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74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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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경찰서장 때린 사람은 경찰?
[하니Only] 허재현 기자   등록 : 20111128 11:54
   
누리꾼, 증거 사진으로 제공한 폭행 시민이 실제로는 경찰관이라는 주장 제기
진입 이유 “의원들이 오라고 해서”라 주장, 의원 쪽은 요청한 적 없어 ‘음모론’도 모락모락

≫ 서울경찰청이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을 때리는 시민들이라며 26일 밤 언론에 긴급 배포한 사진. 그러나 박 서장의 머리를 짓누르는 갈색점퍼 남성의 손은 경찰의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28일 종로경찰서장 폭행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언론에 증거 사진으로 배포한 사진 속 폭행 시민이 실제로는 경찰관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사진에는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의 머리를 짓누르는 한 남성(갈색점퍼 착용)의 손이 나오는데 이는 박 서장의 머리를 보호하려는 경찰의 손이라는 것이다.
 
누리꾼 ‘eig***’가 경찰이 배포한 사진과 <칼라 TV>가 공개한 영상을 검토해 27일 올린 블로그 글( http://www.todaysppc.com/mbzine/bbs/141482.php )을 보면, 경찰이 박 서장을 때린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이 남성은 시종일관 박 서장을 보호하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이 남성은 박 서장이 시위대에 들어갈 때부터 박 서장 바로 옆에 붙어 있는데 시종일관 한쪽 손을 든 상태에서 박 서장의 머리가 가격당하지 않도록 보호했다. 만약 이 남성이 박 서장을 공격하려는 시민이라면 주변에 있던 경찰들이 이 남성을 제지해야 하는데 주변 경찰들은 이 남성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러다 결정적 순간에 이 남성은 왼쪽 손으로 박 서장의 머리를 짓누르는 듯한 행동을 하는데 이 장면을 두고 누리꾼 ‘eig***’는 박 서장을 때리려던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박 서장의 머리를 때리지 못하게 일부러 머리를 숙이도록 보호하는 장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 언론은 이 사진을 근거로 시민의 경찰 폭행을 속보로 전했다. 이 누리꾼은 “찌라시(언론) 말대로 이 사진이 경찰 서장 폭행하는 것이라면 경찰서장이 경찰에게 쳐맞았음. 뭐 이럼? 당나라임? 찌라시들(은) 알면서 의도적으로 편집했다”고 주장했다.

≫ 박 서장을 때린 것으로 의심받는 갈색점퍼 남성(빨간 원)은 시종일관 박 서장 주변을 따라다니며 박 서장을 보호했다. 칼라 TV 제공

경찰은 이례적으로 신속한 수사를 벌여 27일 박 서장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는 50대 남성을 긴급 체포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박 서장이 무리하게 시위대 안으로 돌진한 이유를 놓고 계속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을 만나려 했다는 박 서장의 말을 받아들이더라도, 정당연설회를 하고 있는 의원들의 차량 쪽으로 가려면, 시위대 안으로 들어갈 게 아니라 시위대 바깥으로 에둘러 돌아갔으면 되는데 박 서장은 굳이 정면돌파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조현오 기획, 박건찬 주연, 헐리우드 액션막장 드라마”, “종로경찰 서장 셀프 폭행” 이라는 글을 올리고 있다.

또 의원들이 이날 박 서장에게 시위대 안으로 들어오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는 것도 의혹을 키운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정동영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의원들을 만나고 싶다”고 먼저 요청한 쪽은 박 서장이다. 밤 9시30분께 사복경찰 한 사람이 의원들을 찾아와 “종로경찰서장이 뵙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우리가 지금 시위대 바깥으로 나갈 수 없으니 곧 대화상대를 지정해 알려주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박 서장은 누군가와 통화를 한 뒤 곧바로 시위대 안으로 들어오고 문제의 봉변을 당했다. 박 서장을 보호하던 한 경찰은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의원들이 오라고 해서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2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는 박 서장더러 시위대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 적 없다. 경찰이 시민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려고 공작을 기도한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박 서장의 이날 행동의 배후가 누군지 국회 청문회를 통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강덕 서울경찰청장은 28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시위대의 인권을 고려해 최근 물대포 사용을 자제했는데, 26일 물대포를 쓰지 않아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건을 물대포 재사용 근거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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