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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줌의 기득권’ 움켜쥔 민주당의 착각
[기자칼럼] 경향신문 한겨레가 ‘제1야당 행보’ 걱정하는 까닭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입력 : 2011-11-25  09:52:09   노출 : 2011.11.25  10:08:09
“영하 칼바람에 물대포 쏘는 나라”

한겨레 11월 25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살을 베는 칼바람에 기온도 급강하, 영하의 날씨로 떨어졌던 11월 23일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대포를 맞은 시민들은 쓰러지고 넘어졌고, 영하의 날씨와 맞물려 옷은 동태처럼 얼어붙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시위참여자들의 얼굴에 고드름이 얼고 옷이 찢겨지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걱정할 만큼 심각한 장면이었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그 고통을 감내하며 위협을 이겨내며 거리로 모여드는 까닭이다.

원인은 국민이 걱정했던 한미FTA가 사상 초유의 언론 통제 속 날치기 처리로 강행된 것에 대한 분노였다. 야당이 기자들 앞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을 연출했다.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주장했다. 그런 행동에 감동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CBS노컷뉴스

 
ⓒ사진출처-민주당

약한 모습 보이라고 국민이 야당에 표를 준 것은 아니다. 권력과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라고 야당을 지지한 게 아니겠는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도 그러한 까닭이다. 시민들이 거리에 나가 물대포를 맞으면서까지 ‘한미FTA 폐기’를 외칠 때 민주당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11월 23일 민주당은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시민들이 물대포를 맞아 얼굴에 고드름이 얼고 옷이 찢겨졌다고 하는 바로 그 시간이다. 민주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는 곳마다 ‘야권 대통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실제 통합 움직임이 진행되자 겉 따로 속 따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을 싸잡아서 비난할 필요는 없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거꾸로 개인을 위한 정치를 하는 이들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서울과 경기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완승했다. 서울시의회와 경기도의회는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다. 민주당 깃발을 든 후보들을 향해 국민들은 표를 몰아줬다.

민주당의 착각은 2012년 선거는 우리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지방선거에서 이렇게 승리했으니 2012년 4월 11일 총선에서도 민주당 깃발만 들면 국민이 표를 줄 것이라는, 승리가 예정돼 있다는 착각이다.

민주당이 받고 있는 정당 지지율, 민주당이 얻은 선거 득표율 가운데 온전히 ‘민주당의 실력’으로 얻어낸 성과물은 얼마나 된다고 보는가. 국민이 민주당을 희망으로 여겨서 표를 줬다고 생각하면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국정운영에 분노한 국민들이 분노와 저항의 표시로 제1야당에 표를 줬다는 것을 모른다면 정치 ABC부터 다시 공부해야 한다. 민주당이 착각과 오만의 늪에 빠져든 순간, 민심은 그들을 버릴 것이다.

민주당이 통합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정당이 새로운 세력과 통합하는 과정은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고성이 오갈 수도 있고, 충돌할 수도 있다. 오히려 진통이 없는 게 더 이상하다. 중요한 것은 그 진통이 발전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줌도 되지 않는 기득권을 지키고자 싸우는 것이라면 국민이 동의해주겠는가. 민주당 내부의 일부 정치인들은 “이제 4월 11일만 되면 내가 국회의원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당선은 따놓은 것이고 공천만 받으면 승리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고려한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민주당이 진정 국민에게 ‘대안’으로 느끼는, 수권정당으로 인식되는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10·26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이 무소속 후보에게 패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당시 박영선 후보와 박원순 후보의 경쟁은 민주당 대 시민의 경쟁이 아니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전략적으로 박원순 후보를 선택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당원 및 지지자들도 여론조사 경선에서, 직접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 박영선이 아닌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다는 얘기다. 이유는 민주당이 지금처럼 현실에 안주하면 결국 한나라당에 정권을 다시 내주고 말 것이란 위기감이 깔려 있다.

민주당이 실질적인 변화와 혁신을 이루지 않는다면, 한줌도 안 되는 기득권을 지키고자 추한 모습을 보인다면 이에 실망한 국민들의 버림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면 그럴듯한 얘기도 없지 않다.

하지만 논란의 본질은 결국 ‘기득권 지키기’라는 게 언론의 시각이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만 현실은 자기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그렇게 해서 내가 당 대표가 돼야 하고 내가 국회의원 후보가 돼야 한다는 인식이 바탕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 이들을 향해 국민은 희망을 품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계속되는 ‘헛발질’ 때문에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하다지만, 열매가 온전히 민주당의 차지가 될 것이란 생각은 분명 착각이다.

   
경향신문 11월 25일자 사설.

 
한겨레 11월 25일자 사설.

국민은 민주당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골문 앞에서 단독 찬스를 만들어줬는데도 연이은 헛발질만 하면 그런 공격수에 믿음을 줄 수 있겠는가. 민주당이 국민의 눈을 의식해 자신을 던지면서 미래를 개척하는 선택을 할지, 한줌도 안 되는 기득권을 움켜쥐며 착각의 늪에 빠져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동시에 민주당을 비판하는 사설을 내보낸 까닭을 생각해봐야 한다. 언론의 쓴소리에 경청해 자신을 되돌아 볼 줄 아는, 실질적인 변화와 개선의 모습을 보이는 정당만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11월 25일자 사설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한나라당의 패착에만 기대어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환상이 당의 전열을 약화시키고, 대여투쟁의 본질을 흐려놓은 것이다.” 경향신문 11월 25일자 사설 <민주당, '이런 야당은 처음'이라는 탄식 들리나>

“지지 기반이 특정 지역 위주로 제한되고 젊은층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도 간단치 않다. 국민이 안철수 바람과 박원순 현상을 통해 민주당에 요구하는 것도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개방성과 역동성, 통합성을 회복하라는 것이다.” 한겨레 11월 25일자 사설 <민주당, 지금이 기득권이나 챙기고자 할 땐가>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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