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건설사 공공입찰 제한 ‘하나마나’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해당 업체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제재 피해
정부 기관도 “경제 영향 크다”며 제재 기간 줄여줘

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건설업체는 일정 기간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 입찰할 수 없지만 이 같은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체들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제재를 피하고, 공공기관 역시 봐주기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조달청의 입찰제한 대상이 된 일부 건설사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뒤 1조원이 넘는 공공물량을 낙찰받기도 했다. 입찰제한 제재가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6일 조달청,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료를 보면 4대강 사업 담합으로 수자원공사가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10개사, 조달청이 삼성물산·GS건설 등 15개사를 4개월~1년3개월간 부정당업자로 지정했다. 

또 2006~2008년 판교신도시 등 아파트 건설공사에 참여하면서 담합한 35개사에 대해 LH가 3개월~1년간 부정당업자 제재를 내렸다.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으면 해당 기간에 공공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중복제재를 받은 업체를 제외하면 모두 50개사가 부정당업자로 지정됐고, 이 중 41개사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을 법원에 냈다. 법원은 이들의 신청을 모두 받아들여 공공입찰 자격 제한이 확정 판결까지 연기됐다. 업계에서는 확정 판결까지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을 하지 않은 9개사는 모두 중·소형 건설사였다.

부정당업자를 제재하려는 부처의 의지도 약했다. 조달청은 “대형 건설사의 입찰 제한을 장기간 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제재기간을 국가계약법에서 정한 것보다 37% 정도 경감해줬다. LH도 50% 줄여줬다.

조달청은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대강 사업 담합업체에 대한 과징금 처분 통지를 받았지만 제재를 미뤘다. 대한건설협회와 제재 대상 건설사들이 “태국 물관리 사업에 참여해야 하니 제재를 미뤄달라”고 한 요청을 받아준 것이다.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달 6일에야 각 건설사에 제재처분을 통지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조달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부정당업자로 지정된 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현대건설·삼성물산 등 7개 대형 건설사가 담합 사실이 적발된 후 따낸 관급공사만 1조원어치가 넘었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제재 효과가 없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자원공사의 제재를 받은 10개 대형 건설사는 같은 날 법원에 취소소송 등을 냈고 법원도 긴급하다며 동시에 인용해 아무도 입찰제한을 받지 않았다”며 “정상적인 수주활동을 벌였던 업체들로서는 황당하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관계기관과 건설사간 문제라는 입장이다. 다만 행복주택 건설 등 국책사업을 앞둔 상황에서 대형 건설사가 무더기 제재를 받는 데 대한 우려도 갖고있다.

윤호중 의원은 “부정당업자가 수주를 하는 동안 다른 선의의 업체들이 입게 된 손해는 누가 보상하느냐”며 “건설업자들이 공정하게 경쟁을 벌여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부정당업자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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