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현장에서] 헌재는 검사에게 ‘민주주의 파괴 면허’를 주지 말라 - 뉴스타파

civ2 2025. 5. 15. 06:54
 
[현장에서] 헌재는 검사에게 ‘민주주의 파괴 면허’를 주지 말라
전혁수 2025년 05월 14일 15시 13분

 

2025년 5월 13일, 고발사주 사건 형사재판으로 중단됐던 손준성 검사장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가 재개됐다. 손 검사장이 고발사주 재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으면서다.
 
탄핵심판이 재개되자 대다수 언론은 손 검사장이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탄핵소추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형사재판 무죄가 곧 탄핵 기각을 의미하진 않는다. 기본적으로 탄핵심판은 '헌법 재판'으로 징계 재판의 성격도 있다. 윤석열 파면처럼 징계할 만한 사유가 충분히 확인된다면 오히려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
 
▲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탄핵심판의 의의와 탄핵사유.
 
그렇다면 손준성 검사장에겐 어떠한 탄핵 사유가 있을까. 공교롭게도 그의 형사재판에서 헌법, 법률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
 
형사재판에서 "고발장 작성에 검사 지위 이용" 거듭 확인 
 
손 검사장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채널A 검언유착 사건’, ‘윤석열 장모 비리 사건’ 등을 보도한 뉴스타파와 MBC 기자들 그리고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을 비판한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한 뒤, 김웅 의원을 통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넘긴 이른바 '고발사주'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손 검사장에게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무죄 이유는 고발사주 사건이 벌어진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손 검사장과 김웅 사이에 또 다른 인물이 끼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 불상의 인물은 판결문에서 ‘검찰총장 등 상급자’로 표현됐다. 
 
2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등 손 검사장의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손 검사장은 앞서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해 “고발장을 작성한 사실도 없고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직원이나 그 누구에게도 고발장 작성을 지시하거나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형사재판 법원은 손 검사장이 고발장 작성과 고발장에 첨부할 자료를 수집하는 데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도 이 판단은 동일했다.
 
법원은 손 검사장이 ‘검사의 지위를 이용했다’는 점까지 못박았다.
 
피고인(손준성)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수사정보의 수집·검증·평가·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그 지위를 이용하여 1, 2차 각 고발장과 그 내용의 바탕이 된 1, 2차 메시지의 대상정보의 수집·작성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
고발사주 2심 판결문 (서울고등법원 제6-1형사부, 2024. 12. 6.)
 
검찰의 조직적 수사 방해 및 정권 차원의 비호 정황들 
 
손 검사장의 관여가 인정된 고발장의 피고발인 13명 중 3명은 ‘윤석열, 한동훈, 김건희’를 비판한 정치인이었고, 그가 고발장을 누군가에게 전송한 날은 총선을 불과 12일 남긴 시점이었다. 고발장에 담은 당시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었던 공직선거법상 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였고, 고발장 수신처는 대검 공공수사부장이었다. 검찰이 고발장을 써서 외부로 유출하고 → 외부의 누군가가 고발하면 → 검찰이 그 사건을 다시 받아 수사함으로써 적극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였다. 
 
피고발인 13명 중 9명은 ‘윤석열, 한동훈, 김건희’에 대한 비판 기사를 작성한 뉴스타파·MBC 소속 기자·PD, 나머지 1명은 MBC에 채널A 검언유착 사건을 제보한 제보자였다. 검찰총장과 그의 부인, 그리고 그의 최측근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언론인들은 졸지에 수사 대상이 될 뻔했다. 
 
▲ 손준성 검사장이 2020년 4월 3일 누군가에게 최초 전송한 고발장 일부. 이 고발장은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을 거쳐 조성은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전달됐다.
 
손 검사장이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검찰의 조직적인 수사 방해와 윤석열 정권 차원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2일은 필자가 처음 고발사주 사건을 보도한 날이다. 그런데 바로 이날 고발장 전달자 김웅은 휴대전화를 바꿨다. 같은 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수사관들은 저녁 8시가 넘은 시간, 불과 20일 전에 교체한 PC의 하드디스크 25개를 초기화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근무했던 임홍석 검사는 공수처가 손 검사장을 압수수색하자 다음 날인 9월 11일 새벽 1시경 휴대폰에 안티포렌식(포렌식방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아이폰 비밀번호 제공을 약속했던 손 검사장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180도 입장을 바꿨다. 
 
미리 짜놓은 것처럼 착착 진행된 일련의 일들이 모두 우연이었을까? 
 
윤석열 정권은 끊임없이 ‘손준성 무죄’ 사인을 보냈다. 손 검사장은 윤석열 정권 출범 1달 뒤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서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전보됐다. 검사장 승진 코스로 여겨지는 자리다. 대검은 고발사주 1심 재판이 한창이던 2023년 3월 31일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손 검사장에게 ‘비위 없음’ 면죄부를 줬다. 이로부터 6개월 후 한동훈 법무부는 그에게 ‘검사의 꽃’ 검사장 자리를 선물했다. 
 
헌재에서 거짓 증언한 손준성...‘민주주의 파괴 면허’ 발부 안 된다  
 
고발사주 사건은 검찰이 민주주의의 요체인 선거에 개입하고,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려 한 국기문란 행위이자, 유례없는 민주주의 파괴 기도였다. 그러나 검찰과 정권의 조직적 방해로 진상 규명에 실패하면서 윗선으로 지목된 윤석열, 한동훈 등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고발장 작성에 관여하고 다른 사람에게 최초로 자료를 전송하는 등 이 사건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한 사람이 손 검사장이라는 점은 형사재판을 통해 명확하게 확인됐다.
 
▲ 지난 2020년 4월 3일과 8일,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이 조성은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고발사주 고발장을 보내는 모습. 메시지마다 '전달된 메시지 손준성 보냄'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고발사주 재판 결과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은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범죄정보기획관)이었던 손준성 검사장으로 확인됐다.
 
검찰청법 제4조 제3항은 검사는 직무 수행 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국민들은 기본권 침해를 전제로 하는 ‘수사’ 직무를 수행하는 검사에게 다른 공무원보다 훨씬 높은 정치적 중립을 기대한다. 
 
손 검사장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던 1심 재판부가 그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강하게 질타했던 이유다.
 
피고인(손준성)은 위 제보자 및 그 당시 여권 정치인들, 언론인들을 고발하는 데에 활용하고 위 정치인들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거나 그 시도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는 바, 비록 결과적으로 피고인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지만, 이 사건 각 범행들은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하여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 수반된 것이라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공무상비밀누설죄,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위반죄에 비해 사안이 엄중하고 그 죄책 또한 무겁다.
고발사주 1심 판결문 (서울중앙지법 제형사27부, 2024. 1. 31.)
 
헌재가 헌법을 토대로 제대로 심리한다면, 형사재판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만약 헌재가 손 검사장 탄핵소추를 기각한다면, 이는 아무리 검찰권을 남용해도 처벌받지 않는 ‘민주주의 파괴 면허’를 검사들에게 내주는 꼴이 될 것이다.
 
제작진
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섬네일  고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