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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도 계엄 후유증…1분기 매출, 금융위기 수준 ‘급감’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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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5. 25. 13:04
[단독] 골프장도 계엄 후유증…1분기 매출, 금융위기 수준 ‘급감’
박종오 기자 수정 2025-05-25 09:51 등록 2025-05-25 09:31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야구장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어린이 야구교실에서 직접 타격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불법 계엄과 이에 따른 내수 경기 악화 등으로 최근 국내 골프장 매출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 특수에 힘입어 ‘배짱 영업’을 해왔던 골프장에도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는 것이다.
국내 골프시장 규모는 20조원, 참가자 수만 6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업황 악화 여파로 골프장 건설 자금을 조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서비스업 중 ‘골프장 운영업’ 생산 지수(2020년=100)는 46.3으로, 지난해 1분기에 견줘 9.6포인트 급락했다. 이 지수는 통계청이 국내 골프장들의 매출액을 조사해 집계한 통계다. 올 1분기 골프장 운영업 생산 지수는 2011년 1분기(43.5)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던 2008년 1분기(46.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골프시장의 핵심 수요층인 한 재계 임원은 “계엄 정국 여파로 기업인들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골프 치겠다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며 “계엄 이후 내수가 최악이 된 만큼 골프장 매출이 급감한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임원은 “법인카드로 골프 치는 관행을 고치라는 그룹 차원의 얘기가 있었던 데다, 사정이 어려운 계열사의 경우 위기 경영 상황인 점을 고려해 관련 예산을 줄인 상태”라고 귀띔했다.
실제 국내 골프장 1호 상장사인 남화산업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1억7600만원으로, 전년 동기(30억5600만원) 대비 28.8% 쪼그라들었다. 이 회사는 전남 지역에서 54홀 규모의 골프장을 운용하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액은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2021년(40억7900만원), 2022년(53억700만원)에 견줘선 반토막을 밑도는 수준이다.
골프장·백화점·예식장·호텔업 등을 하는 코스닥 상장사인 베뉴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베뉴지씨씨(CC)’를 보유한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골프장 입장료 수입 매출액은 12억6천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15억4672만원) 대비 18.4% 줄어든 규모다.
국내 골프장은 해외 여행길이 막히고 엠제트(MZ)세대 등이 몰렸던 코로나 시기 업황의 정점을 찍고,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이용객 수 감소세를 보여왔다. 수요 감소에도 골프장들이 높은 요금을 유지하는 배짱 장사를 하며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린 측면도 있다. 그러다 올해 계엄과 정국 혼란 등 정치적 상황까지 겹치며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관계자는 “코로나 때 대거 몰렸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레저 쪽 지출을 줄인 영향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시장 악화로 골프장 개발에 동원된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회원권 분양과 입장료 수입 등이 줄어들면 골프장 개발에 뛰어든 시행사의 대출 상환 여력도 나빠지기 때문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