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29393


코로나 때문에 상속세 인하해 달라는 경영계

[코로나19와 비정규직 9] 코로나19 상황이 가져올 또 다른 위기 대처법

20.04.04 14:45 l 최종 업데이트 20.04.04 14:46 l 권미정(yongkyun2019)


코로나19 감염 사태를 재난이라고 합니다. 그 재난의 가장 취약한 고리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13일 고 이재학 피디의 동생 이대로 씨가 청주방송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2월 13일 고 이재학 피디의 동생 이대로 씨가 청주방송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충북인뉴스

  

CJB청주방송에서 14년을 일하다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되고, 2020년 2월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재학 피디를 통해 방송사 비정규직의 상황을 들여다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방송국에서 먹고 자고 일하며 온갖 행정업무를 다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그의 해고는 아주 간단히 이뤄졌습니다. 억울하고 억울한 비정규직 노동자 '이재학'은 죽음으로 저항했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알든 알지 못하든 그런 억울한 죽음들이 매일 매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수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고, 온 사회가 조심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드러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일터에서 밀려나 죽는 이들의 삶이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힘겨운 삶을 버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를 틈타 내민 경영계의 요구


2002~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도, 2009년 신종플루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는 메르스도 모두 위험한 바이러스였습니다. 새로운 감염자가 나타나고 확산되면서 일정 기간 사회적 긴장이 생기기도 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사회적 파장이 큽니다. 전 세계 100만 명이 넘는 감염자들이 생기고, 한 국가와 대륙을 넘어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확산되는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2주간 격리하고 물리적 거리두기를 실천해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요즘입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고 다른 이들을 감염시키지 않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는 사이 우리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위기라고 하여 눈을 살짝 해외로 돌려봤습니다. 격리하고 거리 두고 통제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게 하는 방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을 통제하고 폭언을 퍼붓고 살인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봉쇄와 통제범위가 넓어지면서 단속, 통금, 격리지침을 어긴 이들은 구금까지 당하고 있습니다. 빈부격차에 따라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도 다르고 선택할 방법도 다릅니다. 사회적 거리는 이렇게 생기고 있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탈북자 동원 집회' 의혹을 받고 있는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에 억대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사옥 앞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전국경제인연합회 사옥 ⓒ 유성호

 

바이러스가 가져온 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위기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바이러스의 위협으로 시작된 문제였는데 지금은 경제위기의 국면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느새 경영계는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월 16일 특별연장근로를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확대해주고 탄력근로제 기간도 확대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같은 달 23일 '경제활력제고와 고용,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라며 40개의 법개정 희망사항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의 제언'이라는 기자회견을 통해 54개의 요구를 던졌습니다. 


무엇이 위기일까요? 위기는 분명한데 무엇이 위기인지는 서로의 생각이 다른 거 같습니다. 노동자·국민들은 코로나19가 만들어놓은 단절의 세계에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고 양보하며 같이 살자고 하는데, 경영계는 수익이 줄어들고 있으니 수익을 보존할 방법을 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경영계가 요구한 내용을 보면 "왜 지금?", "이게 코로나19와 무슨 상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구를 살펴보면 이러합니다. 


우선 상속세 인하 요구입니다. 코로나19 위기와 상속세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내용이 뭔지도 애매한) 경영합리화 조치가 필요해지면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합니다. 일자리를 유지하고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해고를 더 쉽게 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세 번째로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가 더 많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조치를 폐지해 달라고 합니다. 감사과정에 지배주주가 더 많이 개입하겠다는 건데 이 기회에 내 맘대로 경영하겠다는 말일까요? 경영인들의 경제범죄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요구도 있습니다. 경제범죄와 코로나19는 무슨 상관관계일까요?


경영계는 코로나19 대유행에 기업심리와 투자활력을 회복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해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기업심리와 투자활력의 방법이 자세히 살펴보면 평소에 경영계가 도입하고 싶어했던 내용입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격입니다. 


경영계의 요구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안전이나 권리는 더 후퇴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화학물질을 쓰는지 위험한지 아닌지 알아야 하니 화학물질을 등록하도록 했는데 그 기간을 1년 유예해달라고 합니다. 위험한 물질을 써서라도 기업의 이익을 챙겨야 한다는 말인가요?


화물차 안전운임제도를 3월부터 시행하는데 기업물류 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니 유예해달라고 합니다. 안전운임제는 낮은 운임 때문에 화물노동자들이 과로·과적·과속하는 위험에 노출된 것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 운송노동자들이 받아야 하는 최저 운임을 정해놓은 것입니다. 운임제적용을 연기한다는 것은 최저임금 적용을 연기하는 것과 동일한 것이죠. 


위기를 넘기 위해 새로운 상상으로  

  

 4.15총선 공식선거운동 이틀째인 3일, 부산 북구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있는 성심병원에 응원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  4.15총선 공식선거운동 이틀째인 3일, 부산 북구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있는 성심병원에 응원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 김보성

 

코로나19가 몰고 온 고용불안과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격리를 위해 생겨난 재택근무를 비롯한 유연 근무형태, 급증하는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인정되는 장시간노동, 내수시장의 침체에 임금삭감과 해고로 유지하는 사업장 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거기에 경영계는 더 많은 요구를 내놓았습니다. 


코로나19 위기로 임금이 깎이거나 일자리를 잃거나 강제 휴업을 하거나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노동실태를 조사하는 것에 대해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위기는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강하게 들이닥칩니다.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자들에게, 이주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위기가 생겼습니다. 


당연히 지금 시기에 노동자들과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더욱 말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고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알게 된 것은 '공공성'이 얼마나 중요한 가였습니다. 모든 이들을 위한 사회가 될 때 모두가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해고금지, 생계비 지원, 임대료 인하, 병원의 국유화 등을 각각의 요구로 내놓는 게 아니라 그런 정책이 언제나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의 경제체제를 그대로 두고,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이 이윤보다 뒷전인 사회를 그대로 둔 채 지금의 위기를 지나가면 우리는 다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맞이할 것입니다. 


코로나19와 비정규직. 가장 직격탄을 맞은 노동자들이자 시민입니다. 고통스럽다는 말만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극복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콜센터, 돌봄, 집배, 문화예술노동자들과 대리운전노동자들, 발전소노동자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원하는 것은 같습니다.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와 안전한 사회입니다. 코로나19 위기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갑시다.


[기획 / 코로나19와 비정규직]

① 예견된 재난이라더니... 콜센터는 더 안 좋아졌습니다 http://omn.kr/1mxbx
② "100콜 이상은 나와야 하는데 오늘 놀았습니까" http://omn.kr/1mxnr
③ 콜센터 상담사들도 "책임자 나와"라고 말하고 싶다 http://omn.kr/1mywx
④ '밤거리의 유령들' 위한 코로나 대책이 없다 http://omn.kr/1n0pu
⑤ 생계지원대책? 산재보험 가입도 못하는 대리기사는 어쩌나 http://omn.kr/1n1zt
⑥ 긴급돌봄 전담사-교사 대립, 이 상황이 안타깝다 http://omn.kr/1n2op
⑦ 예술가는 배고픈 법? 그런 식으로 넘어가지 마세요 http://omn.kr/1n3ag
⑧ 앞다투기식 '임금 반납'에 발전노동자는 신음한다 http://omn.kr/1n4kv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을 작성한 권미정 님은 김용균재단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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