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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스폰서' 김한정, "오세훈이 명태균 만나라고 했다" - 뉴스타파

civ2 2024. 11. 27. 17:54
 
'오세훈 스폰서' 김한정, "오세훈이 명태균 만나라고 했다"
강민수 봉지욱 2024년 11월 27일 17시 32분
 

 
뉴스타파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스폰서로 알려진 김한정 회장이 “오세훈 시장이 내게 명태균 씨를 만나라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을 입수했다. 통화 상대방은 강혜경 씨다. 김 회장은 녹파일에서 '명태균 게이트'가 확대될 것을 우려해 일부러 오세훈 시장과의 관계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명태균 씨와의 통화에서 했고, 이를 "녹음해뒀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세훈 시장은 어제(26) 기자회견에서 김한정 회장은 "수많은 후원자 중 한 명"이라면서 거리를 뒀다. 그러나 오 시장이 김 회장에게 명태균을 만나라고 지시했거나 권유했다면 이는 오 시장의 해명을 뒤집는 사실이 된다. 녹음파일 속 김 회장은 명태균 씨가 오세훈 시장을 만나 무슨 말을 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김한정, "명태균이 오세훈 만난 뒤에 내가 만나게 된 거야"
 
뉴스타파가 입수한 녹음파일에서 김 회장은 강 씨에게 수시로 오세훈 시장을 거론했다. 언론에서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 9월 10일, 김 회장은 명태균 씨가 김영선 전 의원을 통해서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명태균이 오세훈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명태균이) 이번에 서울시장 나오지 말고, 대통령 다음에 나오면 만들어 준다고 그랬어"라는 말을 했다면서 "그러니까 처음에 딱 들으면 미친놈 아니냐, 저거 진짜 미친놈이다. 근데 집에 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접근한 놈이 없었거든"이라고 덧붙였다. 누가 이렇게 생각했는지는 이어지는 문장에서 확인된다.
 
김 회장은 "그러니까 (나한테) 만나보시죠. 이렇게 된 거야. 그러니까 오세훈이 벌써 몸을 딱 도사리는 거지. 그러니까 내가 (명태균을) 만난 거야. 그래 갖고 내가 이 새끼(명태균)한테 엮인 거 아니여"라고 말했다. '도사리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이나 말의 뒤끝을 조심하여 감추다'는 뜻이라고 나온다.  
 
문장의 앞뒤 맥락을 종합하면, 오세훈 후보가 김영선을 통해 명태균을 만났고, 이후 '(명태균을) 조심해서 감추고자 하는 뜻'을 가지게 된 오세훈 후보가 자신에게 명태균을 만나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그래 갖고 내가 이 새끼(명태균)한테 엮였다"라며 오세훈 시장을 원망하는 듯한 말도 했다.
 
김한정 회장이 강혜경 씨와의 통화에서 밝힌 자신이 명태균을 만난 과정(뉴스타파 보도 화면, 통화녹음 날짜는 2024.9.10)
 
김 회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한 시점은 지난 9월 10일, 명태균 사건과 관련해 '오세훈' 시장의 이름이 언론에 등장하기 한참 전이다.  
 
명태균 씨는 지난 10월 9일, 채널A 뉴스 인터뷰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시장할래요? 대통령 할래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고 처음 밝혔다. 김 회장 발언 내용과 거의 똑같다. 그러나 김 회장의 발언은 지난 9월 10일로 명 씨의 말보다 한 달 앞서 있다.  
 
□김한정 :  얘(명태균)가 오세훈이 만나갖고 뭐랬는 줄 알아? 딱 처음 만나갖고, 김영선이 앞장세워 갖고 만난거야.
■강혜경 :  네. 그렇죠.
□김한정 : (명태균이) 이번에 서울시장 나오지 말고, 대통령 다음에 나오면 만들어 준다고 그랬어. 그러니까 처음에 딱 들으면 미친놈아니냐, 저거 진짜 미친놈이다. 근데 집에 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접근한 놈이 없었거든.
■강혜경 : 그렇죠, 그렇죠. □김한정 : 그러니까 (나한테) 만나보시죠. 이렇게 된 거야. 그러니까, 오세훈이 벌써 몸을 딱 도사리는 거지. 그러니까 내가 (명태균을) 만난 거야. 그래 갖고 내가 이 새끼(명태균)한테 엮인 거 아니여.
김한정 회장-강혜경 씨 통화 녹파일(2024.9.10.)
 
'오세훈' 논란 시작되자 알리바이 만든 김한정, "명태균과 통화하며 녹음해뒀어"
 
지난달 13일, 명태균 씨는 페이스북에서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 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자신이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인 10월 14일, 김 회장은 강혜경 씨에게 전화를 걸어 명태균 씨의 행동을 비난했다. 
 
□김한정 : 아이고 아니 이 새끼 이거 미친 새끼 이거 내가 그냥 안 있어야 되겠다. 이거 (중략) 아니 뜻밖의 전화가 며칠 전에 한 번 왔어. 뭐라고 그러냐면 내가 본래 걔(명태균) 전화를 안받거든. 근데 엄청 시끄러우니까 내가 전화를 받았지. 내가 목소리 딱… 받았지. ‘어 그래 어인 일이고?’ 이랬더니, (명태균이) '형님 오세훈이 내 얘기하지 마이소, 난 형님한테 말씀했습니다' 이래. 오세훈이가 왜 지 얘기를 해. 지가 떠들어 제끼니까, 문제가 된 거지.
■강혜경 : 그쵸. 
□김한정 : 그래서 야 이 새끼야. 니 지금 뭔 소리 하냐.
김한정 회장-강혜경 씨 통화 녹파일(2024.10.14.)
 
이날 또 김 회장은 명 씨에게 "니가 알아서 할 일이고 막 그런 걸 왜 나보고 얘기를 하냐, 나 몰라. 그리고 저기 오세훈이고 강철원(서울시 부시장) 그 개XX들 그거 다 해주는지도 모르고, 맞아 은혜도 몰라. 그것들 상종할 것도 없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이렇게 해놓은 게 있기 때문에 전혀 관계가 없는 거야"라고 덧붙였다.
 
정리하면, 김 회장은 명태균 씨와 통화하면서 오세훈 시장 측을 비난했으며, 이런 자신의 말을 녹음해뒀다는 것이다. 이렇게 녹음을 해뒀기 때문에 자신은 오세훈 측과 "전혀 관계가 없는 거야"라는 말이 이어졌다. 김 회장이 향후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대비해서 '알리바이'용 녹음을 해뒀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김한정 :나는 명태균이 것(녹음)이 있어. 
■강혜경 :좀 주세요. 면책 특권이 있는 의원한테 주게. 
□김한정 : (명태균과 통화하며) 니가 알아서 할 일이고 막 그런 걸 왜 나보고 얘기를 하냐, 나 몰라. 그리고 저기 오세훈이고 강철원 그 개XX들 그거 다 해주는지도 모르고, 맞아 은혜도 몰라. 그것들 상종할 것도 없어, 이렇게 해놓은 게 있기 때문에 전혀 관계가 없는 거야.
김한정 회장-강혜경 씨 통화 녹파일(2024.10.14.)
 
오세훈 "명태균 만났지만 여론조사 의뢰 안 해...김 회장은 수많은 후원자 중 한 명"
 
오세훈 서울시장은 명태균 씨를 만난 건 맞지만,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김 회장은 "수많은 후원자 중 한 명"이라면서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는 취지로도 말했다. 김 회장이 명태균 측에 3,300만 원을 건넨 건 일종의 개인적 일탈일 뿐,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김한정 사장님이라는 분이 추후에 3,300만 원을 줬다 혹은 또 그 이상의 액수가 갔다 하는 거를 저로서는 관심도 없고 알 리도 없고 알 수가 없는 거죠. 그걸로 명태균 씨와의 인연이 끝났다고 생각을 하는데 제가 거기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잖아요.(중략)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일이 불거지고 나서도 아 이분이 또 이렇게 사고 치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거고요.
오세훈 서울시장 발언 중(2024. 11. 26.)
 
그러나 두 사람이 별다른 관계가 아니라면 김한정 회장이 강혜경 씨에게 이런 말을 한 이유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김 회장에게 명 씨를 소개한 사람이 다름아닌 오세훈 시장이었다는 김 회장의 발언은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풀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또 언론 지상에 오세훈 시장의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하자, 김 회장이 명태균 씨와 통화하면서 '알리바이 용' 녹음을 해뒀다는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애초에 아무 관계가 아니라면 '알리바이용' 녹음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 특보에게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한정 회장에게 명태균을 만나게 한 것이 사실인지 물었으나 이 특보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김한정 회장님이 하실 일"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뉴스타파는 '명태균 게이트'의 진실을 밝혀줄 핵심 인물 중 하나로 떠오른 김한정 회장의 통화 녹음 파일을 계속 보도할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  봉지욱 강민수 이명선 박종화
편집  김은
그래픽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리서치  차우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