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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가는 줄 몰랐다”던 계엄군은 처벌받을까요?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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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 28. 19:28
“국회 가는 줄 몰랐다”던 계엄군은 처벌받을까요?
2차 내란 특검법, 17일 본회의 통과
‘부화수행자’도 처벌 대상으로 명시
“소극적 저항한 군경, 적극 보호해야”
고경주 기자 수정 2025-01-28 11:34 등록 2025-01-28 08:00
‘12·3 내란사태’ 당시 국회 본관 안으로 진입한 계엄군. 연합뉴스
‘12·3 내란사태’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한 특검법이 지난 17일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에 넘겨졌습니다. 이달 하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용하느냐, 거부하느냐에 따라 내란 특검이 빠르면 2월 출범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2인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군·경 주요 가담자들의 비상계엄 선포 전후 ‘죄상’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검찰이 상당히 수사를 진행한 터라 그 외 정부 관계자들이 얼마나 내란에 가담했는지도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이 될 듯합니다.
특히 1차로 발의된 내란 특검법과 달리 이번에 새로 통과한 2차 내란 특검법은 ‘부화수행자’까지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탄핵소추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등 ‘주요 가담자’ 말고도 내란 모의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동조한 이들까지 수사 대상으로 명시한 것입니다.
주목되는 것은 ‘서울의 밤’ 당시, 상황을 잘 모르고 가담한 대부분의 계엄군, 경찰 등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이들을 포함할 경우, 특검의 수사 범위가 크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날 ‘국회로 오는 것인지도 몰랐다’는 계엄군, 국회를 둘러싸고 의원들의 출입을 방해한 경찰,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을 둘러싼 대통령 경호처. 이들도 내란 특검법으로 처벌받게 되는 걸까요?
내란죄에 따르면 부화수행이란 “내란 모의에서 줏대 없이 다른 사람의 주장에 따라 행동했다”는 의미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입니다. 계엄군 일부가 국회의원 체포가 임무라는 것을 모르는 상태로 헬기에 탑승하고 작전에 투입됐다 하더라도, 임무를 알게 된 후 이에 바로 항명하지 않고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는 등 소극적으로나마 지시에 따랐다면 ‘부화수행’에 해당할 여지가 생깁니다. 계엄이 선포된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로 모인 의원들이 출입할 수 없게 한 경찰의 행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차 때 넣지 않았던 이 조항이 명시된 이유에 대해,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형법에 우두머리, 주요임무종사자, 부화수행 이렇게 세 단계로 나뉘어 있기에 법조문에 맞춰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국민의 힘 쪽이 발의한 내란 특검법 안에도 부화수행이 명시돼있습니다.
법조계 의견을 들어보면, 계엄군과 국회를 통제한 경찰 등은 1차적으로 수사 대상에 포함됩니다.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지휘관들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수사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적극적으로 상황을 지휘한 지휘관의 경우 부화수행자가 아닌 주요임무종사자로 처벌받게 됩니다.
다만 법안을 마련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의 의견 등을 종합하면, 처벌 기준은 ‘고의성’이 있었느냐이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임무를 행한 이들이 부화수행자로 실제 처벌까지 받게 될 가능성은 작습니다. 법안 성안에 참여한 한 원내대표단 관계자는 “민주당은 상황 인식 후 소극적인 저항을 했던 군경에 대해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자백할 경우 형이 감면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이들을 감면할 수 있는 내용을 특별법에 따로 만들어 넣으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애초에 기소권을 가진 특검이 재량껏 판단해, 무고하다고 볼 수 있는 이들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변호사 출신의 한 야당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 등이 통일된 기준을 제시해서, 무고한 이들은 선처하라는 식의 방침을 권고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관저를 에워싸고 체포를 방해한 경호처 직원들이 내란 특검법 수사대상에 포함되는지 역시 또다른 쟁점 중 하나입니다. 계엄 종식과 함께 내란이 끝났다고 보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들은 내란에 가담한 것이 아니지만, 계엄 해제 후에도 내란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민주당 입장에서 이들은 내란에 가담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내란죄 부화수행자로 형사 처벌받아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는다면, 국가공무원법 69조에 따라 퇴직 처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이들 역시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 체포영장 2차집행 당시 상관의 지시에 불응하며 체포에 협조한 정황이 반영된다면, 상황을 지휘한 몇몇 지휘관을 제외하고는 실제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