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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 똥물 투척사건 12년 흘렀는데 견고한 ‘기자단 카르텔’

부천시 기자, 일간지 중심 기자실 독점에 항의하다 폭행 피해… 지역도 기자단 문제 ‘골머리’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승인 2020.07.22 11:09


한 지역지 기자가 전국·광역 기반 일간지 기자들이 형성한 ‘기자단 문화’에 항의하다가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도 부천의 인터넷매체 ‘더복지타임즈’의 A기자는 지난 6월17일 부천시청 기자실에서 선경일보 B기자와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B기자가 A기자에게 기자실을 나가달라고 요구하면서 언성을 높이다 A기자가 나가지 않으니 주먹으로 치려는 위협까지 한 것이다.


기자실 사용이 발단이었다. 부천시청 브리핑룸 한켠엔 칸막이 있는 책상 10여개가 ‘송고실’이란 이름으로 마련돼있다. 송고실을 쓰려던 A기자가 자리에 있던 B기자에게 명함을 건네자 B기자는 ‘주간신문기자는 나가달라’고 밝혔다. 이에 A기자가 ‘브리핑룸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고, 당신이 이곳을 전세 낸 것도 아니’라며 반발하자 거친 언쟁이 시작됐다.


▲ 2008년 8월1일 부천시청 기자단 내 인분 투척 관련 사건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보도.

▲ 2008년 8월1일 부천시청 기자단 내 인분 투척 관련 사건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보도.


갈등은 20여일 후 폭행 사태로 번졌다. B기자와 같은 기자단에 속한 경도신문 C기자가 부천시청 인근에서 A기자 멱살을 잡고 밀쳐 타박상을 입혔다. A기자가 쓴 기사에 항의하다 흥분해 물리력을 행사한 것.


A기자는 6월의 일을 비판기사로 썼다. C기자가 반발한 부분은 2008년 부천시청 기자실의 ‘똥물투척’ 사건이다. A기자와 똑같이 기자실 출입을 제지당한 한 기자가 억울함의 표시로 기자실에 인분을 뿌린 사건이다. A기자는 기사에서 인분을 뿌린 기자가 “관과 유착해 각종 이권 개입 등 불법을 일삼는 부천시 출입기자단이란 사조직을 응징한다”고 말한 대목을 보도했다. 이에 C기자는 “사건 당시 내가 부천시 출입기자단이었는데 나를 모욕했고 기자단 전체를 매도했다”며 항의했다.


강도높은 폭언도 나왔다. C기자는 A기자에게 “너 몇 살이냐. 내가 돈이 없어 너를 못 죽인다”거나 “패 버리겠다”, “양아치 새끼” 등의 욕설도 수차례 했다. 실랑이는 30여분 지속됐다.


‘기자단’ 둘러싼 갈등 전국에서 진행 중


기자실 사용을 둘러싼 갈등은 부천시에서 계속 발생했다. 2008년 인분 투척까지 벌어져 기자실이 브리핑룸으로 개방됐지만 차별은 그대로였다. 지난해 경도신문 측은 한 인터넷매체 기자와 같은 이유로 몸싸움을 했다. 수년 전에도 또 다른 인터넷매체 기자가 기자실을 쓰지 못하게 하는 기자를 때리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기자실을 나가라고 제지하는 과정에서 말싸움은 흔히 일어났다.


부천지역 기자 D씨는 “기자단 밖의 기자들 불만이 팽배하다. 지정석이 아닌 자유석을 주요 일간지 기자들이 자기 자리처럼 쓴다. 다른 기자들이 쓰면 ‘앉지 마라’, ‘왜 왔느냐’라고 눈치를 주거나 시비를 건다. 기자들은 자연스럽게 발길을 끊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기자단은 보통 전국 및 광역 지자체 단위의 매체 기자들 모임이다. 부천시청 경우 일간경기, 경기신문, 경기일보, 신아일보, 선경일보 등 11곳과 주요 방송사 등이 있다. 부천시청에 등록된 출입 언론사는 109개, 취재 기자는 159명이다. 기자단 아닌 90여개 매체 기자들은 기자실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


기자단 밖 기자들은 지자체가 기자단을 제지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기자단은 법적 권한이 없는 임의단체인데도 그들에게 기자실 운용을 맡기고 있단 지적이다. 예로 경기 시흥시는 기자실 사용권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브리핑룸을 전면 개방해 모든 취재진에 공평히 제공했다. 당시 기자들이 협박 전화를 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지만 원칙을 고수했다.


▲ 부천시청 기자실 풍경. 사진 출처=더복지타임스 제공

▲ 부천시청 기자실 풍경. 사진 출처=더복지타임스 제공


기자단을 둘러싼 지역기자들 갈등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2011년 초 익산시청 기자실엔 ‘대못’이 박혔다. 시청의 공보 지원을 기자단만 누리는 상황이 누적되자 군소 매체 기자들이 기자실 문에 못을 박고 출입을 막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3년엔 충남도청 신청사 기자실에서 기자실 출입을 막는 기자와 하려는 기자 간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했다. 의정부시는 지난해 5월 ‘의정부시 출입기자단협의회’와 ‘한국전문기자 경기북부협회’란 양대 기자단 간 반목이 격화되자 기자실을 폐쇄해 한동안 출입을 막았다.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부천시 같은 ‘변종 기자실’은 다른 지역에서도 흔하다. 브리핑룸 체제가 확산되면서 형식적으로 개방됐지만 실제로는 기자실이 남아있거나 기자단 간사가 운영을 결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지자체가 적극 개입하지 않는 이유로 “기자단이 있으면 기관 공보를 관리하기 용이해 공생관계가 형성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손 국장은 “지역 은행 등 지자체가 아닌 기관에도 출입기자단이 구성돼 있고, 기자단에서 기관 광고를 배분하거나 출입을 통제한다는 비출입기자들 제보가 몇 년 동안 이어지기도 했다”며 “수익원이 적다 보니 이 관계망에 포함되지 못한 기자들의 갈등이 폭력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여전히 지역의 현실인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폭언·폭행 사태와 관련해 B·C기자는 “인터넷·주간지 기자들 주장은 과장됐다. 기자실을 못 쓰게 하지 않는다”며 “(사건은) A기자가 먼저 ‘당신’이라거나 ‘니가 뭔데’ 등의 표현을 써 실랑이를 벌이다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천시 언론팀 관계자는 “브리핑룸과 송고실은 모두가 쓸 수 있게 운영되고 있다. 특별한 관리 대책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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