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 급물살에 맨살 드러난 송수관로
등록 : 2013.08.08 19:56수정 : 2013.08.08 19:57 

8일 오전 경북 상주시 상주보 하류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병성천의 합류지점 인근에 4대강 사업으로 상주보 건설 및 대규모 준설을 한 영향으로 ‘역행 침식’이 일어나 묻혀 있던 상수도 송수관로가 겉으로 드러나자, 상주시가 보강 공사를 벌이고 있다. 상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민검증단 현장조사 사흘째
본류 준설로 상주 병성천 역행침식, 보호설비 유실로 3억 들여 또 공사, 하천둑 무너지고 다릿발 ‘아슬아슬’ 

경북 상주시 낙동강 중상류에 4대강 사업으로 지은 상주보 하류 쪽에서 낙동강에 합류하는 병성천의 제방에서는 8일 오후 ‘4대강 사업 뒤치다꺼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 안내 표지판에는 ‘하천에 매설돼 있던 송수관로가 4대강 사업에 따른 하천의 유속 증가로 노출돼 교체하고 있다-상주시 상수도사업소’라고 적혀 있었다. 표지판 내용이 4대강 사업의 후유증을 고스란히 시인하고 있었다.

이곳은 낙동강 본류와 지천인 병성천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병성천 상류로 1.5㎞ 지점이다. 얼마 전까진 지름 400㎜와 500㎜인 송수관들이 병성천을 가로질러 258m가량 묻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송수관 보호공 일부가 유실됐고, 상주시는 3억7000여만원을 들여 상수도 송수관로 정비 공사를 한창 벌이고 있었다. 제방에는 굴착기와 트럭이 오가고 있었고 흙이 담긴 포대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본류 바닥을 준설해 본류와 지천의 낙차가 커지자 이곳의 유속이 빨라졌고, 그 여파로 송수관로에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병성천은 4대강 사업 이후 양쪽 제방이 ‘역행 침식’으로 무너져 내리며 합류지점 하천 폭이 이전보다 20m가량 넓어졌다. 송수관로 공사를 하는 곳에서 300m쯤 상류 쪽으로 가자 자갈 등으로 제방 보강 공사를 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 애초 흙으로 된 제방이었는데, 100m가량만 자갈로 제방을 만들어놓았다. 한눈에 봐도 최근 제방이 무너져 내렸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제방 곳곳을 보강한 흔적이 남아 있었고, 굴착기 등 중장비는 대형 공사판을 방불케 했다. 4대강 사업을 아직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근처 상주시 낙상동 병성교는 아슬아슬했다. 길이 300m, 폭 9m인 병성교의 다릿발 아래쪽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빨라진 물살에 제방뿐만 아니라 병성천 바닥의 흙과 모래까지 하류로 휩쓸려 갔기 때문이다. 정수근 국장은 “합류지점에서 이만큼 떨어진 곳에까지 역행 침식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홍수가 나면 제방뿐 아니라 병성교마저 붕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꾸린 4대강 사업 국민 검증단은 현장 검증 사흘째인 이날 병성천 역행 침식 현장에 이어 낙동강 중상류인 낙단보(경북 의성군 단밀면 낙정리)와 상주보(경북 상주시 도남동) 일대도 조사했다. 이곳에선 상류 쪽에 영주댐을 지은 뒤로 지천인 내성천의 모래 퇴적량이 줄었고, 상주보 좌안의 계단식 콘크리트 옹벽에 일부 균열이 난 것도 발견됐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상주보 좌안에는 흙으로 된 제방이 있었는데 보의 거센 물살로 유실되자 콘크리트로 다시 제방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콘크리트 제방마저도 물살에 지반이 침하되며 아래로 꺼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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