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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키우고 메탄 내뿜는 보와 하굿둑, 온실가스 공장으로 전락"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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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4. 23. 18:52
"녹조 키우고 메탄 내뿜는 보와 하굿둑, 온실가스 공장으로 전락"
최승호 2025년 04월 23일 15시 06분
흐름을 막은 대가는 ‘메탄 폭탄’
이명박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성장 프로젝트’라 주장하며 16개의 보로 한국의 가장 큰 강 네 개를 막았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이었다. 그러나 보와 하굿둑이 흐름을 막은 강은 되레 ‘온실가스 공장’으로 변하고 있었다. 한강·낙동강·영산강 하구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절반 이상이 메탄(CH₄)으로, 이는 CO₂보다 28배 강한 지구온난화 유발 물질이다. 최근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은, 이 구조물들이 기후위기 시대에 제거되어야 할 ‘폭탄’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박지형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세 강의 하구역에서 최근 2년에 걸쳐 진행한 조사에서, 보와 하굿둑으로 흐름이 막힌 구간에서 온실가스 농도가 높게 나타났고, 그중 메탄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CO₂)보다 약 28배 강력한 지구온난화 유발물질로, 보와 하굿둑은 이를 집중적으로 만들어내는 ‘온실가스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강 신곡 수중보 상류의 조사 지점은 연구진이 측정한 16개 지점 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구간이었다.
보가 만든 정체수역, 메탄 공장으로
하천에서 보가 물의 흐름을 막으면 물이 흐르지 않고 고인다. 물이 고이면 유기물(식물·동물의 찌꺼기 같은 썩을 수 있는 물질)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쌓이고, 산소가 줄어든다. 산소가 부족한 이런 환경에서는 바닥에 쌓인 유기물이 썩으면서,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가 만들어진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조사에서, 박지형 교수 연구팀은 한강·낙동강·영산강 하구역의 총 16개 지점에서 3개월 간격으로 총 10차례 온실가스를 측정했다. 하구역은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경계부인데, 한강 하구역의 상류에는 신곡수중보가 있으며 낙동강과 영산강은 하구(河口) 근처에 세워진 하굿둑이 바닷물 유입을 막고 있다.
연구팀은 2023년에 발표된 첫 번째 연구에서 8개의 보로 막힌 낙동강의 중·하류 구간에서 녹조가 심할 때 메탄(CH₄)의 농도가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보고했다.
두 번째 연구인 하구역 조사에서도, 보와 하굿둑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간에서 메탄(CH₄)의 배출량이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세 하구역의 온실기체 배출량 중에서 메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53~79%로, 이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른 나라의 하구역과 큰 차이를 보인다.
최악의 온실가스 배출구는 한강 신곡 수중보
가장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 곳은 한강 하구였다. 이곳은 서울이라는 대규모 오염원이 인접해 있고, 신곡 수중보로 인해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서 상류부에 오염물질이 쌓인다. 생활하수와 유기물이 유입되는 수중보 상류 구간에서 메탄을 포함해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신곡 수중보 상류의 조사 지점은 연구진이 측정한 16개 지점 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구간이었는데 조사 대상 16개 지점 평균의 약 2.4배에 달했다. 강물이 신곡 수중보를 통과해 바다로 흘러가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는 계속 배출되며, 전체 배출량 중 메탄이 53%를 차지했다.

보로 강을 막으면 죽은 녹조 등 유기물이 강바닥에 쌓인 뒤 썩으면서 이산화탄소보다 28배나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생성된다.
녹조, 메탄의 원료가 되다
낙동강은 8개의 보가 연속으로 설치돼 있어 흐름이 느려지고, 여름철 수온이 오르면 녹조(남세균)가 급격히 번식한다. 녹조는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이산화탄소(CO₂)를 줄이지만, 일정량을 넘어서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죽은 녹조가 썩으면서 유기물이 강바닥에 쌓이고, 이 유기물이 산소가 거의 없는 바닥층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특수한 고세균에 의해 메탄이 생성된다.
낙동강 중·하류의 8개 보가 설치된 구간에서는, 녹조 증식 → 유기물 퇴적 → 산소 고갈 → 메탄 생성이라는 순환고리로 인해 다량의 메탄이 배출된다.
강 하류에서 바다로 들어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흐름을 막고 있는 하굿둑 상류부에서도, 특히 녹조가 심한 여름철에 메탄 배출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상류의 여러 보들과 하굿둑이 함께 녹조의 영향을 받으며, 그 결과로 다량의 메탄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 철거는 생태복원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 전략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성장’ 프로젝트로 포장했지만, 최신 연구 결과는 그 정반대의 실상을 드러낸다. 특히 낙동강 등에 설치된 보는 물 흐름을 막고 유기물을 퇴적시켜, 지구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CO₂)보다 수십 배 강력한 메탄(CH₄)을 집중적으로 생성·배출하는 온실가스 공장으로 작동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녹색성장이 아니라 ‘온실가스 성장’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이제 보 철거는 단순한 생태계 회복을 넘어, 온실가스 감축 전략의 일부로 인식돼야 한다.
메탄은 같은 양일 때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는 훨씬 크지만, 대기에서 머무는 기간은 약 9년으로 짧다. 이 때문에 배출을 줄이면 빠르게 대기 중 농도를 낮출 수 있어, 단기간 기후 대응에 효과적인 ‘전략적 온실가스’로 평가받고 있다. 박지형 교수는 “정부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 때 실현하려면 탄소흡수원을 시급하게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와 댐이 하천의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키는 현황을 파악하고 감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연구진이 낙동강 하구역 선상조사하고 있다. 한양대 신경훈 교수 제공
흐르게 해야 산다
김정욱 전 녹색성장위원장도 “건강한 강은 정상 범위 내에서 온실기체를 배출하지만, 썩은 강에서는 메탄(CH₄)이 대량 발생한다"며 "물을 흐르게 해야 온실가스도 줄고 강도 산다"고 지적했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전문위원은 “4대강 보는 홍수·가뭄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게 증명됐는데, 설상가상으로 ‘메탄 공장’이란 연구도 나왔다. 따라서 기후위기 완화와 적응을 위해서라도 보 해체와 자연성 회복은 반드시 필요하다. 새정부는 보 해체를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박지형(이화여대), 신경훈(한양대), 김부근(부산대) 교수가 참여한 공동연구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2025년 4월 19일, 환경분야의 저명학술지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도시화와 저류화에 따른 하구역 온실가스 배출의 차별적 하천-해양 전이 및 메탄 우위」(Differential river-to-sea transfers and CH₄ dominance of greenhouse gas emissions in urbanized and impounded estuarie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제작진
디자인 이도현
웹출판 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