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402215034774?s=tv_news


[르포] 강제징용 조선인 1만여 명 희생..유해발굴 현장 가보니

이지은 기자 입력 2020.04.02 21:50 수정 2020.04.02 22:40 


[앵커]


1945년, 태평양 전쟁이 벌어진 오키나와의 한 공원입니다. 당시 전쟁에 강제로 동원돼 희생된 조선인 만여 명 가운데 기록이 남은 건 5백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이마저도 유해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유해 발굴 현장을 추적했습니다.


[기자]


지금은 우리에게 휴양지로 알려진 오키나와 모토부 항구입니다.


잔잔한 옥색 바다가 펼쳐진 이곳은 2차 대전 당시 치열했던 전쟁터였습니다.


2년 전 일본의 한 시민단체가 발굴한 미국 라이프 잡지의 사진입니다.


한 미군이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비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진 속 비석에서 창씨 개명을 한 조선인 2명이 눈에 띕니다.


[오키모토 후키코/강제징용 연구자 : 모토부정 교육위원회에서 발행한 지역 역사사진집에 이 사진이 있었고, 어느 군 소속인지 자료를 찾기 시작했어요.]


90년 넘게 이곳에 살았던 주민도 당시 시신들을 목격했다고 말합니다.


[나카무라 히데오/주민 : 저기서 (군인들이) 불을 피우고 있었고 한쪽에 시신이 있고 하니까, 시신을 태우는 게 아닌가 생각을 했어요.]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이들은 조선에서 강제 징용된 20대 남성, 김만두 씨와 명장모 씨.


1945년 1월 22일, 일본 보급선 히코산마루호에 탔다가 미군 격침에 사망했습니다.


[김정희/김만두 씨 조카며느리 (경남 통영시) : 우리 시아버님과 같이 끌려가셨는데, 시아버님은 어떻게 해서 돌아오셨고요. 약주만 드시면 나쁜 O들, 일본 O들이라고.]


한국과 일본, 대만 시민단체들은 사진과 증언을 단서로 이들의 유해를 찾기 시작됐습니다.


75년이 지난 지금, 이 묘표가 있었던 곳은 모토부항 인근의 한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이 사진 속 이름 명장모, 김만두 두 명의 유골이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입니다.


발굴 첫날, 사진 속 배경으로 보이는 섬을 기준으로 위치를 추정했습니다.


중장비부터 호미까지 동원됐지만, 바위가 많아 발굴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발굴 마지막 날, 바위틈 사이에서 사람 뼈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습니다.


[박선주/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 팔뼈(로 보이는데) 저건 굉장히 오래된 뼈들인데, 쪼개진 것들, 깨진 것들, 그중에서 뼈가 타서 그런 것일 수 있어요.]


하지만 바위틈 깊숙하게 박혀 있어 꺼내진 못했습니다.


민간인 소유 토지로 발굴 기간을 연장할 수도 없어 다음 발굴을 기약했습니다.


[명성훈/명장모 씨 조카 (전남 광양시) : 아버지와 같이 묘소에 모시려고 생각하고 있죠. 형제간이니까.]


일본 정부는 4년 전부터 태평양전쟁 참전자들의 유골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인이 아닌 유해는 소각하거나 방치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강제로 끌려갔다 돌아오지 못한 조선인은 20여만 명.


75년이 지나도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은 힘이 듭니다.


(화면제공 : 국가기록원)

(VJ : 손건표 / 영상디자인 : 신재훈)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