어질수록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왔다.

의총에 참석하지 않고 외부에 있던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쯤 본회의장 점거가 시작되자마자 본회의장으로 입장했다. 박 전 대표는 ‘오늘 표결을 하면 참여하느냐’는 기자의 질의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이 와중에 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트위터에 “화장실에 갔더니 박근혜 의원, 화장 고치고 계시더군요! 헐!”이라고 올렸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본회의장 안에 있는 여자 화장실 세면대 앞 한쪽에 앉아 정리해야 할 사안이 있어 볼펜과 종이를 꺼내 메모를 했다. 김옥이 의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들과 사무처 직원 수명이 목격했고 증인”이라는 반박 자료를 냈다.

박 전 대표는 표결 후 본회의장을 나온 자리에서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더 드릴 말씀이 없다. 제가 급히 가야 할 곳이 있다”며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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