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MB 비판 누리꾼에 ‘아이피 추적’ 협박
등록 : 2013.07.25 08:28수정 : 2013.07.25 08:33 

진선미 의원실, 검찰 댓글수사 분석
대통령 비판 글에 수차례 “IP추적” 반정부적 글에 무차별 뒷조사 정황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아이피(IP·인터넷 주소)를 추적하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 비판 글에 대한 광범위한 아이피 추적이 실제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실은 24일 “검찰의 국정원 대선여론 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 범죄일람표를 분석한 결과 인터넷 토론방인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한 아이디 ‘jyc***’가 이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게시글을 쓴 누리꾼에게 ‘아이피를 추적하고 있다’고 협박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6월14일 국정원 사건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당시, A4 용지 2120장 분량의 범죄일람표를 만들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과 협조자들이 작성한 게시글 및 댓글을 총망라한 바 있다. 이들 글 작성자들이 국정원 직원인지 협조자인지 일일이 밝히지는 않았지만, 국정원 관련자임을 검찰이 확인한 것이다.

범죄일람표를 보면, jyc***는 아고라 정치토론방에 2009년 11월27일 올라온 ‘어떤 질문도 안 피하겠다는 대통령께’라는 게시글에 ‘이명박 대통령 만세’, ‘4대강 사업 22조 예산투자 적절하다고 봅니다’ 등 여당과 대통령에게 유리한 댓글 수십개를 달았다. 이 아이디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누리꾼들을 겨냥해 “여기 대통령 욕하는 놈들 아이피 정리중”, “닭** 아이디 가지고 있는 놈 아이피가 59로 시작합니다”, “59.6.***.195 아이피 추적 프로그램 구동중” 등 아이피 추적을 시사하는 댓글을 10여차례 남겼다.

실제 국정원 심리전단은 누리꾼들의 아이피 추적을 주임무로 한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대선 여론 조작 혐의를 받아온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는 지난 1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주 업무는 종북 글 추적”이라며 심리전단이 북한에 우호적인 게시글 작성자의 아이피 등을 추적한 결과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 아이디가 올린 댓글을 보면, 정권에 비판적인 누리꾼들의 아이피까지 무차별적으로 추적한 정황이 엿보인다.

jyc***는 국정원 옹호 글도 여러차례 썼다. 이 아이디는 다음 토론게시판에 ‘국정원에 외사수사권 부여해야’(2008년 12월16일), ‘국정원을 업그레이드해서 배팅할 때’(2008년 12월7일), ‘민생법안만큼 국정원법 시급하다’(2008년 12월14일) 등의 글을 게시해, 국정원 권한 강화 법안 통과를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해당 아이디가 국정원 직원의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아이디의 활동에 대해서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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