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로경찰서장 폭행자 지목된 사람은 종로서 강력팀 형사였다
종로서 신원 확인, 경찰관이 폭행자로 돌변..."왜 폭행사진 됐는지 의문"
조한일 기자 jhi@vop.co.kr  입력 2011-11-28 13:58:47 l 수정 2011-11-28 15:17:01

서울시경찰청이 배포한 종로서장 '폭행사진'
서울시경찰청이 배포한 종로서장 '폭행사진' ⓒ제공=서울시경찰청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이 한미FTA폐기 집회 현장에서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서울경찰청이 사실 확인 과정도 거치지 않은 사진을 폭행에 대한 증거자료로 언론사에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이 배포한 사진에서 '폭행자'로 지목된 인물은 종로서 형사로 밝혀졌다.

서울경찰청은 '종로서장 폭행 논란'이 발생한 다음 날인 27일 오전 '서울종로서장 폭행 장면 사진 및 동영상'이라는 제목으로 몇 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언론사들에 배포했다. 해당 사진에는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의 머리를 짓누르려는듯한 한 남성의 손이 포착돼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 부분을 빨간색 동그라미를 쳐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보수 일간지 등은 28일자 조간에서 일제히 해당 사진을 폭행의 증거로 제시하며 사설까지 동원해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켰다. 또한 이번 사건을 무기력한 대한민국 공권력의 현주소와 법을 우습게 아는 ‘시위꾼’들의 폭력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며 한미FTA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맹공했다. 

조선, 중앙, 동아 28일 1면. 보수언론은 28일 일제히 종로서장이 '폭행당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조선, 중앙, 동아 28일 1면. 보수언론은 28일 일제히 종로서장이 '폭행당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페이스북 김진규

경찰청도 보도자료를 통해 “종로경찰서장이 야5당 대표를 만나러 가던 중 폭행사건이 발생했다”며 “채증자료를 바탕으로 폭력가담자를 밝혀내 구속수사하고 집회 주최자에 대해서도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는 김모(54)씨를 박 서장을 폭행한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민중의소리>가 확인한 결과 서울경찰청이 배포한 사진에서 지목된 시민은 종로경찰서 강력팀 소속 경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사진 속의 인물은 종로서 강력팀 소속 직원”이라며 “해당 사진이 왜 폭행사진으로 설명이 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중의소리>에 포착된 연속촬영사진에서 해당 경찰관은 지속적으로 종로경찰서장의 얼굴을 가리고 보호하려했다. 이 과정에서 박 서장의 얼굴을 감싸는 장면도 등장한다. 해당 경찰관은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 것 뿐이었다. 이 장면이 서울경찰청이 사진을 배포하고 보수언론이 보도하는 과정에서 '폭행'으로 돌변한 것.

종로서장 집회 진입 장면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이 26일 한미FTA 폐기 집회 대열 중간으로 들어가 물의를 일으킨 상황. 조선일보는 28일자 1면에 박 서장의 얼굴을 갈색점퍼를 입은 남성의 손이 감싸쥐는 장면의 사진을 게재하며 '머리를 때렸다'고 보도했으나, 해당 남성은 종로서 형사로 밝혀졌다. 민중의소리가 연속촬영한 당시 장면을 보면, 해당 남성의 손은 지속적으로 박 서장의 얼굴을 감싸며 박 서장을 보호하고 있었다. 경찰관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했을 뿐인데, 보수언론의 보도로 일순간 서장을 폭행한 것으로 둔갑했다. ⓒ조선일보1면 촬영,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이와 관련 서울시경찰청 관계자는 “언론에 배포한 사진 속 동그라미 표시는 폭행 장면을 표시한 것이 아니었다”며 “박 서장이 여기 있다는 것을 표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조한일 기자jhi@vop.co.kr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