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514


세상에 모습 드러낸 584건의 신군부 보도지침

민언련·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서 ‘보도지침 사료 기증식’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승인 2020.06.08 14:50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검찰 수사결과 발표 내용만 보도하고 사건 명칭을 성추행이 아닌 성모욕행위로 표현할 것.”(1986년 7월17일)


“김근태 공판, 그가 ‘고문당하고 변호인 접견을 차당 당했다’는 등의 주장은 보도하지 말도록. 사진이나 스케치 기사 쓰지 말 것.”(1986년 1월24일)


1987년 6월 항쟁 불씨가 됐던 ‘보도지침 폭로사건’의 원고 원본이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보도지침은 신군부 시절 문화공보부에서 각 언론사에 하달한 기사작성 지침이다. 전두환 정권의 대표적 언론통제 수단이었다.


1986년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구속을 감내하며 편집국에서 빼낸 보도지침은 당시 김태홍 민주언론운동협의회(민언협) 사무국장과 신홍범 실행위원 등이 주도해 그해 9월 월간 ‘말’에 공개됐다. 보도지침이 세상에 존재를 알린 순간이었다.


이 사건으로 말지의 편집인이었던 김태홍 사무국장, 신홍범 민언협 실행위원, 김주언 기자는 국가보안법상 국가기밀누설죄와 외교상 기밀누설죄로 구속 기소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상임대표 김서중)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는 8일 오전 10시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보도지침 사료 기증식’을 열고 당시의 엄혹했던 시대상을 다시 고발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상임대표 김서중)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는 8일 오전 10시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보도지침 사료 기증식’을 열었다.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 민주언론시민연합(상임대표 김서중)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는 8일 오전 10시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보도지침 사료 기증식’을 열었다.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이번에 최초 공개되는 보도지침 사료는 1986년 9월 민언협이 발간한 기관지 말 특집호 ‘보도지침, 권력과 원론의 음모-권력이 언론에 보내는 비밀통신문’ 원고 원본이다.


1985년 10월19일부터 1986년 8월8일까지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에서 보도통제를 위한 세부 일일지침으로, 각 언론사 편집국 간부에게 전화로 지령한 메모 형식의 자료 584건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보도지침 원고에 당시 빨간 펜으로 교정 교열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 민언련은 “원고지에 문장을 옮겨 인쇄소에 넘겨야 했지만 그럴 틈도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이뤄졌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증식에는 보도지침 자료를 민언협에 제보한 김주언 기자와 보도지침 폭로사건 실행을 총괄한 신홍범 당시 민언협 실행위원, 보도지침 사료를 기증한 임상택 전 월간 ‘말 상무가 참석했다.


▲ 8일 오전 10시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보도지침 사료 기증식’을 통해 공개된 보도지침 일부.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 8일 오전 10시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보도지침 사료 기증식’을 통해 공개된 보도지침 일부.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 8일 오전 10시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보도지침 사료 기증식’을 통해 공개된 보도지침 일부.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 8일 오전 10시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보도지침 사료 기증식’을 통해 공개된 보도지침 일부.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이번 사료는 임상택 전 상무가 보안을 위해 별도 보관해오던 보도지침 원고 원본을 지난해 12월19일 민언련 제35주년 창립기념식에서 기증하면서 이뤄졌다.


민언련은 한국현대사의 귀중한 사료가 될 이번 자료의 철저한 관리와 보존, 폭넓은 활용을 위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위탁관리 기증을 결정했다.


김서중 민언련 상임 공동대표는 사료 기증식에 앞서 “보도지침 사료는 권력이 언론의 자유를 어떻게 박탈했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면서 “언론은 국민을 위해 사실대로 공정하게 소식을 전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보도지침 사료를 잘 보존해 앞으로 언론 역할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교훈으로 남겨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도 “민언련이 소장한 귀중한 사료를 위탁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보도지침은 국민 자유를 억압하고 독재 체제를 공고히 하고자 한 전두환 정권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업회가 잘 보존해 후대에 보도지침과 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언련이 보관하던 보도지침 사료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로 이관된 뒤 향후 정리 작업을 거쳐 사료 정보 서비스인 오픈아카이브(https://archives.kdemo.or.kr)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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