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미국에 방미 의사 타진했다
베이징 외교가 소식에 따르면 북한은 대미 채널을 통해 김정은 제1비서가 방미해 NBA 농구도 보고 미국 사회도 구경하고 싶어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6자 회담과 북·중 최고위급 회담에도 발동이 걸렸다.
남문희 대기자  |  bulgot@sisain.co.kr  [304호] 승인 2013.07.16  08:40:41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미국 프로농구(NBA) 경기를 미국 현지에서 관람하는 날이 과연 올까. 베이징 외교가로부터 흥미로운 정보가 입수됐다. 북한 측이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통해 김정은 제1비서의 방미를 타진했다는 것이다. 베이징 외교가 소식에 따르면 북한은 대미 채널을 통해 ‘김정은 제1비서가 방미한다면 미국이 전세기를 보내줄 수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북한이 자기네 국적기를 사용할 경우 김정은 비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미국 측에 이 같은 내용을 타진한 것이다. “미국이 전세기를 보내주면 김정은 제1비서의 미국행이 가능하다”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북한 측은 이 같은 의사 타진과 함께 “미국에 가면 NBA 농구도 보고 싶고 미국이라는 사회를 잘 구경하고 싶다”라는 김 비서의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Reuter=Newsis</font></div>김정은 제1비서(위)가 방미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식이 베이징 외교가로부터 나왔다. 성사 여부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의 결단에 달렸다.
김정은 제1비서(위)가 방미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식이 베이징 외교가로부터 나왔다. 성사 여부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의 결단에 달렸다.ⓒReuter=Newsis

현재로서는 북한 측이 어떤 채널을 통해 미국에 이러한 뜻을 전했는지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들의 이 같은 의사가 미국에 전달됐다고 확신한다고 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북한이 대미 채널을 통해 김정은의 방미 메시지를 전했다는 사실을 중국 정부가 인지했고, 이에 기반해 6자회담을 둘러싼 대미 외교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 측이 북한 측으로부터 이러한 정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 6월16일 북한 국방위원회가 미국 측에 ‘뜬금없이’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뒤, 그 배경을 확인하는 과정에서였다. 북한 측 대화 제의는 6월16일 오전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 담화’라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당시 담화는 북한이 오랜만에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 수령님(김일성)과 우리 장군님(김정일)의 유훈”이라고 천명하고 나옴으로써 주목을 받았다. 북한은 이 담화에서 고위급 회담 의제와 관련해 “군사적 긴장 상태의 완화 문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 미국이 내놓은 ‘핵 없는 세계 건설’ 문제를 포함해 쌍방이 원하는 여러 문제를 폭 넓고 진지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회담 장소와 시일은 미국이 편리한 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며 미국 측 재량에 맡긴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정은 방중하면 정세 격변 시작될 듯

국방위원회 특별담화 직후인 6월19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베이징에서 담화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김계관 제1부상은 중국 외교부 상무 부부장인 장예쑤이와 북·중 전략대화 후 곧바로 다롄으로 향해 그 배경을 두고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그동안 북·미 접촉 과정에서 자신들이 취득한 미국의 대화 조건을 중국에 전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유력했으나(<시사IN> 제303호 ‘북한 고립화? 한발 늦은 한국 정부’ 참조), 최근 확인 결과 그것을 넘어서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당시 김계관을 접한 중국 측에서는 “뭔가 던져졌는데 고민스럽다”라는 반응이 나와서, 과연 중국을 고민스럽게 한 김계관의 전언이 무엇인지가 베이징 외교가의 화두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김정은 제1비서의 방미 의사 타진’이라는 메가톤급 이슈였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말해 6월16일 북한 국방위원회 ‘중대 담화’는 고위급 회담의 대상에 김정은 비서와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포함한 것이었고, “회담 장소와 시일은 미국이 편리한 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는 말을 통해 김정은 제1비서가 미국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여지까지 열어놓았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AP Photo</font></div>2월2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앞줄 왼쪽)가 전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과 함께 농구 경기를 관전하며 웃고 있다.
2월2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앞줄 왼쪽)가 전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과 함께 농구 경기를 관전하며 웃고 있다. ⓒAP Photo

김계관을 다롄으로 보낸 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정세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 것 역시 그 배경이 명확해진다. 더구나 중국이 지난 6월27일부터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 과정이나 7월 초 브루나이에서 개최된 제20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강력하게 6자회담 개최를 밀어붙이기 시작한 배경도 이것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김정은 비서의 방미까지 열어놓고 있는데, 더 이상 6자회담을 미룰 까닭이 없다는 뜻이다.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공조’라는 면에서 성과를 강조하지만, 중국은 거꾸로 ‘지금 당장 6자회담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한국 측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7월1일 아세안 외무장관 회담 석상에서 만난 왕이 외교부장과 케리 국무장관 면담은 지난 6월19일 통화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얘기가 나왔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 측은 김정은 비서 방미 얘기까지 하는데 미국이 6자회담에 응하지 않고 대화 조건만 따지는 것은 대화 회피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중국 측은 지난번 최룡해 방중 당시 설정한 ‘9월까지 6자회담(+북·미 대화)이 열리지 않을 경우 중국은 더 이상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며, 비협조적인 국가들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북한 측의 김정은 방미 가능 메시지의 효과다.

북한 측의 ‘정보 제공’으로 ‘북·미 관계의 숨겨진 1인치’라 불리는 김정은 방미 관련 정보를 접한 중국의 행보 또한 빨라지고 있다. 이미 ‘아베와 푸틴에 앞서 시진핑이 먼저’ 김정은 비서를 만나야 한다는 방침을 정한 중국 처지에서는 당연히 ‘오바마보다도 먼저’라는 방침이 추가됐다. 중국이 정전협정 60주년 기념일인 7월27일을 앞두고 북한에 ‘최고위급 방중’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베이징 외교가는 7월을 북·중 간 인사 교류가 시작되는 타이밍으로 본다. 중국 측이 요구한 최고위급 방중이 일어난다면 7월27일 이전인 7월 둘째 주말에서 셋째 주초 사이(7월12~15일)에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김정은 제1비서 방중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과거 김정일 위원장과는 스타일이나 스케줄 면에서 전혀 다른 모습일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자신의 롤 모델을 아버지보다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젊은 시절에 두기 때문에 첫 외국 방문에서부터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상당히 신경을 쓰리라는 것이다. 아버지와 달리 2박3일 정도의 짧은 일정에 구경이나 참관은 생략한 채 만날 사람만 만나고 돌아가는 실무 방문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간 단축과 향후 있을 미국 방문을 염두에 두고 항공편을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문 일정이 짧기 때문에 준비 기간도 매우 짧아져 외부에서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하고 전격적으로 다녀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중국 방문이 끝나자마자 ‘김정은식 정상 외교’가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Xinhua</font></div>이용호 부상(왼쪽)과 로버트 킹 특사(오른쪽) 채널이 방미 메시지 전달 채널로 유력하다.
이용호 부상(왼쪽)과 로버트 킹 특사(오른쪽) 채널이 방미 메시지 전달 채널로 유력하다. ⓒXinhua
 
중국 측이 7월27일을 앞두고 북한 최고위급을 초청했다는 것은 북한에 이어 중국 측에도 정전협정 60주년인 이번 7·27이 매우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최근 중국 내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고려해야 한다”라는 얘기가 노골적으로 튀어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전 60주년 기념일이 있는 올해를 평화협정 체결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북한의 정책 목표를 측면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2·12 핵실험과 3월5일 정전협정 무력화 선언, 3월31일 핵과 경제의 병진전략 등 핵을 앞세운 북한의 질서 흔들기의 목표가 바로 7·27을 기점으로 한 평화협정 분위기 극대화에 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북한은 올해 7·27을 기점으로 ‘한반도 정세의 페이지를 바꾸고 싶다’는 목표를 명확히 해왔다. 지금까지 핵을 전면에 부각했다면, 이제 대화 국면의 시작을 김정은 제1비서의 국제무대 등장과 교묘하게 결합한 전술을 선보이려 한다.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이를 위한 ‘김정은 몸값 높이기’라는 측면에서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 먼저 일본의 이지마 방북을 통한 아베 카드다. 최근 일본 측이 보이는 모습은 방북 강행에 앞선 의도적 일탈 행위의 연출 같은 느낌이다. 지난 6월30일 오후 아베 총리의 심복으로 알려진 에토 세이치 보좌관(국정 중요과제 담당)이 “핵도, 미사일도, 납치도 함께 해결한다고 하지만, 사실 핵이나 미사일은 어찌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아베가 최근 역사 문제를 가지고 한·중 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계산된 발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아베를 먼저 당긴 것은 중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최룡해 방중을 보면서 푸틴도 마음이 급해졌다. 러시아가 북한 철도상을 불러 북·러 간 철도 연결 문제를 협의한 배경이다. 또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7월4일 러시아를 방문해 5시간 동안 비공개 회의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방문에서 한 것처럼 북·미, 북·중 관계 정보를 러시아에 제공하면서 푸틴을 한반도로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은 이미 한평생 외교에만 전념한 탕자쉬안 전 국무위원을 한국에 보내 ‘김정은 체제가 안정돼 있다’는 중국 정부의 판단을 전달한 바 있다. 이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중국의 초특급 정보를 전제한 것으로, ‘쉽게 붕괴하지 않을 것이므로 향후 관계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바탕에 깔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6자회담은 명분이고 중국의 진짜 관심은 북·중 관계 강화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처럼 중국이 김정은 정권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푸틴 역시 김정은을 하루빨리 만나 친선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고 볼 것이다. 순서상 시진핑보다는 앞설 수 없으나 아베보다는 먼저여야 한다.

이처럼 김정은 비서의 몸값이 은연중 오르고 있던 와중에 이번엔 방미 얘기까지 흘러나온 것이다. 우리 정부가 아직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달콤한 꿈에 젖어 있다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정세 변화 앞에 당황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문제를 더 짚을 필요가 있다. 하나는 김정은 비서의 방미 메시지에 대한 미국의 생각과 이 와중에 이뤄진 남북 당국 간 개성공단 협의를 어떻게 이해할 건가 하는 것이다. 

우선 미국 측 반응도 최근 들어 흥미롭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이 7월3일(현지 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과 대화할 수단을 갖고 있지만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다”라면서도 “우리는 이 문제(대북 정책)에 주력하고 다양한 대화를 진행할 만한 충분한 팀을 갖추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의 대화 압력이 가중되는 속에서도 미국 측이 늑장을 부리는 데에는 최룡해 라인을 쥔 중국과 달리 미국은 아직 그에 버금가는 빅 라인을 못 찾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측이 자신들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확신한다면 미국도 분명 메시지를 접수했을 것이지만, 신뢰를 보낼 만한 빅 라인이 없어서 사전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7월27일은 새로운 페이지의 시작?

올해 들어 북·미 간에 오간 라인을 들여다보면 거의 대부분 국가정보국(DNI)이나 백악관과 연계된 민간 라인이다. 2월26일~3월1일 방북한 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 4월18일 방북한 유진벨 재단의 스티븐 린튼(한국이름:인세반) 회장, 5월 하순 베를린에서 접촉한 이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과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채널 등이다. 이 중 현재 알려진 김정은 제1비서의 방미 콘셉트는 바로 로드먼 방북의 연장선이다. 즉 친서방·친미 이미지에 NBA 관람을 즐기며, 영어가 되고, 단지 ‘오바마와 만나 대화하기를 원하는’ 북한의 젊은 지도자 이미지다. 그동안의 접촉 채널로 보아 메시지를 전달했을 만한 채널은 아무래도 이용호-로버트 킹 라인이 유력해 보인다. 시기적으로 최룡해 방중과 겹쳐 있고 로버트 킹의 경우 국무부 소속이나 실제로는 국가정보국 직속에 백악관과도 겹쳐 있는 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뉴시스</font></div>7월4일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이 북한의 개성공단 방북 허용 제안과 관련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7월4일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이 북한의 개성공단 방북 허용 제안과 관련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정도면 북·미 간 메시지 교환은 양측의 수뇌부 라인으로 이루어졌고, 결국 성사 여부는 오바마의 결단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과연 오바마는 결단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시리아 문제, EU와의 FTA 문제, 스노든 사태, 양적완화 문제 등으로 총체적 난국에 처한 그가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결단할 수도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핵을 중동에 확산하지 않겠다는 약속만으로도 오바마는 국내 유대인 세력의 지지라는 막강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국무부가 문제다. 국무부는 박근혜 정부 초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F35 전투기 판매 문제 등 한국으로부터 협조를 받아야 할 일이 꽤 된다. 한국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제임스 줌월트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6월 말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한국과 북한 관계의 지속적인 개선 없이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없다”라고 밝힌 이유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7월 들어 본격화할 김정은 비서의 성공적인 국제무대 등장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를 어느 정도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최소한 파탄의 책임을 뒤집어써서는 곤란하다.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그동안 5·24 조치 해제, 남쪽이 약속하고 지키지 않은 개성공단 개발계획의 진전, 존엄 훼손 사과 없는 공단의 단순 재개 불가를 강조해왔던 북측이 박근혜 정부 들어 첫 번째 남북 대화에 응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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