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야당 비방·제주기지 홍보…“진상 조사” 뒤에선 ‘진상 지우기’
등록 : 2013.10.16 08:06수정 : 2013.10.16 08:49 


‘사이버사령부’ 무더기 글 삭제 파장 

<한겨레>가 15일치에 ‘군의 대선 개입 의혹’을 보도한 뒤,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트위터나 블로그에 올렸던 글들은 급히 지워졌다. 사회적 파문이 일자 문제가 될 만한 글들을 서둘러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이날 아침 댓글 활동에 대한 “합동조사”를 명령한 그 시간에도 일부 글은 지워지고 있었다.

삭제된 글들은 주로 야당이나 야당 정치인을 공격·매도하거나 국방부 인물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을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한겨레> 기사에 인용·보도된 글까지 삭제되지는 않았다.

트위터상의 이름 ‘광무제’(@coogi1113)의 경우 전날까지 트위터에 4150개의 글을 올렸는데, 15일 저녁 8시를 기준으로 트위터에 남아 있는 글은 4047건이었다. 하룻밤 새 103건의 글이 사라진 것이다. 이 가운데는 지난 2월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던 김병관 전 후보자를 두둔하는 내용의 트위트 3건이 포함돼 있다. 이 중 하나를 보면,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에 대해서 난 잘 모른다. 좌빨들이 난리치는 거 보면 잘한 거다 생각도 들고…. 알아서 내정했겠지. 김관진 현 국방장관만 할까? 유임하면 좋은데”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8월30일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의원, 임수경 의원을 비방하는 글을 재전송(리트위트)한 글도 삭제됐다.

이날 <한겨레>가 네번째 요원으로 새로 확인한 또다른 사이버사령부 요원도 본인의 글을 무더기로 삭제한 정황이 드러났다. 네이버 이름 ‘고구려’(hungsig2002)는 전날까지 자신의 블로그에 모두 535건의 글을 올렸으나, 이날 저녁 8시 그의 블로그에는 147건의 글만이 남아 있었다. 야당 정치인을 비방하는 내용 등 하룻새 무려 388건의 글을 삭제한 것이다.

이 요원이 지운 글을 보면, 지난해 11월12일 ‘종북들은 북으로…’라는 제목으로 올린 만화가 있다. 이는 김광진 민주당 의원을 비방하는 것으로, “6·25 영웅 백선엽 장군은 민족 반역자”라고 말하는 김 의원을, 주사를 든 간호원이 “국회에 이런 ○○놈이 있다니… 꽉 잡아, 주사 놓게”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11월14일 올린 ‘종북의 추태’라는 제목의 만화에서는 임수경 의원이 탈북자에게 막말을 한 내용, 임 의원이 김일성 주석과 뽀뽀하는 장면 등이 들어 있다. 11월7일에 올린 ‘투표시간 연장 캠페인은 정치쇼다’라는 내용의 <문화일보> 기사를 인용한 글도 지워졌다. 이 글은 야권의 투표시간 연장 캠페인에 대해 “현행 공직선거제도에 대한 근거없는 폄훼와 비방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대한 비판과 연동시키려는 대선전략이 그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13일 이명박 대통령이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해 “해군기지 문제는 안보 문제에 더해 경제 문제이다”라고 발언한 내용의 글도 삭제됐다.

최현준 하어영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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