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16354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그림은 무엇일까
[가야문화권 답사 09] 국립김해박물관
09.09.14 10:19 l 최종 업데이트 09.09.14 11:03 l 송영대(greenyds)


▲ 국립김해박물관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으로 건물의 모습이 원형으로 생긴게 특징이다 ⓒ 다음 스카이뷰

가야는 '잃어버린 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역사 기록은 적지만, 발굴된 유적들과 유물들은 결코 적지 않다. 고고학적인 자료를 통하여 우리는 가야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고, 빈약한 기록을 대신하여 그 역사를 찾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특히 가야의 유물들은 신라나 백제에 비해서도 결코 적은 편이 아니기에, 이에 대하여 여러모로 정리와 보존이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박물관은 이러한 자료들을 가장 풍성하게 담고, 또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가야문화권에서 가야와 관련된 박물관은 많은 편인데, 이는 다른 백제나 신라문화권 박물관들 수와 비교해 봤을 때에도 매우 이례적이다. 가야를 다루고 있는 박물관은 국립김해박물관, 대성동고분군박물관, 복천동고분군박물관, 창녕박물관, 대가야박물관, 우륵박물관, 합천박물관, 함안박물관 등으로 그 숫자가 적지 않고, 또한 지자체별로 세운 곳들이 많다.

이는 가야가 지역별로 개별적이면서도 독특한 문화를 가졌고, 지자체에서 주요 고분군 일대에 박물관을 세우는 등의 방식으로 충분히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각자 독특한 모양새로서 박물관을 운용하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박물관은 국립김해박물관과 대가야박물관이다. 그 중에서도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를 전반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다른 박물관보다 의의가 크다.


▲ 국립김해박물관 입구 건물이 전체적으로 검은 빛을 띠고 있는데 이는 철광석과 숲을 이미지화 한 것이라고 한다 ⓒ 오은석

국립김해박물관은 1992년에 착공되어 1998년에 개관된 이후 가야 유물들을 전시하는 중요한 장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2008년에 상설전시관을 새단장하면서 과거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모습은 하늘에서 봤을 때 원형으로 되어 있으며, 검은색 벽돌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이는 철광석과 숯을 이미지화 한 것이라고 한다.

전시관은 1층과 2층으로 나눠져 있으며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관람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크게 두 개의 전시실로 되어 있으며 제 1전시실은 '가야로 가는길'이라는 테마로, 제 2전시실은 '가야와 가야사람'이라는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는 가야가 세워지기 이전, 즉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그리고 변한을 주로 다뤘으며, 후자는 금관가야를 비롯한 대가야, 아라가야, 소가야에 대해 다루고 있다.

국립김해박물관에서는 수많은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다른 유물보다 중요하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세 가지 유물에 대해 우선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그림, 그 주인공은?


▲ 멧돼지문양토기편 창녕 비봉리 패총에서 발견된 것으로서 신석기시대 수렵 대상이었던 멧돼지가 그려져 있다 ⓒ 김사현

국립김해박물관은 주로 가야에 큰 비중을 두었지만 가야로의 이행기에도 여러모로 신경을 쓰고 주요 유적지 유물들을 전시한다. 그 중에서도 창녕 비봉리 패총에서 출토된 여러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패총이란 조개껍질 등 당시 생활 쓰레기들이 퇴적되어 있는 생활유적으로, 특히 이곳은 신석기시대 패총인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저습지 유적이다. 이곳에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측되는 8천 년 전 배가 출토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유물들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그림이다. 과연 가장 오래된 동물그림은 어느 동물일까? 그 주인공은 바로 멧돼지다. 멧돼지는 예로부터 선조들의 수렵생활 주요 대상 중 하나였다. 멧돼지의 고기는 식량으로도 공급되었으며 그 뼈와 송곳니 등은 장식품이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안면도 고남리패총에서 발견되는 동물 뼈도 사슴과 멧돼지가 주종을 이루는 등 선사시대에 있어 멧돼지는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유물은 전체적으로 검은 빛을 띠는 토기조각이며, 그 위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완벽히 남아 있는 게 아닌 크게 세 조각으로 되어 있으며 이를 이어 놓았다. 당연히 본래 유물은 더 컸으리라 보며, 동물그림의 묘사가 섬세하게 잘 되어 있다. 뾰족한 등과 통통한 몸을 보고 주로 멧돼지로 추측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선사시대의 동물들이 그림에 그려지는 경우엔 주술과 연관시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동물들을 그림으로서 그 동물을 잡을 수 있도록 기원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그러한 사례로서는 대표적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그림을 가지고 당시 수렵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으며, 또 관련된 유물도 여러 곳에서 출토된다.

청동 솥에 콜라 한 병이 다 들어갈까?


▲ 청동솥 윗부분에 명문이 새겨진 중국제 솥으로, 당시 가야의 활발한 교역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 김사현

박물관을 둘러보다 보면 청동 솥 하나가 눈에 띈다. 그리고 그 아래의 설명에는 "콜라 한 병이 들어갈까요?"란 질문을 적어 놓았다. 겉보기에 청동 솥이 그렇게 크지 않아 과연 한 병이 다 들어가긴 어려울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1.98ℓ로서 거의 1되에 가깝다. 이를 보고 이 청동 솥이 물품의 부피를 재기 위한 그릇이라 추측하기도 한다.

이런 '청동 솥'은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엔 너무나도 귀한 물건이었다. 즉 외국과의 교류로 인하여 들어온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그 대상은 당시로선 주로 중국, 그것도 낙랑군과의 교역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청동 솥을 한자로는 동정(銅鼎)이라고 하는데, 鼎이란 발이 3개 달린 솥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이 솥 아래에 불을 피워 음식을 데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주로 제례용으로 사용 된 것으로 보인다.

청동 솥의 윗부분에는 중국 한대의 전서체로 "西 宮鼎, 容一斗, 幷重十七斤七兩, 七"라고 새겨져 있다. 이런 유형의 청동 솥은 중국 황하강 중하류에서 주로 출토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더러 보이지만 명문이 새겨진 경우는 흔치 않다. 또한 이 유물의 연대를 기원전 1세기부터 기원후 1세기 정도로 보는데, 매장된 때는 기원후 3세기 정도로 보고 있다. 이처럼 유물의 제작연대보다 훨씬 뒤에 매장되는 경우를 더러 찾아볼 수 있는데 고흥 길두리 안동고분에서도 2세기에 제작된 청동거울이 5세기의 무덤에 묻힌 게 그러한 사례라고 하겠다.

이 유물은 김해 양동리 유적의 322호분에서 출토되었다고 한다. 김해 양동리 유적은 금관가야의 대표적인 고분군 중 하나로서 널무덤, 덧널무덤, 돌덧널무덤 등 500여기의 무덤에서 토기, 청동기, 철기 등 5천여 점의 유물이 출토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5세기까지 존속한 유적이다. 유적의 규모를 보아 금관가야의 중요한 세력이 웅거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 유물은 그 당시 지배층의 일원이 사용한 것이라 추측된다.

조명 아래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수레바퀴모양토기


▲ 수레바퀴모양토기 죽은 자를 위해 만들어지는 상형토기로, 죽은자를 저승으로 편하게 모시고 간다는 의미로 제작된 거승로 보인다 ⓒ 오은석

전시관을 돌아다니다보면 한 쪽에서 어두운 조명 아래에 밝게 빛을 받고 있어 유난히도 돋보이는 유물들을 볼 수 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조명 디자인에 꽤 신경 썼는데 이런 식의 효과를 통해 유물의 고고한 자태를 묘한 분위기로 이끌고 있다. 그런 조명을 받는 유물 중 '수레바퀴모양토기'는 그 특이한 모양새로 많은 이들의 흥미를 끈다.

수레바퀴모양토기[車輪形土器]는 양쪽에 구멍이 뚫린 휘어진 원통 같은 뿔잔의 양 옆에 수레바퀴 모양의 장식이 달려있고, 그 아래에 대각(臺脚)이 달려있는 유물이다. 이와 흡사한 유물로 의령 대의면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하는 국립진주박물관 소장의 보물 제 637호인 차륜식토기가 있다. 의령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하는 이 토기엔 태엽 같이 독특하게 생긴 장식이 뿔잔의 위쪽에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 왜 이렇게 수레바퀴 모양의 장식이 토기에 달려있는 것일까? 토기의 제작 목적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유형의 토기를 흔히 상형토기(像型土器)라고 하는데, 상형토기는 사물이나 동물 등을 형상화하여 토기에 표현한 것을 의미한다. 이런 유물들은 주로 신라와 가야지역에서 많이 발견되며 주로 고분군 내에서 출토되는 경우가 많다.

고분은 결국 죽은 자의 무덤이다. 즉 이 유물도 그에 맞춰서 생각할 필요가 있으며, 상형토기는 애초에 그 죽은 자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수레바퀴모양토기의 모습을 보고 여러 가지로 추측할 수 있지만, 죽은 자를 저승으로 운반한다는 의미도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국립김해박물관에는 이 외에도 수많은 유물들이 있으며 이곳에서 소개한 유물들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2008년의 상설전시관 새 단장을 통하여 조명과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고, 특히 동선을 고려하여 관람로를 조성한 것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유물들을 통해 가야인들의 직접적인 생활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김해답사에 있어 반드시 필수적인 코스는 역시 이곳이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글 | 국립김해박물관의 유물 중 3점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해 보았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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