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홍보한 KBS, 입막은 MBC, 침묵한 SBS
[4대강 사업, 죽은 것은 강만이 아니다 ②]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us.co.kr  입력 2013.07.23  16:42:20

(편집자주) '광기의 시대'. MB정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나 4대강 사업이 한국사회에 남긴 상흔은 뚜렷하다. '한국형 뉴딜사업'으로 일컬어졌던 4대강 사업이 불과 몇년만에 '위장 대운하 사업'이었으며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게 드러났으나 적극적인 왜곡 혹은 자발적인 침묵으로 4대강 사업을 도왔던 언론들은 아무런 자성도 하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의 진실이 감사원 감사결과로 드러난 지금, 미디어스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언론이 보였던 행태를 집중 조명함으로써 "언론이 부재했던 암흑의 시기"를 기억하고자 한다. 기획은 교수/활동가/종교인이 '기자 역할'을 대신했던 시대에 대한 조명, 방송사 불방일지 정리, 언론계 안팎 인사 인터뷰, 현직 언론인 기고를 거쳐 우리에게 4대강 사업이 과연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대담으로 마무리된다.

사익을 위해 진실을 외면했던 행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언론인들의 자성은 이 기획을 읽는 언론인 당신 스스로의 몫이다.

"국민의 일부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속일 수는 있다. 또한 국민 전부를 일시적으로 속이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의 전부를 끝까지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MB 정권은 대운하 사업을 '4대강 하천 살리기 사업'으로 포장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자 했다. 그러나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의 말처럼 "국민의 전부를 끝까지 속이"지는 못했다. 두 차례에 걸친 감사원의 '4대강' 감사 발표로 MB 정권이 기치로 내건 '녹색성장'과 '4대강 살리기'가 대국민 사기였다는 사실이 국민에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권력과 자본의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감사원의 뒤늦은 발표를 톱으로 내세워 '호들갑'을 떨었다. 지난 정권하에서 '침묵'을 고수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5년 동안, 지상파 방송사의 민낯은 진실에 다다른 언론인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4대강 사업 검증에 침묵하며 몸소 홍보에 나서는 것이었다. <미디어스>가 과거사를 되짚어 봤다.

MBC 과제는 최승호의 입을 막아라?

▲<PD수첩> 시절의 최승호 PD (오마이뉴스 유성호 기자)

MBC의 '4대강 감싸기'는 최승호 PD를 내쫓는 과정에서 살펴볼 수 있다. 최승호 PD는 2010년 8월 24일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에서 자연형 소형보를 중심으로 하는 4대강 사업이 운하를 의심케 하는 대형보 준설 중심으로 바뀌는 과정을 취재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정책적으로 마음을 바꿔 4대강의 수심이 깊어졌다"는 증언을 담아냈다.

방송 전 국토부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김재철 사장은 방송 예정일을 하루 앞둔 2010년 8월 16일, 제작진이 '사전 시사'를 거부하자 방송보류 결정을 내렸다. 안광한, 백종문 등 임원들의 시사를 거치고 나서야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편은 방송될 수 있었다.

그해 10월과 12월, 최승호 PD는 각각 '안종필 자유언론상'과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며 보도의 가치를 입증했으나 더이상 MBC에서 4대강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없었다.

2011년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3월 최승호 PD를 비제작부서로 발령했다. 최 PD는 이듬해 영문도 모른 채 해고됐다. <PD수첩>의 메인 작가 정재홍 작가도 한 달 후 해고 통보를 받았다.

반면, 최 PD의 입을 막은 자들은 승승장구했다. 안광한 편성본부장은 부사장을 거쳐 현재 MBC 플러스미디어 사장이며 백종문 편성국장은 편성제작본부장 자리에 올라, 시사 프로그램을 지휘하고 있다. 윤길용 당시 국장은 현재 울산 MBC 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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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4대강 보도 '불방' 홍보는 '전문가'

KBS는 2010년 12월 8일 방송 예정이었던 KBS <추적60분>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 편을 방송 전날 돌연 방송보류 결정을 내렸다.

14일 KBS 새노조는 KBS 정치외교부 문건을 공개하며 청와대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문건에는 당시 청와대 김연광 정부 1비서관이 '<추적 60분>이 반정부적 이슈를 다룬다. KBS 왜 그러냐'는 청와대 분위기를 KBS 기자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불방사태를 초래한 인물로 꼽히는 이화섭 당시 KBS 시사제작국장은 2011년 1월 KBS 부산방송총국장으로 영전한 뒤, 2012년 2월 보도본부장으로 돌아왔다. 4대강 편 불방사태를 비롯해 여당에 불리한 보도를 온몸으로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던 이화섭 보도본부장은 2013년 초 KBS 구성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은 뒤 지난 5월 보도본부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길환영 현 KBS 사장도 당시 콘텐츠본부장으로서 4대강 편 불방사태 책임자로 지목됐다.

KBS는 타 방송사보다 4대강 사업 홍보에 적극적이었다. 2012년 10월,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KBS가 2011년과 2012년 동안 4대강 홍보 협찬 방송을 통해 정부와 공공기관으로부터 9억 33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KBS는 4대강 보 완공 시점에 추진됐던 '여주 남한강 가을축제'에 맞춰 <열린음악회>를 열고 여주군으로부터 2억 5천만 원을 받았다. 부여군으로부터는 1억 8천 1백만 원을 받고 '금강 축제'에 맞춰 <콘서트7080>을 개최했다. 신 의원은 또 한국수자원공사가 <생방송 오늘 - 21세기 이제는 물 전쟁이다> 등과 관련해 KBS에 협찬금으로 5억 100여만 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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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전문기자 사라진 뒤 "…"

SBS는 2010년 박수택 환경전문기자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논설위원실로 자리를 옮긴 후부터 4대강을 해부하는 보도를 찾기 어려워졌다. 그가 떠났을 당시 SBS에서는 '박 기자의 4대강 비판 보도를 내보내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그는 <'4대강 살리기' 왜곡 논란…정부 해명 '무성의'>(2월5일), <정부, 경인운하 사업 '경제성 과장' 의혹>(2월23일), <꼬리무는 경인운하 '허점'…경제성 부풀려 계산>(2월26일), <'뱃길' 위해 치수계획 변경…'4대강 사업' 논란 >(6월4일), <"4대강 살리기? 하천파괴에 예산만 낭비할 뿐">(6월8일) 등 2009년 4대강 관련 리포트를 지속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SBS는 현재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30분 <물은 생명이다>를 통해 자연 환경에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며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해 왔으나, 이 프로그램의 편성은 주목을 끌기 어려운 시간대인데다 환경적 측면에서만 사안을 다룬다는 점에서 권력 비판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현장21>도 2011년 장맛비에 휩쓸린 4대강 공사 현장을 찾아 취재를 했으나 대중들의 지속적 관심을 끌진 못했다.

끊을 수 없는 권언유착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23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보도는 사후적 감시 못지 않게 예방의 기능도 중요함에도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4대강 보도와 관련한 언론들의 무책임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치 권력과의 긴밀한 유착이 4대강 보도 부재의 근본 원인"이라며 "지난 정권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에 비추어봤을 때 지상파 방송 3사들은 4대강 문제를 파헤칠 능력이 있음에도 비판적 보도를 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승호 PD도 방송을 포함한 기성 언론의 무책임성을 비판했다. 최 PD는 "언론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정상적인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추적을 했다면 4대강이 이렇게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PD수첩 '4대강' 편 당시 출입처가 없었음에도 대강이나마 얼개를 밝혀냈다. 청와대 출입기자, 국토부 출입기자 등 고급 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많은 언론인들이 제대로 이 프로젝트를 추적을 했다면 얼마든지 파헤칠 수 있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최 PD는 "4대강 프로젝트는 과거 정책과 비견하기 힘들 정도로 예산 낭비가 심하고 환경을 심하게 훼손한 사업"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집요한 저널리즘이 필요하지만 방송사 간부들은 기자, PD들이 취재의사를 표시하면 반정부적이고 정치적이라고 낙인을 찍는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권력의 인정을 받고 살아남았다"고 밝혔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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