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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기자 ‘검언유착’ 의혹, 타임라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해설]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와 MBC 보도로 맞춰본 이동재·한동훈의 ‘공모’ 퍼즐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승인 2020.07.22 13:00


조선일보는 21일자 “정권과 친여 매체들의 ‘윤석열 죽이기’ 공모가 ‘검·언유착’이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채널A 기자 사건은 특종 욕심이 지나친 기자가 신라젠 대주주였다가 금융사기로 수감된 사람에게 여권 로비를 털어놓으라면서 한 검사장과 잘 통하는 것처럼 처신한 것이다”라며 “이른바 제보자가 등장해 자신이 수감자 측 인물이라면서 기자를 덫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대목을 보면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과 관계는 “잘 통하는 것처럼 처신”했다고 보기에는 정말 잘 통한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 적지 않다. 채널A가 내놓은 ‘신라젠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 취재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보고서’와 MBC의 20일과 21일자 보도를 종합해 이번 사건의 타임라인을 정리하면 ‘총선개입을 위한 검언유착’ 의혹 제기가 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재 기자는 지난 2월6일(목), 후배 백승우 기자와 함께 전 신라젠 대주주 이철씨와 관련된 곳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양주시 아파트 4곳을 확인했지만 이철씨의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이 기자는 6일 오후 7시1분 법조팀 카카오톡 대화방에 취재상황을 공유하며 “이철은 유시민 등 여권 인사와 친분이 깊어. 목표는 ‘징역 12년은 재기불능, 당신은 정권의 희생양’이라는 식으로 일가족을 설득해 유시민 등 정치인들에게 뿌린 돈과 장부를 받는 것”이라고 썼다. 이후 백승우 기자가 10일(월) 한 차례 더 양주시를 다녀왔다. 


이후 MBC 보도에 따르면 2월12일(수) 이 기자는 권순정 대검찰청 대변인을 찾아가 ‘유시민을 수사하고 처벌받도록 하는 게 취재의 목표’라며 취재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권 대변인은 조언한 바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리고 다음 날인 2월13일(목), 이동재 기자는 백승우 기자와 함께 부산에 내려가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였던 한동훈 검사장을 만난다. 


▲ 지난 2월13일 부산에서 만난 한동훈 검사장과 윤석열 검찰총장. 한 검사장은 이날 채널A 기자들을 만났다. ⓒ연합뉴스

▲ 지난 2월13일 부산에서 만난 한동훈 검사장과 윤석열 검찰총장. 한 검사장은 이날 채널A 기자들을 만났다. ⓒ연합뉴스


2월13일 부산 만남은 ‘취재 공모’ 위한 시작점? 


녹취록 전문에 따르면 이동재 기자는 “기자들도 생각하는 게 사실 신라젠도 서민 다중 피해도 중요하지만 결국 유시민 꼴 보기 싫으니까. 많은 기자들도 유시민 언제 저기 될까. 그 생각을 많이 하는 거잖아요”, “유시민은 한 월말쯤에 어디 출국하겠죠. 이렇게 연구하겠다면서”, “사실 저희가 요즘 P(후배기자)를 특히 시키는 게…성공률이 낮긴 하지만 그때도 말씀드렸다시피 신라젠 수사는 수사대로 따라가되 너는 유시민만 좀 찾아라…이철 아파트 찾아다니고 그러는데”라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자꾸 언급했다. “그때도 말씀드렸다시피”라는 대목에선 과거에도 ‘유시민’ 언급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유시민 씨가 어디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르니”, “그 사람 정치인도 아닌데 뭐”, “관심 없어.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아”라는 식으로 답하던 한동훈 검사장이 “그건 해볼 만하지. 어차피 유시민도 지가 불었잖아. 나올 것 같으니까”라고 답하자 이동재 기자는 곧바로 “이철, ○○○, △△△, 제가 사실 교도소에 편지도 썼거든요. 당신 어차피 쟤네들이 너 다 버릴 것이고”라고 말했다. 이 대목은 이씨 말고도 교도소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이 기자가 편지를 썼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 기자의 말에 한 검사장은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답했고, 그때까지 별말이 없던 백 기자는 “가족부터 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2월13일 만남 당시 녹취만으로는 당연히 두 사람의 ‘공모’를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후의 상황을 종합하면 당시 만남은 취재 초반, 일종의 ‘검찰 내 동지적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기자의 취재가 부산 만남 뒤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채널A 진상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자는 2월14일(금) 이철씨에게 첫 번째 손편지를 발송했다. 그리고 2월25일 이철씨 측 대리인을 자처한 제보자와 첫 만남을 가진다. 

 

그리고 3월10일(화). 이 기자는 이씨에게 다섯 번째 손편지를 발송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이 기자는 이날 오전 한동훈 검사장과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통화한다. 채널A 진상보고서는 “SK텔레콤 일반전화 통화기록을 확인한 결과 10일 이 기자가 A(한동훈)에게 전화를 건 기록은 없었다”며 “이 기자는 취재원과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통화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어떤 통화를 나눴을까.


▲ 타임라인으로 본 ‘검언유착’ 정황. 디자인=안혜나 기자

▲ 타임라인으로 본 ‘검언유착’ 정황. 디자인=안혜나 기자


이동재-백승우 통화에서 드러난 ‘한동훈의 액션’


3월10일(화) 오후 4시18분. 이동재 기자와 백승우 기자의 통화다. “취재 끝났니. 고생했다 ××(욕설). 야 안 그래도 내가 아침에 (한동훈에게) 전화를 했어. 에이 ×× 이렇게 양아치같이 그래 가지고 ×× 내가 기사 안 쓰면 그만인데 위험하게는 못하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한동훈)가 아 만나봐 그래도 하는 거야. 그래서 왜요 그랬더니 나는 나대로 어떻게 할 수가 있으니깐 만나봐 봐. 내가 수사팀에 말해줄 수도 있고 그러는 거야. 되게 자기가 손을 써줄 수 있다는 식으로 엄청 얘기를 해.”


“어떻게 손을 써줄 수 있다는 거예요?” 백 기자가 묻자 이 기자가 답했다. “아니 당연히 이게 사법 절차상 뭐 이렇게 자백을 하고, 반성한 다음에 개전의 정을 많이 나타내면 당연히 그 부분은 참작이 되는 것이며 우리 수사 역시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하고 내가 수사팀에다가 얘기해줄 수도 있다고 하면서 어디까지 나왔어 이러고. 그래서 내가 아무것도 못 받았어요 그랬더니 일단 그래도 만나보고 나를 팔아 막 이러는 거야.” 


이 기자의 ‘브리핑’은 이어졌다. “어 굉장히 (한동훈이) 적극적이야. 이철이 직접 그랬어? 이철 맞아? 그래서 내가 편지 다섯 번 보냈고 편지 보고 연락했다고까지 연락이 왔으면 이철이죠. 그랬더니 아 그놈(제보자)은 어떤 놈이야 해서 내가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할 순 없잖아. 누군지도 잘 모르잖아. ×× 그래서 오른팔이래요 그랬더니 아 그러냐고 하면서. 그런데 솔직히 기사는 안 써도 그만이거든요 했더니, 아냐 이건 태블릿PC 같은 거야 그러면서 다시 연락을 해보래. 그래서 일단 만나서 검찰을 팔아야지 뭐 윤의 최측근이 했다 뭐 이 정도는 내가 팔아도 되지 □□□(한동훈)가 그렇게 얘기했으니깐.” 


이동재 기자는 이후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채널A 진상보고서에 명시된 백 기자와 통화녹취를 두고 “어떤 검사가 ‘나를 팔아’ 그런 말을 하겠나. 후배의 취재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일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하려고 내가 그렇게 표현한 것뿐이다”라고 밝혔다. 후배와 통화에서 통화내용을 부풀려서 거짓말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통화내용이 거짓이 아니라면, 두 사람의 관계는 2월13일 이후 꽤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한 검사장과 통화 3일 뒤인 3월13일(금) 오전 9시51분, 이동재 기자는 이철씨측 제보자와 두 번째로 만나 노트북PC 화면으로 ‘검찰 고위관계자’와의 녹취록을 보여준 뒤 직접 읽어줬다. ‘나를 팔아’는 거짓말이라 했지만, 실제로 ‘검찰을 팔았던’ 장면이다.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7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7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사장 통화 3분 뒤 제보자에 문자 보냈던 이동재 


이 기자가 제보자와 통화한 뒤 한동훈 검사장과 곧바로 통화를 나눈 정황도 있다.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를 보면 3월18일(수) 오전 9시43분경 이 기자는 제보자와 9분55초간 통화한 이후, 30분가량이 지난 오전 10시28분 한 검사장과 5분6초간 통화했다. 제보자와의 통화내용을 검사장과 공유했을 가능성이 있는 장면이다. 


이틀 뒤인 3월20일(금)에도 이동재 기자는 한동훈 검사장과 통화했다. 채널A 진상조사위는 보고서에서 “이 기자는 이날 오후 2시10분~2시17분 A(한동훈)와의 통화를 녹음해 3월22일 지○○과의 3차 만남에서 7초가량 들려줬다고 4월22일 2차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날 이 기자는 한 검사장과 통화가 끝나고 3분 뒤인 2시20분 제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진상조사위는 “이 기자는 무슨 내용이었는지에 대해 순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진전된 사항 있다’, ‘한 번 더 보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기자는 제보자에게 문자를 보낸 직후 백승우 기자와 3분33초간 통화한다. “내가 □□□(한동훈)한테는 아예 얘기를 해놨어. 어떻게 돼가요 ××게 묻는 거야. 그래서 ×××이 자꾸 검찰하고 다리 놔달라고 한다고, 딜 칠라고. 그랬더니 그래 그러면 내가 놔 줄게 그러는 거야 갑자기. … ×× 지도 이게 자기 동아줄이야. □□□도 내가 보니깐. ○○(지역명)에서 자기를 다시 ○○으로 끌고 올.” 해당 통화 내용이 사실이라면 당시 한 검사장이 채널A의 취재 상황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개입하고 있었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틀 뒤인 3월22일(일) 오전 10시30분 경. 이 기자는 제보자와 세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 기자는 제보자에게 검찰 고위관계자와의 통화내용이라며 이어폰으로 녹음파일을 7초가량 들려준다. 이어 “제가 이름 말씀 못 드리지만 생각하시는 그분입니다”라고 하자 제보자가 “A(한동훈)”라고 말했고, 이 기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을게요”라고 답했다. 만남이 끝나고, 이날 오후 4시24분경 이 기자는 한동훈 검사장과 2분44초간 통화했다. 이후 오후 7시2분 제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MBC는 “검찰이 이철 씨 측이 취재에 응하지 않으려 할 때면, 한 검사장이 등장한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3월6일 이철씨 측에서 ‘더 이상의 진행은 힘들 것 같다’는 문자를 받은 이동재 기자는 4일 뒤 한 검사장과 통화한 뒤 이씨 측에 ‘진전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고, 3월19일 이씨 측이 또다시 취재 거부 의사를 밝히자, 다음날 이 기자가 다시 한 검사장에게 전화를 건 뒤 ‘다 말씀드리겠다’고 이씨 측에 답했다는 것이다.


한동훈 검사장은 지난 3월31일 MBC 첫 보도 당시 “신라젠 사건과 관련해 언론에 수사상황을 전달하거나 녹취록과 같은 대화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으며 “신라젠 사건과 관련된 녹취록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114일이 지난 현시점에서 당시 반박은 다소 궁색해졌다. 한 검사장은 21일 검찰에 소환돼 이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와 관련한 첫 조사를 받았다.


▲ 그래픽=안혜나 기자

▲ 그래픽=안혜나 기자


새벽 내내 녹음파일 ‘재녹음’ 고민했던 이동재 


3월22일(일) 오후 8시50분 경 백승우 기자가 MBC 몰래카메라에 찍혔다는 제보를 받고 채널A측은 MBC의 취재사실을 파악했고, 이 기자는 3월23일(월) 새벽 0시25분 회사로 나와 13층 휴게실에서 오전 5시까지 제보자와의 통화·대화 녹음파일을 녹취록으로 작성하고 상황을 정리했다. 당시 작성한 ‘반박 아이디어’ 문건에는 “파일 일부 재녹음할 것 : A(한동훈) 녹음 문장 일부를 ㄱ(백승우) 기자와 녹음할 것. ㄱ기자가 A 비슷한 목소리로 녹음. 만나면 일부러 스피커로 들려주기. 어제 녹음은 7초 정도 들려줬음. 이 파일을 이철 측근에게 들려줘서 녹음하게 할 것. 목소리 파장이 다르니까 알리바이가 생김”이라고 적었다. 


채널A 진상조사위가 밝힌 ‘새롭게 녹음할 부분의 대화’는 이러했다. “(이철 측이) 검찰에 내가 이거 할 것도 달라질 것도 없는데 내가 이 기자님만 믿고 어떻게 하냐는 거야. (나는) 아니 너 20년 30년 두드려 맞을 거 그래도 조금이라도...” “아니 달라지지 왜 안 달라져. 검찰에도 무슨. 왜 안 달라지겠어.” “막말로 처음에 여기(이철 측)가 얘기한 건. 제가 안 된다고 하긴 했는데. 검찰 쪽을 연결해줄 수 있냐는.” “연결해줄 수 있지. 예를 들어서 그거 하기 전에 이런 제보가 있다고 주는 건 문제가 없지.” 


3월23일 오전 10시경 배혜림 채널A 법조팀장은 한동훈 검사장에게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전화를 걸어 “녹음파일이 없다”고 전했다. 그리고 오전 11시23분 채널A 보도본부장실에서 시작된 회의에서 취재 중단이 결정됐다. 백승우 기자는 이동재 기자가 제안한 대리녹음에 대해 “며칠 뒤 (이 기자가) 하지 말자며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검언유착’ 논란이 여당측의 정치공세라고 생각한다면, 이 기자가 밤을 새워가며 심각하게 재녹음을 고민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동재 기자는 녹음파일 등장인물을 두고 처음엔 한동훈 검사장이라고 했다가 현재는 제3자의 목소리를 들려줬다는 입장이다. 그는 “들어보자고 한 사람이 일주일(3월23일~3월31일)동안 없었다”는 이유로 녹음파일을 삭제했다.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취재결과물을 위해 직속 후배에게 거짓말하고 취재원에게 거짓 녹취록을 보여주고 거짓 음성파일을 들려줬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거짓 보고를 했다고 스스로 인정한 이동재 기자의 주장대로 누군가는 그를 MBC와 제보자의 ‘함정취재에 빠진 피해자’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건의 타임라인에서 드러난 정황을 따라가 보면 오히려 백승우 기자와 배혜림 법조팀장을 추가 수사하고 ‘윗선 개입 여부’ 및 취재의 ‘최종 목표’를 확인해야 한다는 판단이 상식적이다. 검찰은 지난 달 배혜림 법조팀장, 홍성규 사회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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