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합목적성 상실, 보 철거해야 한다"
[인터뷰] 4대강사업국민검증단 현장조사 참여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
13.08.09 09:47 l 최종 업데이트 13.08.09 09:47 l 윤성효(cj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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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사업 검증을 위해 현장조사에 나선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가 6일 낙동강 창녕함안보를 찾아 녹조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김좌관(53)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4대강사업의 합목적성이 상실되었고, 어리석은 국책사업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강을 강답게 돌려 주어야 하는데, 1단계는 보 수문 개방이고 2단계는 국민의 동의 속의 보 철거"라고 제시했다.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은 지난 6일부터 오는 9일까지 낙동강·내성천·한강 일대 현장조사를 벌인다. 김 교수는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일대 조사에 합류했다. 국민검증단은 녹조, 세굴, 역행침식, 수변 생태계 교란 현상 등을 조사한 뒤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김좌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수질 악화 등을 지적하며 반대해 왔다. 토목 분야의 박창근(관동대)·박재현(인제대) 교수와 함께 4대강사업의 위험성을 처음부터 제기했던 대표적인 학자다. 김 교수의 주장처럼 지난해부터 이태 동안 낙동강엔 녹조가 창궐했다.

그는 부산환경운동연합 자문위원, 부산광역시 환경보전자문위원회 위원, 부산하천살리기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지냈고, 김두관 전 경남지사 때 만들어진 경남도 낙동강사업 조사특위 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이 낙동강 현장 조사 일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김좌관 교수로부터 수질 문제와 대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8일 김 교수와 나눈 이야기 전문이다.

"낙동강, 호소형 하천으로 바뀌어... 물 흐르게 해야"

- 이번 낙동강 현장조사 결과는?
"국민검증단이 낙동강 현장 조사에 나선 게 6~7일이었는데, 물 방류량이 많은 상황에서 수질 분석 데이터가 심각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최근 며칠 사이 물을 많이 방류했는데, 정부도 강을 강답게 물 흐름을 만들어 주는 게 수질 개선에 효율적이라 보고 대처를 한 것이다. 향후에는 보 수문 개방으로 이어져야 한다. 심각한 갈수기만 빼고 수문을 개방해서 물 흐름이 있도록 해야 한다. 여름에는 녹조, 겨울에는 규조류가 발생하는데, 근본 원인인 물의 체류 시간을 짧게 해주어야 한다."

- 낙동강 녹조는 왜 발생했나.
"4가지 요인으로 폭염으로 높은 일사량, 높은 수온과 인 농도, 체류 시간을 들 수 있다. 폭염은 여름마다 상시적으로 있어 왔고, 높은 수온도 당연하다. 인 농도를 낮추기 위해 정부는 4대강사업을 하면서 낙동강에 5000억 원을 들여 총인처리시설을 했지만, 만족스럽게 인 농도를 낮추지 못했다. 3가지 조건은 이미 낙동강에서 있었던 것이고, 4대강사업 뒤에 새로 생겨난 원인이 체류 시간이다. 낙동강에 8개의 보가 만들어져 체류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현재 낙동강에서 물 흐름을 빠르게 한다면 조류가 잘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마지막 관건이다."

-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최근에 낸 자료를 보면 '체류 시간 증가'가 녹조 발생의 한 원인이라 해놓았는데.
"환경부 장관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4대강사업 탓에 낙동강 수질이 악화됐다고 했다. 그것은 모든 전문가들이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상식적인 과학을 부정해 왔다. 낙동강에 8개의 보가 만들어져 있으니 당연히 유속이 완만해지고, '호소(호수)형 하천'으로 바뀐 것이다."

- 낙동강 물 정체 현상을 4대강사업 전후와 비교해 보면 어떤가.
"정부 자료에도 정체 현상이 9배 늘어났다고 해놓았다. 저수량 기준으로 볼 때 평균 10배, 보 구간에 따라 5~20배 내외로 유속이 느려졌다고 본다."

- 환경부는 낙동강 녹조 발생 원인이 폭염, 수온상승, 일조시간 증가, 적은 강수량 탓이라 하는데.
"물의 유속이 느려지면 수온 상승이 더 빨라진다. 단위 표면 면적당 일사량이 많아지면 수온이 더 빨리 올라간다. 결국 조류가 증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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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왼쪽)은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으로 민주당 이미경 국회의원, 허성무 경남도당 위원장 등과 함께 지나 6일 낙동강 합천보-함안보 사이 칠서취수장 상류에서 수질 분석하기 위해 고무보트를 타고 조사에 나섰다. ⓒ 윤성효

- 낙동강에 조류 대책과 관련해 장치나 시설물들이 새로 생겨났다. 어떤가?
"대표적으로 조류제거선이 들어섰다. 현재 합천보-함안보 구간에 조류제거선이 떠있다. 조류제거선은 상수원 호수에 주로 써 왔던 방식인데, 이제는 낙동강도 호수로 바뀌고, 조류가 증가하니까 궁여지책으로 도입한 것이다. 칠서취수장 등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강제순환장치(표면폭기기)를 새로 설치했다. 지난해부터 녹조가 심하니 도입한 것이다."

- 그런데 환경부나 한국수자원공사는 낙동강 녹조가 4대강사업 때문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22조 원을 쏟아 부으면서 했던 4대강사업은 수질개선과 수량확보가 가장 큰 이유였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 본류 구간에 취수장이 새로 만들어진 사례는 없다. 정부는 낙동강 물은 당장 쓰지 않더라도 향후 물 안보 차원에서, 수질이 좋지 않을 때 환경개선용으로 하겠다고 한다. 말이 안 된다. 많은 수량이 확보되어 있지만 녹조가 피기에 깨끗한 강물이 아니다. 환경개선용이 아니라 환경악화용이다. 정부 정책의 첫 번째 이유와 맞지 않는 것이다. 수질 개선을 위해 수량 확보를 했다고 하지만, 물이 고이게 해서 수질이 더 안 좋아진 것이다. 원래 목적을 상실했다. 녹조가 4대강사업 때문이라고 한다면, 사업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게 된다. 그렇게 하기 어려우니까 그런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조류경보 발령은 사후약방문... 지금은 '조용한 강'"

- 정부는 낙동강 함안보 구간에 지난 7월 30일부터 '조류 경보'를 시범 실시했다.
"현재 조류경보제는 수질및수생태계보존에관한법률에 따라 상수원수인 호소(호수)에만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낙동강에 시범 실시했다는 것은 상수원인 호수와 동일한 사항이 낙동강에 발생했다고 정부 스스로 보는 것이다. 이전에 강은 물이 흐르고, 여울도 쳤다. 그런데 지금은 '조용한 강'이다. 낙동강은 사실 사라지고 녹조가 가득 핀 '죽은 강'이다."

- 조류경보 발령이 대안이 되지 않는 건가.
"조류경보는 사후 대책이다. 녹조는 사전 대책이 효율적이다. 조류제거선도 거의 효과가 없다. 사후약방문은 효과가 높지 않고 한계가 있는 대책이다."

- 사람들은 낙동강 녹조에 독성이 있느냐에 관심이 높다.
"정부 자료를 보면 독성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남조류는 4개 종이 있는데, 흔히 마이크로시스티스가 1cc당 5000cell/mL 정도 있다면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1ppb 정도 나온다. 환경부는 낙동강에 남조류가 발생했지만 독성 물질은 없다고 한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급성 간독성을 일으킨다. 지금은 낙동강에서 물놀이는 절대 자제되어야 한다."

- 취·정수 과정에서 독성 물질은 걸러지나.
"고도정수처리 과정에서는 독성 물질은 걸러진다. 부산(물금·매리), 대구, 창원(본포·칠서) 취·정수장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인데, 구미는 일반정수공정을 하고 있다. 일반정수공정 과정에서도 독성이 제거되지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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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에 녹조가 상류는 물론, 중류와 하류에도 창궐하고 있다. 사진은 7월 30일 경남 합천-경북 달성 사이 우곡교 아래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해 있는 모습. ⓒ 윤성효

- 독성 물질이 있는 물을 동물이 먹거나 농작물에 사용해도 괜찮은지.
"농작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자료는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러나 동물에게는 영향을 미친다. 호주에서는 소가 떼죽음을 당한 사례가 있었다. 소가 그 물을 바로 먹으면 안된다."

- 지금까지는 남조류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경남권에는 없었고 부산에만 있었는데.
"이전에 낙동강 하구언으로 인해 하류인 물금(양산), 매리(김해), 삼량진(밀양)에 녹조가 발생했고, 마이크로시스티스 검출 여부를 분석할 필요가 있어 오래 전부터 부산상수도사업본부 산하 수질연구소에 관련 분석시설을 갖추었다. 낙동강 중·상류에는 그 성분의 물질을 분석하지 않아도 되기에 분석시설을 갖출 필요가 없었다. 4대강사업으로 남조류가 북상하니까 이제는 중상류권에도 그런 분석시설이 필요하다."

- 최근 한국수자원공사는 남강댐 등을 통해 낙동강 방류량을 늘렸는데, 녹조 제거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일시적으로는 가능하다. 원래 위에서 깨끗한 물을 흘러 보내서 수질 개선을 하는 방식은 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갈수기에는 상류도 물이 부족해 내려 보낼 수조차 없게 된다. 그러니까 녹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늘 물이 흐르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과 함께 조사위 꾸려야... 검증과 복원까지 해야"

- 낙동강 녹조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나.
"엊그제 장마가 끝나고 이제 폭염 시작 아니냐. 녹조는 9월까지 간다고 본다."

- 4대강사업을 하면 녹조가 발생할 거라고 이전부터 지적해 왔다. 실제 그런 상황이 되니 어떤 생각이 드나.
"4대강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 했다. 운하를 하기 위해 4대강사업을 터무니없이 변질 시켰다. 지금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사업조사위원회가 구성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전향적으로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조사위원회는 시민사회, 국민검증과 함께 해야 한다. 이미 감사원이 4대강사업은 운하사업의 전단계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나. 지금은 검증과 더불어 복원까지 나아가야 한다. 조사위원회가 국민과 함께 하면서 검증과 복원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녹조 대책은.
"1단계는 보 수문 개방이고, 2단계는 보 철거다. 낙동강의 8개 보는 수질뿐만 아니라 유지관리와 안전성 등 문제가 심각하다. 4대강사업의 합목적성이 상실됐다. 그렇기에 강을 강답게 되돌려야 한다. 국민 동의 속에 보를 철거해야 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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