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4대강 찬-반 인사 절반씩 구성” 완강, 환경단체 “찬성했던 사람은 조사할 대상” 반박
등록 : 2013.08.02 09:41수정 : 2013.08.02 09:50

조사위원 선정방식 
공방 환경단체가 위원 거부권 요구하자 총리실, 찬성쪽에도 주자는 역제안
4대강 반대 위원도 배제될 수 있어, 진실규명 아닌 논쟁으로 변질 우려 

조사범위·권한 놓고도 이견
환경단체 “정책결정 과정도 조사 활동방해땐 시정요구·고발 가능케” 
총리실은 “안전성·효과 조사 주력 민간위원회에 제재권 줄 수 없다”


국무총리실이 꾸리려는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조사평가위)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환경단체와 민주당 쪽 참여 없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의 해결도 그만큼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 논쟁 해결 계기 기대 모았지만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을 운하사업이라고 규정하고, 4대강에 설치된 보가 안전에 문제가 있고 수질 악화의 주범이라고 주장해왔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는 보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으며, 수질 악화도 기상 여건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해왔다. 게다가 최근 잇따라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파헤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서조차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며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논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추진된 국무총리실 평가위원회는 제대로 구성돼 활동하기만 하면 논란을 매듭짓고 다음 단계 논의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국 환경단체와 민주당 쪽 참여 없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4대강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평행선을 달리게 됐다.

애초 환경단체들은 국무총리실 검증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국무총리실의 검증이 이명박 정부 말인 올해 1월 감사원이 내놓은 4대강 감사 결과에 국토해양부 등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추진된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취임 뒤 첫 국무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예산 낭비와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4월 민주당 상임위 간사단과의 만찬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의혹이 남지 않도록 조사하겠다”며 검증을 위한 조사평가위를 구성하겠다고 하자 위원회 구성에 참여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낙동강 창녕함안보 하류의 경남 창원시 의창구 본포취수장 앞 본포교 아래에 1일 오전 녹색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녹조가 넓게 퍼져 있다. 창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국무총리실의 검증 계획이 나온 배경에는 문제가 있지만, 4대강 사업의 실상을 드러내 다음 단계인 책임자 처벌과 복원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 때문이었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조사평가위가 실효성이 있는 조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그것을 통해 4대강이 이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런 교훈을 얻고 잘못된 것에 대해 조처를 취하고 마무리하자, 이렇게 되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 환경단체 “4대강 찬성 쪽 참여는 안돼” 

환경단체들과 국무조정실은 5월 중순부터 두 달 동안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조사평가위의 성공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조사위 구성, 조사 범위, 조사위 권한 등이 그것이다.

첫번째 걸림돌은 조사평가위 구성을 둘러싼 이견이다. 국무총리실은 위원회에 4대강 사업에 찬성한 쪽과 반대한 쪽을 같은 비율로 참여시키겠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4대강 사업에 적극 찬동한 인사들이 위원회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문제가 있는 위원의 참여를 거부하는 이른바 ‘제척권’을 요구한 데 대해, 국무총리실이 위원을 추천한 모든 기관에 상호검증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역제안을 내놓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이렇게 되면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에 앞장서온 전문가들도 위원회에서 배제될 수 있다. 국무총리실이 환경단체의 제척권 요구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듯하지만, 사실은 환경단체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한 셈이다.

또 환경단체들은 4대강에 건설된 보의 안전성이나 사업의 효과뿐 아니라 정책결정 과정을 포함한 사업 추진 전 과정을 위원회의 조사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무총리실은 사업 추진 절차와 과정은 4대강 사업의 안전과 효과성 평가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만 위원회가 포함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사위의 권한도 양쪽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부분이다. 환경단체는 조사평가위가 자료 요청에 불응하는 등 위원회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거나 고발하는 등 제재를 요구할 권한이 없으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에 국무총리실은 민간위원회에 그런 권한을 부여할 수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 국무총리실 방안은 논쟁 격화 우려 

환경단체들이 국무총리실의 4대강 조사평가위 구성 방식의 근본적인 문제로 꼽는 것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쪽과 4대강 사업에 찬성해온 쪽을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점이다. 얼핏 공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방식은 결국 4대강 조사평가위를 진실 규명보다 찬반 논쟁의 장으로 만들게 된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황인철 팀장은 “국무총리실이 환경단체들을 객관적인 검증을 하기 위한 주체나 파트너로 보기보다는 4대강 사업 추진 주체들의 반대편에 있는 한쪽으로만 보는 시각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런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의 실체와 부작용을 숨기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한 사실들이 드러난 상황임을 고려하면, 국무총리실이 4대강을 추진하고 찬성했던 쪽과 자신들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데 대한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탓하기 어렵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찬성했던 사람들은 조사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사업을 하기 전에 사업을 할지 말지 따지는 상황이라면 모르지만, 사업이 끝난 지금은 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빠져야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찬성한 사람 반, 반대한 사람 반 모아 놓는 것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국무총리실 조사평가위 활동은 4대강의 진실을 백일하에 드러내서 공론화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거기에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찬성했던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면, 조사는 안 되고 찬반 논쟁만 하게 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두 차례나 지시한 것이 찬반 논쟁만 하라는 것은 아닐 텐데, 총리실에서 위원회 구성도 못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항명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 환경단체 “검증 연연 안해, 책임자 처벌 주력” 

국무총리실이 환경단체와 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조사평가위를 구성하려 할 경우 찬성과 반대 쪽 인사들을 모두 빼고 4대강 사업에 중립적인 인사들로만 구성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구성되는 위원회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기보다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과 같은 뜨거운 논란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어느 편에도 기울지 않는 것은 ‘중립’이라기보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무관심’이나 ‘방관’에 더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와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전문가들은 국무총리실의 조사평가위가 어떻게 구성되든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정부가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4대강 사업의 진상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책임자 처벌 쪽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욱 교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총리실이 하려는 대로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무총리실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놔두더라도 결국 4대강이 스스로 다 이야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감사원이 내놓은 감사 결과도 환경단체들의 검증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염형철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막연히 추측만 했던 4대강 사업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것이 드러난 이상 이제는 검증보다는 책임자 처벌 쪽에 주력하고 점차적으로 복원 쪽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