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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훈 후보가 헌법재판관 자격이 없는 이유 - 오마이뉴스

civ2 2025. 4. 14. 23:31
 
함상훈 후보가 헌법재판관 자격이 없는 이유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성범죄 판결로 돌아보는 성인지 감수성 대법원 판례
류제성(kkari2000) 25.04.14 19:07ㅣ최종 업데이트 25.04.14 19:07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종로구 공관에서 경제안보전략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종로구 공관에서 경제안보전략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국무총리실 제공
 
내란 혐의 피의자인 한덕수 총리가 지명한 두 명의 헌법재판관 중 역시나 내란 피의자인 이완규 법제처장 못지않게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함상훈 판사는 버스요금 2,400원을 횡령한 운전기사를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한 반면, 학생들을 성추행하고 모텔로 데려가 성적 행위를 한 대학교수를 파면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또한 2021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하고 불법 사찰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형량을 징역 4년에서 징역 1년으로 대폭 감형했다.
 
뿐만 아니라, 친딸을 만 13세 때부터 5년 가까이 성폭행한 남성에 대해 '잠결에 딸 바지 속으로 손을 넣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혼한 후에도 아내 없이도 딸에 대한 애정으로 딸과 살갑게 지내왔다'는 이유로 징역 6년의 1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채팅 어플리케이션으로 알게 된 15세 학생을 협박해 유사 성행위를 한 남성에 대해선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피해자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등 '피해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17세 학생을 따라가 강제추행한 남성에 대해선 회사 사규 상 금고형 이상이면 당연 퇴직된다는 이유로 벌금 500만 원으로 선처했다.
 
파면된 대통령의 권한을 불과 두 달간 대행하는 한덕수의 헌법재판관 지명은 위헌·위법한 월권이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이렇게 비상식적인 판결을 한 사람을 헌법과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할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려는 의도적 행위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게 만든다.
 
함상훈의 판결, 성인지 감수성 현저히 결여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 연합뉴스
 
이는 성범죄 가해자에게 관대하고 온정적인 반면, 피해자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성인지 감수성이 현저히 결여된, 아니 아예 없다고 볼 수 있는 판결이다. 대법원은 2018년경부터 성희롱·성폭력 재판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면서 성희롱·성폭력 피해자가 처한 개별·구체적인 사정과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라면 당연히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는 '피해자다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진 채 그 기준에 벗어난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법원은 성인지 감수성의 개념을 정의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이란 성별 간 존재하는 성 인식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러한 차이가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찾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성희롱이나 성범죄 수사·재판에서는 성희롱·성폭력과 성차별이 연관되어 있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사건을 판단하라는 주문이다.
 
지금껏 수사기관과 법원은 피해자가 가해 당시 명확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즉시 구조 요청을 하거나 신고하지 않았다, 사건의 세부 내용에 대한 진술이 다소 엇갈리거나 불명확하다, 사건 이전에 가해자와 친분이 있었다, 평소 음주를 즐기는 등 품행이 '정숙'하지 않았다 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 이런 태도는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명예훼손죄 고소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부추겼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공유하는 특정한 성질이나 속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피해자라면 마땅히 보여야 할 전형적인 반응, 이상적인 행태를 기대하거나 요구하면서, 그러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자의 진술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는 점, 성폭력 범죄는 성별에 따라 차별적으로 구조화된 성을 기반으로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발생하므로 피해자는 피해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고 가해자와 종전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많으며 피해상황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는 점, 피해자의 반응은 나이, 성격, 가치관 등 특성에 따라 고유하게 나타날 수 있고, 가해자와의 관계, 범죄 전후의 사정이나 상황, 시간의 경과 등에 따라 복합적인 요소의 영향을 받아 다양하게 나타나고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래서 피해자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이 없고 허위 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이상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차별과 억압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지난 4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이 언론에 짧은 시간 공개됐다.
▲지난 4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이 언론에 짧은 시간 공개됐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런 대법원 판례에 대한 심각한 오해 내지 공격이 있다. 성인지 감수성 법리에 따르면 피해자 진술만 있으면 다른 증거가 없어도 유죄 선고가 가능해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 재판주의가 훼손되고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시민언론 민들레>에 게재된 "성인지 감수성 등 주관적 감정은 법의 영역에서 빼야-박원순, 정철승 성추행 혐의에 부쳐"라는 칼럼이 그런 주장을 대변한다.
 
그러나 성인지 감수성 법리는 피해자의 말을 믿을 수 없는 말, 무시해도 좋은 말, 거짓말로 치부하는 피해자에 대한 불신과 선입견, 피해자라면 당연히 이렇게 행동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및 가해자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배제하고, 사회와 조직의 구조적 차별, 관행, 문화, 구성원들의 인식 등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공정한 판단을 하라는 요구다. 따라서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증거재판주의와 배치되지 않으며 그보다 상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형사사건은 물론 보다 완화된 증명으로도 충분한 성희롱 사건에서도 피해자의 진술 외에 다른 증거나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할 정황이 없는 경우 피해사실이 사실로 인정되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해당 칼럼의 필자 최자영 전 부산외대 교수는 객관적 증거 없이도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주관적 감정을 근거로 성희롱·성폭력 사건에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성희롱·성폭력 사건에서 강조하는 성인지 감수성이란 피해자의 감수성이 아니라 조사자와 판단자가 갖추어야 할 자세 내지 태도를 의미한다. 그리고 성희롱·성폭력의 성립 요건인 성적 수치심도 오로지 피해자의 주관적인 감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희롱·성폭력은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피해자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 성립한다. 피해자가 유독 민감한 성인지 감수성을 지니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라면 전혀 느끼지 않았을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유죄가 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함상훈 판사의 판결로 돌아가 보자. 성범죄 가해자와 엘리트에게 관대하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가혹한 판결은 별개가 아니다. 차별과 억압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사람에게 다른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있기 어렵기 때문이다. 헌법이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다수결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소수의 인권 보호라는 법원의 사명에 있다. 따라서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사람은 헌법재판관은 고사하고 법관으로서도 자격이 없다. 함상훈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함으로써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으로 지켜낸 헌법을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 공적 활동을 하는 지식인이 이런 칼럼을 쓸 정도로 아직 우리 사회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부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이해가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류제성씨는 법무법인 진심 변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