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길들이는 박근혜, 4대강 사업 수사에도 '태클'?
감사원보다 못한 검찰 수사…3단계 중 1단계 마쳐
박세열 기자  기사입력 2013-09-24 오후 6:24:38 

 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가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입찰 담합 사건 수사 결과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는 기업 비리에 한정된 수사 결과였다. 이제 과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입찰 담합을 고의적으로 방조한 세력이 있는지, 그로 인해 이익을 얻은 정관계 인사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운하(4대강사업) 추진 세력, 그리고 대기업 건설사 간의 '가교' 역할을 했던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장석효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검찰이 '향후 수사 과제'로 걸어놓은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문제는 권력의 의지다. 최근 4대강 사업 비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는 '덮고 가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감사원의 수장이었던 양건 전 감사원장을 '외풍'을 동원해 밀어낸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는 4대강 사업 추진에 책임이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 '구(舊) 친이계' 세력들의 '반란'을 잠재우기 위한 '권부'의 조치였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 '박근혜와 그의 참모들', 박근혜 대통령 오른쪽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리해있다. ⓒ연합뉴스

총리실이 약속한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 구성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대선 토론회 과정에서 공약한 4대강 사업 평가의 근본 의지마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운하 찬성론자인 장승필 서울대 명예교수를 조사평가위원장에 앉히려다 실패한 일이다. 장 교수는 특히 대운하 및 4대강 사업 설계업체인 유신코퍼레이션(이하 유신) 사외 이사를 맡았던 인사여서 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유신은 4대강 사업 비리의 핵심 고리로 지목되고 있는 장석효 사장에게 1억 원에 가까운 금품을 건넸던 회사다. 유신은 지난 8월 8일 회삿돈을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돈이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는 향후 검찰 수사의 큰 과제 중 하나다.

이런 부분 때문에 총리실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의도적으로 보이는 구멍'이 뚫렸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내면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대선 승리에 일조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오죽했으면 "총리실도 4대강 사업의 진실을 덮는 데 일조했다"며 "총리실도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박근혜 정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정확히 말하면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정권의 핵심인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 '공안 검사 라인' 및 군부가 주축이 된 '박근혜 권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특히 4대강 사업 수사를 진행했던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해 박근혜 정부 핵심 권부가 흔들기 '총력전'에 나선 부분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정치적 중립성을 요하는 검찰 조직 장악에 두 팔을 걷고 나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권력의 입맛에 맞도록 수사가 축소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전임 정권 때리기로 '전시 효과'를 톡톡히 본 박근혜 정부는 4대강 사업의 부실을 적당한 선에서 매듭지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보다 못한 검찰 수사, '박근혜 권부(權部)' 압박 속 진상 규명 가능한가?

이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이번 검찰 수사는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토부의 4대강 사업 담합 의혹 방조 정황을 적발해낸 감사원의 3차 감사 결과에 비춰봤을 때 실망스럽다. 4대강 사업 비리의 세 축은 '정-관-건설사'다. 이번 수사 결과 발표는 건설사 비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담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관'의 방조가 있어야 하는데, 건설사와 '관'의 관계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미 감사 결과를 통해 '관'의 연루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프레시안>이 입수한 감사원 건설환경감사국 제3과가 감사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돼 있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토부의 담합 유도 여부를 조사하던 중 1차 턴키 평가위원 선정을 위해 국토부에서 2009. 8. 26 대한토목학회 등 16개 기관에 보낸 공문에 1차 턴키공사 입찰참여업체 중 들러리가 아닌 실제 경쟁업체는 진한 글씨체로 표시되어 있는 등 공정위가 조사한 담합구도 및 실제 낙찰자를 낙찰자가 선정(2009. 9.30) 되기도 전에 이미 파악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확인하였는데 이 자료는 담합을 주도한 특정 건설회사가 작성한 자료와 유사하였습니다."(☞ 관련기사 : "MB 정부, '대운하 담합' 방조자인가, 공범인가")

이는 담합 과정에서 국토부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이를 밝혀내는 것은 검찰의 과제다. 두 번째로는 '정'의 문제다. 대운하 자체가 정치적으로 탄생한 산물이니만큼, 대운하 사업 추진 과정에서 '관'과 건설사를 컨트롤한 것은 MB를 정점으로 둔 '정치권'이었다.

이날 발표된 수사 결과가 단순 기업 비리 적발에 관한 것이었다면 앞으로 △담합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차원의 방조 내지는 적극적 협력이 있었는지 여부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조성된 비자금들이 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에게 뇌물로 제공됐는지 여부 등 비자금을 이용한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남아 있다. 3단계 중 이제 1단계 수사를 마친 셈이다.

과연 검찰이 검찰 조직 장악을 시도하는 권력의 손을 뿌리치고 이명박 정부 최대 '실책'인 4대강 사업 비리 의혹의 핵심을 규명해낼지 주목된다.
 
/박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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