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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김건희 공천개입설' 담은 국민의힘 대외비 감사보고서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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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2. 20. 03:07
'김건희 공천개입설' 담은 국민의힘 대외비 감사보고서
박종화 2025년 02월 19일 09시 40분
뉴스타파는 국민의힘이 ‘대외비’로 작성한 <2023 당원협의회(창원시 의창구) 당무감사 현장감사 결과 보고> 문건을 입수했다.
보고서는 2023년 10월 17일에 작성됐고, 분량은 총 33쪽이다. 이 보고서에는 국민의힘이 2023년 당원협의회 당무감사를 통해 명태균의 존재와 역할,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설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사실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6개월 후 열리는 22대 총선에서 김영선 의원(창원시 의창구)을 '컷오프'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 공천관리위원회는 물론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보고서 내용을 인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명태균 게이트'가 터지기 1년 전부터 명태균의 존재와 김건희 여사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국힘 대외비 보고서에 담긴 '김건희 공천개입설'과 '대통령 여론조사 조작'
2023년 10월, 국민의힘은 전국 당원협의회(이하 당협)를 대상으로 당협의 운영 실태와 당협 위원장(현직 국회의원)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당무감사를 실시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전국 당협에 현장 감사반을 투입했는데, 감사반은 같은 달 17일 창원시 의창구를 방문해 감사를 마친 후 <2023 당원협의회 당무감사 현장감사 결과 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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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작성한 <2023 당원협의회 당무감사 현장감사 결과 보고>의 표지(2023년 10월 17일 작성)
국민의힘은 당무감사 실시 전, 이듬해 4월에 열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6개월 앞두고 현직 의원들의 도덕성을 고강도로 점검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민의힘은 현장 감사 보고서를 작성한 뒤 여론조사 등 추가 정보를 취합하여 최종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당무감사 결과, 김영선 의원이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창원시 의창구는 당협 209 곳 중 최하위권으로 나왔다. ▲당원 관리는 잘 하는지 ▲당협 운영을 잘 하는지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지 등을 묻는 6가지 항목에서 5개나 ‘잘 못하는 편’ 평가를 받았다.
감사보고서는 김영선 의원에 대해 ▲도대체 어떻게 공천을 받았는지 모르겠다는 평가 ▲지역 연고가 전혀 없는 인물을 갑자기 공천한 것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김건희 여사 개입설 등)라면서 낙하산 공천이 여전히 지역에서 논란이란 사실을 '김건희 여사 개입설 등'이란 문구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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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가 작성된 2022년 10월17일은 ‘명태균 게이트’가 폭로되기 11개월 전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명 씨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특히 보고서는 당시만 해도 베일에 싸였던 명태균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3쪽에 걸쳐 ▲총괄본부장 직함을 가진 인사가 사실상 당협 운영에 크게 관여하고 있다 ▲해당 인사는 공공연하게 대통령 영부인 김종인 이준석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텔레그램 등을 보여주고 자신이 국정운영, 당무 등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고 발언 ▲해당 인사는 창원에 거주하며 김영선 국회의원보다 상급자 같은 행세를 하며 시도의원 및 정치권 관계 인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명태균이 김영선 의원 및 대통령을 여론조사 조작 등을 통해 당선시켰다고 발언하며 공개석상에서 김영선 의원에게 욕설을 해 논란이 크다는 등 최근 검찰 수사로 드러난 명 씨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명태균과 윤대통령 부부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의 존재 및 명 씨의 여론조사 조작까지 보고서에 등장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감사반은 감사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명 씨가 김영선 의원실에서 ‘총괄본부장’ 직함을 사용한 의원실 명함과 지난 대선 캠프 단톡방에서 명태균이 여전히 게시물을 올리며 활동하고 있는 캡처 사진까지 첨부했다.
최종보고서에 빠진 '김건희 공천개입설'...김영선 '컷오프' 결정적 배경 추정
당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이었던 신의진 전 의원은 현장보고서 내용이 그대로 최종 감사결과보고서가 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신 전 위원장은 최종 보고서에는 김 여사 관련 내용은 없고, 명 씨와 관련된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객관적으로 평가가 가능한 내용만 최종 보고서에 반영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와 관련된 현장 감사 내용이 최종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신 전 위원장은 “예를 들면 누구는 과거에 누가 어떻게 개입을 했다더라 이런 게 엄청 많다. 그러니까 김건희 여사든 명태균이든 확인을 할 수도 없다. 현장 보고서에는 그런 게 어마어마하게 많이 있다”고 답했다.
신 전 위원장은 현장감사 보고서가 결과 보고서로 작성되는 과정에 대한 질의에 “현장감사 보고서를 당무감사 위원들이 당료들과 현장에 갔던 감사반원들과 하나하나 다 체크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렇게 점수를 내고 여론조사 점수를 합쳐 최종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답했다. 신 전 위원장은 김영선이 공천을 못 받은 또 다른 명확한 사유가 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지난해 총선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컷오프된 결정적 이유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건희 개입설'과 '대통령 여론조사 조작'이 담긴 보고서를 한낱 풍문이라며 무시했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김영선 컷오프는 명태균 씨와 김건희 여사의 갈등을 촉발했다. 김영선 공천이 좌초되자 명 씨는 개혁신당 이준석, 천하람 의원을 칠불사에서 만나, 김건희 공천 개입 폭로를 모의하면서 김 여사와의 통화 및 SNS 대화를 추출해서 보관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개입한 증거들을 모두 확보했지만, 아무런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제작진
취재 봉지욱 이명선 전혁수 박종화 이슬기
촬영 최형석 신영철
편집 장주영
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리서치 최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