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에서 결국 사고... 그래도 또 달립니다
[두 바퀴 현장 리포트 OhmyRiver! - 둘째날] 태풍 탓에 합천보까지 못 갔습니다
13.10.08 09:28 l 최종 업데이트 13.10.09 07:34 l 유성호(hoyah35) 소중한(extremes88)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은 '흐르는 강물, 생명을 품다'라는 제목의 공동기획을 통해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구간을 샅샅이 훑으면서 7일부터 6박7일 동안 심층 취재 보도를 내보냅니다. 전문가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어민-농민-골재채취업자들을 만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또 한강과 금강 구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기획기사를 통해 선보이겠습니다. 이 기획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가 후원합니다. 10만인클럽 회원, 시민기자,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최종신 : 8일 오후 11시]
악! 내리막길서 브레이크 고장, 아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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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박진고개를 내려오다 사고를 겪었습니다. 하필 내리막에서 브레이크가 고장이 난 겁니다. 정 국장은 그나마 다행으로 풀밭에 쓰러졌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린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 소중한

오마이갓! 

'악' 소리가 입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결론적으로 '오마이리버' 팀은 8일 예정했던 합천보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침부터 종일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거세진 바람과 싸우다가 합천보를 30km 남기고 날이 저물었습니다. 

바람은 '쉭쉭' 소리를 냈고, 빗줄기의 그 바람을 타고 강하게 떨어졌습니다. 달리는 자전거는 '칙~칙~' 소리를 냈습니다. 물 위를 달리는 자전거 바퀴 소리였습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젖은 운동화 속 엄지발가락 사이로 물이 솟아오르는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몸은 으슬으슬 떨렸습니다. '오마이리버' 팀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캄캄한 어둠 속에 갇혔습니다. 결국 오후 6시 30분 지원팀의 차량을 이용해 경남 합천의 한 모텔로 이동했습니다. 

그야말로 오늘은 비바람과의 싸움이었습니다.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오늘 자전거를 탄 구간인 창녕, 창원, 합천 등에는 90mm의 비가 내렸습니다. 팀원 모두 우의를 입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물에 빠진 생쥐꼴로 들어간 점심식사 장소에서 식당 아주머니는 연신 걸레로 바닥을 훔쳤습니다. 

빗길 도로에서 아찔한 사고도 겪었습니다. '오마이리버' 팀 안내를 맡은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이 박진고개를 넘어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오다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 도로 밖으로 튕겨 나갔습니다. 다행히 낭떠러지가 아니고 풀밭으로 떨어져 큰 사고는 면했습니다. 하지만 제 뒤에서 따라오던 정 국장이 소리를 지르며 몸이 공중에 뜬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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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바람 탓에 목적지까지 이르지 못했습니다. 어둠 탓에 진행 차량에 올라 숙소로 향했습니다. ⓒ 소중한

오늘 '오마이리버' 팀에 합류해 자전거 페달을 굴리며 낙동강 곳곳에서 상세한 설명을 해주던 정 국장은 참 든든한 존재였습니다. 다행히 정 국장은 크게 다친 곳이 없습니다. 9일에도 예정대로 '오마이리버' 팀과 함께 움직일 예정입니다. 

9일 '오마이리버' 팀은 오전 9시에 출발해 합천보를 거쳐 달성보까지 갈 예정입니다. 합천보에서는 그동안 4대강 사업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낸 박창근, 최영찬, 박재현 교수가 합류합니다. 점심을 식사를 하면서 세 교수와 전정휘 '합천보관련덕곡피해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이 함께 '미니 토크'를 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 내일도 '오마이리버'와 함께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내일 오전은 태풍이 통과하는 길목에서 자전거를 탑니다. 오늘 현장 중계 여기서 마칩니다.


[4신 : 8일 오후 5시 50분]
백사장 밀어내고 만든 '생태공원'... 황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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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지점에 굴삭기 버킷(흙이나 모래를 퍼 올리는 부분)이 놓여 있다. 예전에 아름다운 모래 백사장으로 자랑했던 이곳이 강바닥과 주변을 준설하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황량한 풍경으로 변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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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바퀴 현장 리포트-OhmyRiver] 특별취재 둘째날인 8일 오후 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지점의 제방이 무너지자, 굴삭기가 복구작업을 하기 위해 동원되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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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애초 백사장이었습니다. 경남 창녕 남지읍의 남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인데요. 지금은 황무지처럼 변했습니다. ⓒ 소중한

굴착기가 강을 찍어 누르는 이 사진,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나요? 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식상한 풍경'입니다. 강변에서도 각종 공사가 벌어지니까요.  

하지만 이 현장의 내력을 알면 조금 생각이 다를 겁니다. 원래 이곳이 백사장이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오마이리버'가 도착한 이곳은 경남 창녕 남지읍 남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백사장이 좋았던 이곳, 4대강 사업 이후 이렇게 황량한 땅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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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 백사장이있던 곳이 이렇게 '황무지'로 바뀌었습니다. 창녕 남지읍 생태공원이라고 하는데요. 공원처럼 보이십니까? ⓒ 소중한

이 사진은 어떤가요? 백사장을 밀어내고 '남지 생태공원'을 만들었습니다. 생태공원처럼 보이시나요? 사진으로 모든 풍경을 보여드릴 순 없지만, 현장에서 '오마이리버' 팀이 살펴본 느낌은 그저 황무지일 뿐입니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이런 '황무지'를 만들었다니, 황당하고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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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바퀴 현장 리포트-OhmyRiver] 특별취재팀이 8일 오후 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 개비리길에 있는 대나무숲을 둘러보고 있다. 개비리길은 경남 창녕군 남지읍 창아지에서 용산마을 사이의 강가에 있는 좁다란 벼랑길로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아름다운 자연의 길'로 선정하기도 했지만, 4대강 사업의 자전거 도로 공사로 파괴될 위기에 놓여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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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바퀴 현장 리포트-OhmyRiver] 특별취재팀이 8일 오후 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 개비리길에서 길을 잃어 자전거를 짊어지고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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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바퀴 현장 리포트-OhmyRiver] 특별취재팀이 8일 오후 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 개비리길을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개비리길은 경남 창녕군 남지읍 창아지에서 용산마을 사이의 강가에 있는 좁다란 벼랑길로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아름다운 자연의 길'로 선정하기도 했지만, 4대강 사업의 자전거 도로 공사로 파괴될 위기에 놓여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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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 청아지마을 사람들이 남지읍으로 장을 보기 위해 다닌 '개비리길'입니다. 절벽을 따라 놓인 길이란 뜻이라네요. ⓒ 소중한

'황무지'를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낙동강 자전거길 대신 비포장길을 택했습니다. 창녕 청아지마을 사람들이 남지읍으로 장을 보기 위해 다닌 '개비리길'이라고 합니다. 7일부터 계속 잘 닦인(?) 길만 다니다 보니 오히려 이런 길이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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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재밌게 달린 개대리길. 갑자기 길이 끊겼습니다. 오마이리버 팀, 길을 찾아 자전거를 짊어지고 이동하고 있습니다. ⓒ 소중한

하지만 재미도 잠시, 길이 끊겼습니다. 가던 길을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이렇게 자전거를 짊어지고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조금씩 날이 어두워집니다. 비도 계속 내립니다. 오늘 목적지인 함안보 인근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요?

식당 안에서 취재 전쟁
달리는 현장 편집국, 지역 주민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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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 안에서 취재 중인 오마이리버팀. ⓒ 김병기

오전 3시간동안의 우중 라이딩. 운동화 안은 질척질척합니다. 양말을 짰더니 물이 줄줄 나옵니다.

오마이리버 현장리포터들은 그 발로 함안보 인근의 한 음식점을 접수했습니다. 영양돌솔밥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그 자리에 노트북 7대를 쫙 깔았습니다. 테이블 곳곳에서 함안보 건설로 인한 피해 주민들과 '강의 눈물' 바디페인팅 퍼포먼스 아티스트 배달래 작가 등을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유성호 사진기자는 사진을 올리고, 김종술 시민기자는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양영석 시민기자는 오늘 마감할 기사를 다듬고 있습니다. 그릇을 치우면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 TV 야구중계 소리... 주민들의 울분에 찬 목소리가 섞여서 식당 안이 종군기자들 취재 현장을 방불케 합니다. 사실 4대강으로 파헤쳐진 낙동강은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 전쟁터입니다. 


[3신 : 8일 오후 3시]
"강 수위 높아져 안개 피해 발생... 수박 농사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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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기 함안보피해대책위원장을 함안보 현장에서 만났습니다. 조 위원장은 "4대강 사업 이후 높아진 강 수위 탓에 안개가 많이 발생한다"며 "겨울 수박 등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소중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계천 몇 km 만들었다고? 하이고... 지역 바닥 와 봐요!"

낙동강 함안보로 가던중 만난 농부 지정기씨(57, 경남 창원)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4대강 사업 이전엔 자기 땅에서 수박 농사를 짓던 그는 이제 남의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짓는 답니다. 그는 4대강 사업에 매우 비판적이었습니다. 

지씨는 "땅 보상금이라고 해봤자 (당시 농사해서 번) 1년 수입도 안 됐다"며 "이곳 지역민들은 (4대강 사업 이후) 다 힘들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4대강 사업 이후 채소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4대강 사업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씨는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계천 몇 km 만들어 대통령 당선되고 4대강 사업 추진했다 아입니까. 하이고 참... 지역 바닥 와 봐요. 땅 다 파내 (마을) 물도 마르려고 합니다."

딴섬 생태누리 캠핑장에서 함안보까지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오전 10시 조금 넘어 함안보에 도착했습니다. 함안보에는 물안개가 가득했습니다. 오마이리버 팀은 함안보에서 조현기 함안보피해대책위원장을 만났습니다. 

조 위원장은 "4대강 사업 공사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문제점을 지적해왔지만 담당자들은 항상 '아무 문제없다'는 식"이라며 "함안보 공사 후 강 수위가 상승해 안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낙동강변에 "오토캠핑장을 몇 곳 만들었지만 손님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그는 수박 농사를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고령에선 이미 안개가 끼는 시간이 길어져 겨울 수박 농사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겨울 수박은 무척 예민하게 키워야 하는 작물인데, 함안보가 생긴 후 안개가 많이 발생해 함안에도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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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함안보에서 만난 미국인 부부. 이들은 서울 한강에서 출발해 열흘 째 자전거 여행중이라고 합니다. 낙동강을 따라 부산까지 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 소중한

열흘째 자전거여행을 하는 미국인 부부도 함안보에서 만났습니다. 이들은 서울 한강에서 출발해 자전거로 소백산맥을 넘었다고 합니다.

"한국 강은 참 아름다워요! 사람들도 친절하구요."

미국 플로리다에서 왔다는 부부는 한국의 강을 칭찬했습니다. 이들에게 4대강 사업에 따른 수질악화, 역행침식, 예산 낭비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어쩌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격'을 손상시킨다고 '오마이리버' 팀을 비판할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사실이니 할 말은 했습니다. 이들 부부는 말하더군요. 

"논란이 되는 내용은 몰랐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보니 낙동강에 댐이 많긴 하더군요."

그럴 만도 합니다. 미국인 부부는 낙동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등을 봤을 겁니다. 잠시 뒤 이들 부부는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함안보에 올라 낙동강을 바라봤습니다. 함안보를 기준으로 강 아래 위 모두 살폈지만 물 흐름이 잘 보이지 않더군요. 무심코 보면 물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비 내리는 낙동강 풍경은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물 흐름이 막힌 것 같아 안타까움도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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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호 태풍 '다나스'가 북상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경상남도 함안군 창녕함안보 4대강 자전거길 입구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원 출입을 통제하는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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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리는 비 때문인지 낙동강 함안보 주변에 물안개가 많습니다. ⓒ 소중한


[2신 : 8일 오전 10시 40분]
매점 찾기 어려운 'MB표 자전거도로'

▲ "22조원 들여 인력창출도 안된다" 수박농사를 짓고 있는 지정기씨가 4대강 사업에 대해 "나무 관리가 안 되면 사람 죽여도 모른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22조원 투자해 인력창출도 안 되는 4대강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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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태풍 영향 탓인지 경남 낙동강 인근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약 2시간 동안 자전거를 탔는데요. 사람 없는 황량한 생태공원 3~4곳을 지나쳐왔습니다. 매점 등 편의시설도 찾지 못했습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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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바퀴 현장 리포트-OhmyRiver] 특별취재 둘째날인 8일 오전 경상남도 밀양 상남면 4대강 자전거길 일부가 강을 따라 연결돼 있지 않고 국도로 우회되자, 취재기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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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경상남도 창녕군 부곡면 낙동강 자전거길에 심어져 있는 이팝나무(아래)는 푸른 잎이 무성하지만, 왕벚나무(위)는 말라죽어 가고 있다. 이날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자전거길에 식재된 나무들이 "습지형에 적합한 나무가 아닌 식재 수종의 선택이 잘못됐다"며 "이로 인해 나무들이 말라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북한강 자전거 길에 나왔습니다. 탁 트인 한강을 끼고 달리니 정말 시원하고 좋습니다. 기차역 근처에서 자전거 렌트도 가능하네요. 여러분도 한 번 나와 보세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입니다. 이 전 대통령은 북한강 자전거도로에서 찍은 사진 한 장도 공개했습니다. 짧은 글과 사진 한 장에선 4대강 자전거도로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홍보한 북한강 자전거도로에 대해서는 <오마이뉴스> 최병성 시민기자가 7일 자 기사 '이명박의 위험한 '초대'... 크게 당합니다'를 통해 그 실상을 잘 보여줬습니다. 자, 그럼 '오마이리버' 팀은 낙동강 자전거도로의 실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오마이리버' 팀은 7일부터 낙동강을 따라 '북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이 만든 자전거도로도 이용합니다. 오늘(8일) 오전에는 태풍 영향으로 비가 내리고 있는데요. 비 맞으며 자전거 타는 건 역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들 노란색 우비를 입었지만 몸이 젖는 건 막을 수 없습니다. 10월이라 좀 추운데요. 따뜻한 커피 한 잔이나 어묵 국물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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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약 2시간 동안 낙동강 자전거도로를 달렸습니다. 비 탓에 따뜻한 커피나 어묵 국물이 그립습니다. 그런데 매점 하나 찾을 수 없습니다. ⓒ 소중한

자전거도로를 달리며 계속 주변을 살폈습니다. 매점이라도 있을까 해서요. 하지만 괜한 기대였습니다. 딴섬 생태누리 캠핑장을 떠나 약 15km 달렸지만 매점 등 편의시설을 찾지 못했습니다. 커피는커녕 물 한 병 사려 해도 마을로 올라가 가게를 찾아야 합니다. 하긴 저라도(소중한 기자) 이런 곳엔 매점을 차리지 않겠습니다. 지금까지 본 낙동강 자전거도로, 참 황량합니다. 앞으로는 좀 다를까요? 기대해보겠습니다. 

오전 6시 30분에 기상해 지금까지 약 2시간 자전거를 탔는데요. 그동안 4대강 사업으로 만든 생태공원 서너 개를 지났습니다. 주변에 민가도 거의 없는 이곳에 혈세를 들여 공원을 만들었습니다. 문득, 한가하게 자전거도로를 달리던 이 전 대통령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 궁금한데요. 도대체 왜 이런 곳에 공원을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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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경상남도 김해 한림면 명례강변공원 낙동강 자전거길 주변에 있는 식물들이 서식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채 식재되어 말라 죽어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충분한 사전 검토없이 마구잡이식 조경으로 막대한 예산을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1신 : 8일 오전 9시 30분]
낙동강 '벌판 샤워', 느낌 아십니까?

8일 오전 6시 30분 잠에서 깼습니다. 밤새 내린 비는 그쳤지만 사각 텐트의 각 변은 습기로 흥건합니다. '현장 리포트 OhmyRiver! : 흐르는 강물, 생명을 품다(아래 오마이리버)' 이틀째 아침, 낙동강의 물안개와 함께 시작합니다.

7일 경남 김해 낙동강 딴섬 생태누리 캠핑장에 행장을 꾸린 오마이리버 취재팀은 빗속 텐트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8일 오전 0시 우중 텐트회의를 하고 이후 취재기자들은 기사를 쓰느라 몇 시간 눈을 붙이지 못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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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바퀴 현장 리포트-OhmyRiver] 특별취재 첫째날, 약 47km 자전거를 탄 <오마이뉴스> 소중한, 정대희, 유성호, 정민규 기자가 8일 오전 경상남도 밀양 상남면에 위치한 야영장에 도착한 뒤 힘든 일정 속에서도 하루 동안 취재한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 유성호

딴섬 생태누리 캠핑장은 아직 정식 개장을 하지 않아 화장실, 샤워실 사용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전기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전기는 지원팀에서 준비한 발전기로 해결했지만 전날 약 9시간의 자전거 행군 속에서 땀으로 젖은 몸은 하나 있는 식수대의 호스를 이용해 간신히 씻었습니다. 사방이 뚫린 곳에서의 '10월 벌판 샤워', 혹시 느낌 아십니까?  칠흑 같은 어둠이 칸막이를 대신했습니다.

8일 오마이리버 팀은 딴섬 생태누리 캠핑장을 떠나 경남 창녕의 합천보와 함안보까지 갑니다. 약 60km 거리로 전날보다 약 10km 이상 더 달립니다. 지난밤보다 빗줄기가 세졌습니다. 취재팀은 우의를 챙겨 입고 자전거에 오릅니다.

보는 4대강 공사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입니다. 그런만큼 오늘도 '오마이리버' 팀은 눈을 부릅 뜨고, 발을 세차게 구르며 독자 여러분에게 낙동강 현장을 전달하겠습니다. 어제 현장에서 만난 낙동강 사람들의 생생한 육성은 별도 기사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오마이리버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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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리버 취재팀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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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리버 취재팀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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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리버 취재팀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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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리버 취재팀 ⓒ 소중한

8일에는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이 합류해 4대강 사업으로 탄생한 보의 문제점을 상세히 설명할 예정입니다. 또 배종혁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의장은 '오마이리버' 팀을 찾아 그동안의 경험을 전달합니다. 4대강 사업의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배달래 작가와 조현기 함안보 피해주민대책위원장도 '오마이리버'를 찾습니다.

오마이리버 둘째날, 독자 여러분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마이리버, 전날 얼마나 달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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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리버 취재팀이 스마트폰 어플로 측정한 7일 이동 내용. ⓒ 소중한

오마이리버 팀은 7일 자전거를 타고 총 47.1km의 거리를 달렸고, 오롯이 자전거만 탄 시간은 4시간 51분입니다. 평균속도 9.7km/h, 최대속도 44.2km/h를 기록했습니다. 최고로 높이 갔을 땐 438m까지 올라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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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리버 취재팀이 7일 오후 무척산을 내려오며 찍은 사진. 정대희 시민기자가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거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와중에 소중한 기자가 마침 지나가다 사진에 담겼다. ⓒ 정대희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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