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비밀 TF팀 감사에서 빠졌다”
4대강 전문가 신우석씨는 2008년 8월 국토부가 비밀 TF팀을 꾸려 4대강 사업의 초안을 잡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 행정관까지 개입한 이 TF팀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305호] 승인 2013.07.23  08:26:55
4대강 전문가 신우석씨는 2007년 대선 당시부터 대운하 공약을 추적해왔다. 대운하가 4대강 사업으로 탈바꿈한 뒤에는, 국회 김진애 의원실 보좌관으로 4대강 사업을 집중 감시했다. 야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4대강 이슈가 불거지면 그를 찾는다. 그를 만나 4대강 사업의 전말과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논평을 들어봤다.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이 대운하라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을 감사할 처지가 아니라, 국정조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감사원은 2010년 1월에 4대강 사업 감사를 진행하는데, 이 감사가 치수·이수·친수 분야 세부계획을 검토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이 대운하인지 아닌지는 여기서 결론이 나야 했다. 한 달로 예정되었던 감사를 1년을 끌어서 2011년 1월에야 결과 보고서를 낸다. 국회는 다음 해 예산 심사에 참고하지도 못했다. 결과도 맹탕이었다. 이 감사의 주임감사를 은진수가 맡았다. 대선 당시 MB의 아킬레스건인 BBK 대책팀장을 맡았던 대통령 최측근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선영</font></div>신우석씨는 18대 국회에서 김진애 의원 보좌관으로 4대강 사업을 집중 조사했다.
신우석씨는 18대 국회에서 김진애 의원 보좌관으로 4대강 사업을 집중 조사했다. ⓒ시사IN 신선영

이번에 나온 감사 결과는 어떻게 보나.
국토부가 거의 자백에 가깝게 내용을 술술 분다. 2010년 감사 때는 안 그랬다. 국토부도 4대강 문제가 불거질 것을 알기 때문에 일종의 ‘출구전략’을 마련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사원도 2010년의 늑장 감사, 맹탕 감사에 대한 출구전략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번 감사 내용도 미흡하다는 것인가.
‘대운하=4대강’의 핵심은, 전혀 이유 없이 수심이 6m까지 깊어진 것이다. 따라서 수심 6m를 청와대가 관철시키는 과정과, 그 증거가 나온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감사 내용을 보면 국토부가 제대로 된 안을 만들어 올라갔는데 청와대가 틀어서 일이 그렇게 된 것처럼 읽힌다. 그런데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이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되기도 전인 2008년 8월에, 회의록도 예산도 어떠한 기록도 없는 비밀 TF(태스크포스)팀을 만든다. 

어떤 TF였나.
사실상 4대강 사업의 초안을 잡는 TF였다는 의혹이 있다. 이 TF에는 인수위 때부터 대운하를 담당했고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던 김철문과 김형렬이 드나들었다. 김철문 행정관은 대통령과 동문인 동지상고 출신이고, 김형렬 행정관도 영포회 출신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감사는 거기까지 가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국토부가 최고 권력에 희생당한 피해자로 그려지는데, 국정조사에서 더 따져볼 일이다. 

기업들은 4대강 사업으로의 전환을 반겼나?
대운하는 기업 처지에서 민자 투자로 들어갈 만한 수익성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국토부도 카지노니 수변개발이니 무리를 하려 했다. 그러던 것이 4대강 사업으로 바뀌면서 국가 예산이 들어오게 되었다. 기업에게는 훨씬 손쉬운 장사가 된다. 이게 MB에게도 나쁘지 않다.

무슨 뜻인가?
생각해보라. MB 필생의 목표인 대운하를 하겠다는데 강력한 반대논리 중의 하나가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치수사업을 이유로 일단 뱃길 공사를 해놓고 나면, 나중에 한강과 낙동강 물길을 터주는 공사는 상대적으로 얼마 안 든다. 한 번에 대운하로 가자고 하는 것보다 단계를 쪼개는 것이 설득하기가 훨씬 쉬워진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정권 핵심들이 2008년 내내 그런 언급을 대놓고 하지 않았나.

공사 현장도 두루 취재한 것으로 안다. 
어느 공사 현장의 베테랑이 그러더라. “치수 사업을 할 때 강바닥에 암반이 나오면 보통 그냥 놔둔다. (암반을 내버려둬도) 물 들어갈 깊이만 유지하면 되니까. 그런데 여기서는 기반암이 나오면 무조건 깎아내라고 한다. 치수 사업과는 관계없다. 배 다닐 수심을 확보하는 것 말고는 이유가 없는 거다”라고. 현장 베테랑들은 이 공사가 치수 사업하고는 전혀 다르다는 걸 대번에 안다. 

4대강 관련 책을 쓰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4대강 사업과 대운하의 관계, 4대강 사업 자체의 문제, 공사 중 사고들, 공사 이후 예상되는 문제들, 참여 기업들의 담합 의혹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민이 쓰는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실을 생각이다. 9월 국정감사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국정조사에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도록 9월 전에 출판하려 한다. 돈이 될 책은 아니니까(웃음) 1인 출판 형식이 될 것 같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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