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함안수박, 4대강사업이 다 망쳤다"
[두바퀴 현장리포트 OhmyRiver!] 낙동강 수위 상승 안개 급증... 주민 고통 호소
13.10.10 21:06 l 최종 업데이트 13.10.10 21:06 l 정대희(kaos80)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은 '흐르는 강물, 생명을 품다'라는 제목의 공동기획을 통해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구간을 샅샅이 훑으면서 7일부터 6박7일 동안 심층 취재 보도를 내보냅니다. 전문가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어민-농민-골재채취업자들을 만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또 한강과 금강 구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기획기사를 통해 선보이겠습니다. 이 기획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가 후원합니다. 10만인클럽 회원, 시민기자,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녹음기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어수선했다. 북적거리는 소음 사이로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4대강사업 피해주민들의 목소리였다. 

8일 태풍을 뚫고 <오마이뉴스> 두바퀴 현장리포트 특별취재팀은 경남 창녕군 남지읍에 도착했다. 때마침 4대강사업 낙동강 지역의 피해주민들이 취재팀을 방문했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취재팀은 밥상을 미처 물리지도 못한 채 피해주민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았다. 

"낙동강 수위 올라가는데, 정부는 딴소리만" 

소란스런 분위기 속에서 함안보피해대책주민위원회 조현기 위원장이 말문을 열었다. 그의 이야기는 4대강사업 초기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들리는 소문에 4대강사업으로 창녕보와 함안보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는 거다. 수소문을 하다가 시민단체랑 합심해서 내용을 좀 제대로 파악해보자고 했다. 알아보니 낙동강에서 함안군청 소재까지 자동차로 40분이나 걸리는 지역이 보가 만들어지면 잠긴다는 거였다. 면적으로는 1350만평이 침수가 된다는 건데,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함안군에 수차례 질의를 했지만, '보가 만들어진다'고만 대답할 뿐 다른 건 모른다고 했다." 

▲ "강 수위 높아져 수박 농사 걱정이다" 조현기 함안보피해대책위원장이 9일 경상남도 함안군 창녕함안보에서 [두 바퀴 현장 리포트-OhmyRiver] 특별취재팀과 만나 4대강 사업 이후 높아진 수위 때문에 발생한 피해 사례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낙동강 주변에 삶의 터전을 두고 살아가는 주민들이 4대강사업으로 정부와 충돌한 상황은 대개 비슷하게 전개된다.  이어진 상황 역시 예상 가능한 이야기. 주민들은 불암감을 호소하는 반면 정부는 이를 막연히 부정한다. 함안군 주민들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조 위원장은 말을 이어갔다. 

"인제대 박재현 교수가 공청회에서 보가 만들어지면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길 정도로 침수피해가 심각하다고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면서까지 설명했다. 당시 정부 측과 수자원공사(수공)쪽에서도 참석했는데, 무조건 아니라고 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정부 말을 그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함안에서 활동하는 대다수 단체가 피해대책위를 꾸려 대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 건설로 침수피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수공은 당초 발표한 낙동강 관리수위를 7미터에서 5.5미터로 수정했다.

조 위원장은 "4대강사업의 침수피해 이야기를 하면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며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음해하는 말들을 쏟아냈다"면서 "그런데 거짓말이라고 한 수공이 관리수위를 낮춘 거다. 7미터에서 5.5미터로. 문제가 없다면서 아무런 이유 없이 관리수위를 낮추는 게 더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낙동강 수위가 올라가 수박농사 다 망쳤다" 

문제는 관리수위가 5.5미터로 수정된 후에도 농작물 피해가 계속 발생했다는 점이다. 강물 수위가 상승하면서 안개가 잦아지고, 지하수 수위도 상승해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조 위원장은 말을 이어갔다. 

"4대강사업 전에는 낙동강 연중수위가 1미터 20센티미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5,5미터를 늘 유지한다. 낙동강 수위가 올라가다보니 함안보 상류에서는 논을 갈던 트랙터가 물에 빠지는 일까지 일어난다. 배수시설도 4대강사업 완공식이 끝난 후에 설치됐다. 보가 만들어진 후에는 특히 안개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함안은 수박이 유명한 지역인데, 수박농가들은 보가 만들어진 이후에 농사를 망치고 있다. 수박농사는 오전에 일조량이 중요하다. 그런데 4대강사업으로  안개가 자주 발생하면서 수박이 성장기에 햇볕을 제대로 못 받게 됐다. 그런데 정부쪽 사람은 햇볕이 물속으로 6미터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주민들이 주장하는 안개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하더라.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만 하는 거다. 결국 햇볕이 차단되면서 수박의 병충해율이 높아져 농약사용량도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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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함안보) 공사로 인해 경남 함안의 상당수 지역이 침수된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2010년 함안지역 곳곳에 함안보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펼침막이 내걸렸다. ⓒ 윤성효

이뿐만이 아니다. 보 건설로 강물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낙동강 주변 토지의 경우 1미터만 땅을 파도 분수처럼 물이 솟아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4대강사업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정부와 수공은 4대강사업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조 위원장은 "4대강사업으로 보가 설치된 후 침수피해와 농작물 피해, 녹조현상 등이 이어지고 있는데 매번 정부와 수공은 4대강사업 때문이 아니라는 말만 늘어놓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함안군 칠서면 일옹리 박명대(57)씨도 4대강사업으로 수박농사를 망쳤다.  겨울 차례상에 올라가는 수박 대부분이 함안에서 생산된 수박일 정도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수박농사를 지으면서 20년을 지냈다. 농사를 짓는데 기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수박은 안개와 물 관리가 중요하다. 수박은 물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한다. 물 조절을 잘 해줘야 한다. 그런데 보 건설로 인해 낙동강 수위가 상승하면서 땅을 1미터만 파도 물이 거꾸로 솟아 오른다. 수박 뿌리가 물에 잠기니 성장도 못하고, 생산량도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지역주민들은 함안보 상류에 1980년대 묻힌 폐기물이 낙동강 수위가 상승하면서 역류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게 현실화 되면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함안주민과 창원주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주민들은 "올해 낙동강 샛강에 철서공단 내 특정폐기물 소강 매립장 건립까지 추진되고 있어 심각성이 더하다"면서 "함안주민들이 반대대책위를 구성해 더 이상 폐기물 매립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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