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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내란]"대통령·고위장성 '안가 술자리' 부활이 '계엄 씨앗' 뿌렸다" - 오마이뉴스

civ2 2025. 4. 28. 19:30
 
"대통령·고위장성 '안가 술자리' 부활이 '계엄 씨앗' 뿌렸다"
[서평] 김태훈 SBS 국방전문기자가 기록한 12.3 비상계엄 막전막후
김도균(capa1954) 최종 업데이트 25.04.28 09:38
 
SBS 김태훈 기자가 쓴 <계엄군(君) 계엄군(群)> 표지.
▲SBS 김태훈 기자가 쓴 <계엄군(君) 계엄군(群)> 표지. ⓒ 더퍼플미디어
 
"대통령실이 아주 특이한 명분의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
"의지가 확고하다."
"계엄의 방식도 독특한 것으로 안다."
 
지난 2024년 7월 김태훈 SBS 국방전문기자는 계엄 관련 첩보를 입수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밑도 끝도 없는 계엄이라니, 너무나도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국가정보원 소식통의 전언이었기에 한낱 뜬소문으로 치부해 버리기도 찜찜했다. 어디서부터 확인해야 할지 대통령실이나 국방부에 물어 볼 엄두를 못 냈다.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까봐 회사에 정보보고도 하지 않았다.
 
8월 들어 더불어민주당 김민석·김병주·박선원 의원 등이 계엄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음모론이라고 손가락질했지만, 몇 주 전 계엄 첩보를 들은 김 기자는 털끝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으론 야당에서 계엄을 성토하는 마당에 누가 감히 계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안심도 됐다.
 
하지만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기어이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3일 오후 10시 23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해 4일 오전 1시 3분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오전 4시 20분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는 대통령 2차 담화가 나올 때까지 대부분의 국민들은 뜬 눈으로 '계엄의 밤'을 지새야 했다.
 
지난 23일 출간된 <계엄군(君) 계엄군(群)>(더퍼플미디어)은 김태훈 기자를 비롯한 SBS 외교안보팀의 12.3 비상계엄 취재 기록이다. '계엄 대통령과 국회에 총겨눈 무리들'이라는 부제처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계엄에 연루된 군 수뇌부들의 행적을 집요하게 쫓아가면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비상계엄 선포가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을 풀어 줄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간 공개된 적이 없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독점 인터뷰가 단연 눈길을 끈다. 또 대통령실과 국방부, 정보사, 707특수임무단 취재기록 등을 재구성해 12.3비상계엄의 막전막후를 생생하게 복원했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이자 대선 캠프 안보책임자로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국방 상왕'으로 등장했던 김용현을 중심으로 한 '김용현 군부'가 계엄을 향해 어떠한 빌드업을 해왔는지도 추적했다. 2023년 12월부터 시작된 그들의 계엄 모의와 김용현 국방부 장관 기용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김 기자는 수십 년 동안 국민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던 계엄령이 다시 소환된 배경에 대해서 "YS(고 김영삼 전 대통령)는 하나회 숙청과 안가(안전가옥) 폐쇄 등의 노력을 통해 문민통제의 기틀을 세웠다"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YS의 문민통제와 정반대의 방식으로 군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우리 군은 계엄의 늪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한국 군(軍) 문민통제의 특수성과 유형에 관한 연구>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기자는 12.3 계엄 사태로 실패한 문민통제 복구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그에게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 지난 2월 6일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나 같이 야전에 있는 군인이 대통령이라든가 장관의 명령이 위법이라고 생각해서 반기를 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는가? 이게 바로 쿠데타"라고 발언한 일은 충격적이었다. 민주적 문민통제 원칙에 대한 3성장군의 무지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이 전 사령관의 인식은 "군이 권력의 수단으로 전락한 권위주의 국가의 주관적 문민통제에서나 통할 말"이라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군이 권력의 수단이 되는 후진적인 문민통제가 공고해지다가 마침내 계엄까지 발발했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는 6월 출범할 새 정부가 "'계엄의 늪에 빠진 군의 기사회생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정치와 군의 야합을 깨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정치권력은 군을 부리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고, 군은 정치권력이 던져주는 떡고물에 냉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