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729205804436?s=tv_news


'장마·폭염·코로나19' 위험 속 쪽방촌

이미경 입력 2020.07.29. 20:58 수정 2020.07.29. 21:01 


[뉴스데스크] ◀ 앵커 ▶


쪽방촌 사람들에게 코로나 19와 함께 찾아온 폭염은 그 어느때보다도 위협적입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방, 서로 마주치지 않는 게 최선의 방역 이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 앵커 ▶


코로나 19로 하루 벌이 일마저 끊기면서 수입이 없다보니 한끼라도 먹으려면 급식소 앞에 긴 줄을 서야 합니다.


코로나19 속 쪽방촌의 풍경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쥐도 왔다갔다하지 바퀴벌레 있지


한 명이라도 걸리면 전체가 다 위험한 수준이니까


일거리가 조금씩 줄어들어요


내가 어쩌다 이런데 와 있나...


빌딩 숲 뒷골목을 따라 들어가자 다닥다닥 붙은 집들.


서울의 대표적인 쪽방촌인 동자동입니다.


김춘학 씨는 막노동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몇 안 되는 이곳 주민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일자리는 아예 끊겼습니다.


방세는 몇 달째 밀렸고 200만 원 보증금은 이미 다 까먹었습니다.


가끔씩 인력사무소에 들러 일자리를 구해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김춘학(가명/56세) 동자동 쪽방주민] "아예 일이 없어요. 그래도 매일 나가보는 거죠. 매일 나가도 주어지는 일이 없으니까…"


하루 한끼라도 먹으려면 무료 급식소를 찾아야 합니다.


[김춘학(가명/56세) 동자동 쪽방주민] "하루에 한 끼 먹을 때도 있고 두 끼 먹을 때도 있고, 급식소에 가면 아침, 저녁은 주니까."


하지만 급식소를 찾는 심정이 편하진 않습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해 상당수 무료급식소가 운영을 중단하면서 문을 연 곳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료 급식소 찾은 시민] "하루에 한 2~300명 정도 왔다갔다하는데 (최근엔) 350명에서 400명 정도…"


비 오는 날에도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야기하는 건 사치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불안까지 사라진 건 아닙니다.


[무료 급식소 찾은 시민] "불안해요. 오면서도 날씨도 덥고 지저분하고 그러니까… 죽지 못해 사는 거죠. 한마디로"


또 다른 쪽방촌.


성인 남성 한 명이 누우면 빠듯할 공간에, 전기밥통, 냉장고 같은 세간살이와 박스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습니다.


올해 예순 여섯 살 최진만 씨는 사업에 실패해 노숙을 하다


재작년 이곳, 쪽방에 들어왔습니다.


[최진만(가명/56세) 양동 쪽방주민] "(사업을)하다가 쫄딱 망해서 갈 데가 없어서 노숙하다가"


장마철이 오면서 햇볕 한자락 받지 못한 방에선 곰팡이가 피고 수십 명이 함께 쓰는 건너편 공용 화장실에서 악취가 밀려오지만, 높은 습도에 문을 닫고 지내는 건 꿈도 꾸기 힘듭니다.


[최진만(가명/56세) 양동 쪽방주민] "냄새나고 그래도 할 수 없지 어떻게 해"


바퀴벌레는 놀랍지도 않습니다.


[쪽방주민] "이런데 보세요. 뭐 꺼내다보며 바퀴벌레 시체가 막 떨어지고 그래요. 같이 공생이죠 뭐"


"어 바퀴벌레다!"


[쪽방주민] "한마리 지나갔어. 약 뿌려도 소용없어요. 하도 많아서…"


[쪽방주민] "여기 떨어지잖아요. 천정에 보이잖아요. 물이 떨어지는게"


불쾌하고 밀집된 환경 속에 오래 놓인 사람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비켜! 이 새X야! 어디서 왔어? 허락받았어? 넌 뭔데 덩달아 XX이야! 알았어, 미안해!"


주민들이 이런 환경과 코로나에 대처하는 법은 비좁은 방을 나가지 않고 견디는 겁니다.


[임수만(63세) 동자동 쪽방주민] "다 지병들이 있고, 나도 있잖아… 다 좁게 사니까, 한 사람 나오면 전체가 다 (감염될) 확률이 있잖아요."


[김춘학(가명/56세) 동자동 쪽방주민] "그냥 방에서만 독방 생활해야… 혼자 이렇게 앉아 티브이하고 대화를 해야 돼."


하지만 이런 주민들과 달리 비가 오는 쪽방촌 인근 공원에는 대낮부터 옹기종기 모여 술을 마시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위협에 무더위 쉼터가 반 이상 줄면서 폭염도 고스란히 버텨야 하는 처집니다.


지난해 여름, 서울시 지표면 온도를 측정한 위성사진 속 쪽방촌 밀집 지역 온도는 평균 40도를 웃돌았습니다.


[김춘학(가명/56세) 동자동 쪽방주민] "찜질방하고 똑같아요. 후끈후끈해요. 수건으로 몸 한번 닦고 자야지 새벽 되면 열기가 가라앉으니까 그때 눈 좀 붙이고… 어쩔 수 없어요. 견뎌내야지."


이런 상황에도 다행히 쪽방촌의 코로나19 확진 사례는 1건만이 알려졌습니다.


80대 후반 여성이 쪽방에 입주한 지 일주일이 안 돼 감염된 겁니다.


[이동현/홈리스연대 상임활동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 안에서 활발히 움직이지 않았고, 주민들과 접촉이 많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조건이었었죠"


선제적 대응을 한 지자체도 있습니다.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했던 대구시.


유엔과 OECD에서 권고한 대로 빈 여인숙이나 여관을 통째로 임대해 쪽방촌 주민들이 혹서기 4개월 버틸 임시 거처를 마련했습니다.


낡고 허름하지만 방마다 화장실이 붙어있어 주민 간 접촉 위험도는 낮아졌고, 감염 발생 시 자가격리도 가능합니다.


비용은 적십자사 코로나성금을 활용했습니다.


[권혁찬/대구 격리시설 거주민] "(쪽방촌) 식구들만 해도 17명 식군데, 한명이라도 걸리면 전체가 다 위험한 수준이니까 당시에는 겁이 많이 났죠."


이곳 생활은 많이 편합니다.


하지만 이런 쪽방마저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민간재개발이 예정된 서울 양동 쪽방촌.


갖가지 이유로 반 이상의 건물이 폐쇄됐고 이곳의 주민들은 더 밀집된, 더 작은 쪽방촌으로, 코로나 위험 속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권영태 (76세) 양동 쪽방 주민] "셀수가 없어요. 어떨 때는 1년 있다가도 나가야되고… 돈이 없잖아요. 쫒겨나야지."


[최진만(가명/ 56세) 양동 쪽방주민] "(다른 쪽방 구하기가)생각보다 쉽지가 않지. 해보는 데까지 해보다가 안되면 다시 노숙생활 하는 거야."


거대한 빌딩 숲 아래, 가장 낮은 쪽방촌에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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