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으로 변한 금강... "이건 국가범죄다"
[현장-4대강] 잡초는 키 높이로 자라고, 운동기구는 야생동물의 놀이터로
13.08.09 14:24 l 최종 업데이트 13.08.09 14:24 l 김종술(e-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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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 이렇게 만들겠다고 청사진을 펼쳤지만(맨 위의 사진), 현실은 잡초가 우거지고 야생동물의 배설물만 가득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혈세만 낭비되었다. ⓒ 김종술

"유지관리가 어렵고 쓸모없는 사업이라고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했던 4대강 사업이 천문학적인 세금만 잡아 먹었다. 끝내는 공원에 설치된 시설물은 부서지고 방치되면서 잡풀만이 뒤덮였다. 설치하고 인간의 손길 한 번 닿지 않은 운동기구는 야생동물들의 쉼터가 돼 발자국만 가득하고, 풀들은 키 높이를 넘어, 아프리카 초원에 와 있는 느낌이다."

한낮 기온이 33.7℃까지 올라간 8일,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과 김성중 간사와 함께 금강의 4대강사업 현장을 찾았다.

오전 9시 전북 익산시 웅포대교. 이곳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준설이 많이 이루어진 구간으로, 썰물의 영향인지 유속이 빨라지면서 교각보호공이 깨지고 틈이 벌어져 있었다. 더욱이 호안에 깔린 저수호안 사석(제방 및 다리의 교각을 보호하기 위한 수변가에 설치된 사석)마저 길이 50m, 너비 2~3m 정도가 유실된 채 방치됐다. 웅포대교 우안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사석은 사라지고 철근에 엮인 돌망태마저도 유실돼 버렸다. 강의 중간쯤에서는 재퇴적으로 모래톱이 생겨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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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산시 웅포대교 교각보호공이 깨지고 주저앉으면서 교각의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 김종술

인근 자전거도로도 살펴봤다. 금강하굿둑 17km 지점에는 경사도가 높은 산허리를 잘라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공사 당시부터 낙석위험 구간으로 표지판이 세워질 정도로 자갈과 흙들이 굴러떨어졌다. 자전거 이용객의 휴식을 위한 정자의 쓰레기통에는 어울리지 않는 소줏병만이 가득 차 있었다.

인근 부여군 시음지구에서 황포돛배 유람선 선착장까지 물가에 심어진 회화나무 50여 그루는 모두 죽어 버렸다. 주차장은 지반이 가라앉으면서 울퉁불퉁하게 변하고 망초만이 가득한 공원으로 변했다. 이곳에 설치된 운동기구에는 거미줄이 쳐지고 주변에는 야생동물들의 흔적만이 가득했다. 황포돛배(서동호) 19톤을 운행한다고 알린 표지판 뒤로는 금강수상레저타운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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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공간에 부여군이 황포돛배를 운행을 위해 시설물을 설치했지만, 이용객이 없어 문을 닫아 놓았다. ⓒ 김종술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을 찾았다.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과 드라마 <추노>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은 4대강 사업 당시 갈대밭 사이로 보행로를 만들고 데크를 설치하면서 벌개이취, 부들, 애기부들, 세모고랭이, 꽃창포, 억새, 느티나무, 이팝나무, 회화나무 등을 심어 인공생태공원을 만들었다.

공사 당시에 금강유역 환경단체들은 생태하천 조성공사로 전국 4대 갈대밭으로 꼽히는 신성리 갈대밭이 훼손될 우려가 있고 산림청 희귀 및 멸종 위기 식물 194호로 지정된 모새달의 자생 군락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공사 중단을 요청하는 성명을 냈다(관련 기사 : "4대강 사업으로 법적 보호종 모새달 군락지 훼손").

그러한 우려는 현실이 돼 있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태하천에서 제대로된 식재들은 찾기 힘들었다. 사람 키 높이만큼 자란 수풀을 헤치고 들어간 보행로에서 의자 및 놀이시설 등 시설물은 보물찾기하듯 하나둘 찾아내야 했다. 데크로 설치된 시설물도 사람이 찾은 흔적은 없이 야생동물의 배설물만 가득했다.

이후 찾아간 서천군 와초지구에는 조경수가 고사했고, 부여군 사산리 하황지구는 잡풀만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강 건너편 현북양수장 데크는 일찌감치 부서지고 깨져 보강 공사를 끝냈지만, 중간 지점에 있는 데크들은 여전히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또, 공원 전 구간의 후미진 곳에는 술병이 나뒹굴고 각종 휴지와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민가와는 2~3km 정도 떨어진 곳들이라 이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 범죄의 온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올 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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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숲 사이에 방치된 벤치 ⓒ 김종술

양흥모 처장은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하면서, 1년도 안 돼 모든 시설물을 폐허로 만들어버린 것은 국가의 범죄로 보인다"며 "유지관리를 위해서 천문학적인 예산이 또 투입돼야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접근성이 좋은 시내권을 제외한 구간의 시설물은 다 철거하는 게 혈세 낭비를 막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들의 접근성도 떨어지고 외진 곳에 방치된 시설물은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루라도 빨리 철거하는 것이 지역민을 보호하는 것"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부여군 담당자는 "(조경수) 하자보수 기간이 2년이라 시공회사에 하자보수 요청을 했는데 늦어졌다"고 밝혔다. 황포돛배에 관해서는 "업체가 경영상 어려움으로 운행을 중단하고 있지만, 가을에 신성리 갈대밭에 관광객이 늘어나면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물 유지관리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물 위주로 관리하고 있지만, 민가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관리를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천군 담당자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 2명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바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금강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도 취재를 시도했지만 "담당자가 출장 중"이라는 답변만을 받았다. 웅포대교 보호공 유실과 관련해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 답변을 요청했지만 "4대강(금강) 사업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담당하니 그쪽에 문의하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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