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8321.html

“한국은 모든 법률장벽 붕괴, 미국은 그대로…불평등 FTA”
[한겨레] 정은주 기자  등록 : 20111202 20:08 | 수정 : 20111202 21:47
   
판사들 FTA 비판 확산 
김하늘 판사 ‘불평등 의심 5가지 이유’ 지적
ISD·네거티브 방식·역진방지 조항 등 꼽아

≫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뒤 처음으로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린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2일 오후 법원 직원들이 공정한 판결을 뜻하는 대법원 상징물 아래로 지나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김하늘(43·사법연수원 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법원 내부통신망 게시글에 하루 만에 171건의 지지 댓글이 달렸다. 김 부장판사의 주장은 ‘불평등 조약으로 의심하는 5가지 이유’에 집약돼 있다.

스스로를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로 지난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김 부장판사는 한-미 협정의 첫번째 문제점으로 두 나라에서 국내법적 지위가 다르다는 점을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800쪽짜리 한-미 협정 자체를 ‘조약’으로 보고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부여하지만, 미국에서는 한-미 협정을 조약보다 낮은 ‘행정협정’으로 취급해 200쪽짜리 이행법을 제정했다는 것이다. 한-미 협정 자체는 미국에서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법이 한-미 협정에 우선하고, 협정을 근거로 개인이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미국의 한-미 협정 이행법이 이를 말해준다.

외교통상부는 “양국 법률체계의 차이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김 부장판사는 “한-미 협정으로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법률상 장벽은 제거되는데, 미국에 있는 법률상 장벽은 그대로 존속한다는 말이니 바로 이것이 불평등 조약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 탓에 간접적으로 입은 손해를 보상해주는 미국의 광범위한 재산권 개념인‘간접수용’이 한-미 협정에 들어온 것도 논란이 됐다. 김 부장판사는 “정부가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펴면 간접적으로 대기업이나 외국계 투자기업이 손실을 입는데, 그 피해액은 예측하기 어려워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특히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대해선 “사법주권을 빼앗는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란 상대방 국가가 협정상 의무나 투자계약을 어겨 손해를 입혔을 경우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신청해 손해배상금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그는 “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조약의 해석에 관해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 권한이 있는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포기해야 하는가?”라고 우려했다. “국제적으로 일반화된 제도”라는 외교부의 입장을 사법주권이란 관점에서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밖에 김 부장판사는 네거티브 방식과 역진 방지 조항(래칫 조항)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한-미 협정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과 달리, 개방하지 않을 분야를 정한 뒤 나머지는 모두 개방하고, 특히 서비스와 투자 분야에서는 개방 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는 있어도 후퇴하는 방향으로 되돌릴 수 없는 래칫 조항을 두고 있다.

김 부장판사의 주장에 대해 최석영 외교부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충분한 이해와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하지 않은 의견표명”이라며 “의도하지 않은 오해와 불필요한 사회적 역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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