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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포위하려다 포위 당한 이준석, 차기 보수 주자 입지 흔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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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 4. 14:17
세대 포위하려다 포위 당한 이준석, 차기 보수 주자 입지 흔들
[분석] TV토론 자충수로 치명타, 보수 텃밭 영남에서도 한 자릿수 득표... 어두워진 이준석의 정치적 미래
글: 곽우신(gorapakr) 박수림(srsrsrim) 김화빈(hwaaa) 사진: 남소연(newmoon) 25.06.04 10:31ㅣ최종 업데이트 25.06.04 10:31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3일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 도착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8.34%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의 한계가 명징하게 드러났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은 8.34%(291만7523표)에 그쳤다.
물론 원내 3석에 불과한 개혁신당의 조직, 자금, 당 지지율 등을 고려하면 나름 '선전'한 거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하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침통했던 개혁신당 상황실 분위기에서 드러나듯, 이준석 후보의 '개인기'만으로는 큰 선거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그대로 노출됐다. 당사자는 극구 부인했지만, 결국 '갈라치기' 선거 캠페인으로는 다수 유권자를 포용할 수는 없다는 현실을 재확인한 셈이다.
특히 보수의 본산인 영남 지역에서도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치면서 '개혁 보수'의 기치도, 차기 보수 대권주자로서의 위상도 흔들리게 됐다. 향후 보수정계 개편에서 개혁신당이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2026년 전국동시지방선거와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개혁신당이 독자 생존할 수 있을지 물음표만 커질 전망이다.
'혐오'와 '구태' 반복... 결정적 자충수 된 TV토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던 중, 한 시민이 전날 TV토론에서의 이 후보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 소중한
이준석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초반만 하더라도 네거티브 캠페인을 자제하고,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정책 행보를 내세웠다. 부정선거 음모론과 철저하게 선을 그었고,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비상계엄을 강하게 비판했으며, 탄핵에 찬성했던 기조를 강조하며 '극우화' 한 국민의힘과 차별화에 나섰다. 보수 성향 주자임에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전향적 자세를 강조했고, 채상병 사건의 진실을 위해 박정훈 전 대령과 동행해 오면서 차곡차곡 득점을 쌓았다.
국민의힘 측의 지속적인 '단일화' 압박에도 '완주' 의사를 재확인하면서 '자생력'을 증명하는 듯했다. 득표율 10% 달성으로 선거비 절반을 보전받고, 이를 바탕으로 대선 패배 후 자중지란에 빠질 국민의힘 대신 '새로운 보수'의 꿈을 이어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그려졌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지속적으로 '동탄 모델'을 강조해 선전을 자신했다. 지난 총선에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여겨졌던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고, 3자 구도를 형성한 뒤 자전거 유세와 손편지 호소 등으로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하지만 '동탄 모델'에서 잘 거론되지 않는 요소가 하나 있다. 이 후보는 동탄에 출마했을 당시 '반페미니즘' 전선을 크게 가시화하지 않았다. 지역구 유권자의 표심과 정서를 헤아린 전략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준석 후보의 우상향하던 추세는 막판 자충수로 주저앉았다. 동덕여자대학교의 공학 전환 반대 시위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 이동권·탈시설 시위를 다시 공격하며, 급할 때마다 꺼내 드는 '갈라치기'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핵심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혐오 정치'라는 비판이 다시 따라 나오면서 그를 향한 비호감 정서를 재차 자극했다.
대선은 지역구 총선처럼 한정된 공간을 집약적으로 공략할 수 없다. 거대 양당에 비해 사람도, 돈도 모자란 제3당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 후보 본인이 언급했듯, 최대의 미디어 이벤트인 'TV토론'을 중심으로 효과적인 공중전을 펼쳐야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대선 후보 방송토론에서 오히려 점수를 까먹었다. '최저임금 차등제' 공약은 '차별'이라는 반론에 직면했고, 상대의 팩트체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을 줘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대한 비판이 나왔을 때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를 예시로 들며 반박한 것 정도는 애교였다. 마지막에 '여성혐오' 발언을 무분별하게 재현하면서 치명타를 자초했다. 비판 여론이 거셌음에도 본인의 잘못에 대해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도 거부하면서,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3일 CPBC라디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 출연한 김두수 개혁신당 선거대책위원회 정무특보단장은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였는데 3차 토론에서의 돌발적 질문 때문에, 다음날 일부 여론조사를 확인해 보니까 3%p가 빠졌더라"라며 "그때 우리 당 내에서 토론을 해봤는데 시니어 그룹과 젊은 그룹의 눈이 확 갈리더라. 결과적으로는 이 문제를 우리가 극복하지 못하지 않았나"라고 자성했다. 후보가 선을 넘을 때 주변 그룹도 똑같이 왜곡된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 결과가 '20대 남성'을 제외한 나머지 계층의 외면이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 '세대포위론'을 내세워 전국 단위 선거를 승리로 이끈 적이 있던 '사마준석'은, 이번에도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2030 여성'만을 포위해 나머지 계층에서 표를 모으겠다는 구상을 그렸다. 하지만 도리어 본인이 자기가 판 함정에 빠지며 '이대남'을 제외하고는 '세대 포위'를 당해 버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에 "젠더 이슈는 양날의 칼이다. 이준석 후보가 '갈라치기'를 들고 나온 건 남성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지만, 당연히 여성들이 이탈한다"라며 "그런 면에서 고질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개혁신당과 이준석의 정치적 미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이희훈
향후 정치적 전망도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단순히 저조한 득표율의 문제가 아니라,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에 실패한 탓에 향후 그의 정치적 운명도, 그의 개인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당의 운명도 모호해졌다.
특히 외연 확장 없는 당내 인사들의 이탈도 문제다. 탄핵 찬성파 김상욱 의원 영입엔 실패했고 허은아 전 당 대표와 김용남 전 정책위의장은 파란 옷을 입었다. 이탈의 원인이 된 허은아 전 대표의 축출 과정은 당 외부에서 보기에 깔끔하지 않았다. 김용남 전 정책위의장이 미디어에 당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않을 때, 당은 그를 회유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보여주기 보다는 불만만 드러냈다.
사실상 이준석 '원맨팀' 정당인 개혁신당이 포용에 실패하고 큰 물결을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다. 이번 대선에서 성과를 냈어야 당에 인재가 들어오고, 이를 기반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는데 여기부터 스텝이 꼬이게 됐다.
또 이준석 후보의 이번 캠페인 기조 탓에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은 다소 어려워졌다. '젓가락' 발언은 때만 되면 회자되어 그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당분간은 국민의힘 등 기존 보수 진영과의 화해나 통합 가능성도 매우 낮다. 설사 '국민의힘 행'을 택하더라도 '내란 세력'과 손을 잡는 순간 그나마 지금까지 가꾸어 온 지지 기반마저 붕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향후 보수 정계 개편 과정에서 이준석 후보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기란 쉽지 않아졌다. 국민의힘 안에는 '찬탄파' 한동훈 전 대표가 이미 나름의 지분과 세력을 갖고 있다. 국민의힘이 분란에 휩싸여 이탈하는 이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개혁신당 행을 택할지는 의문이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이준석의 개혁신당이 지금의 국민의힘보다 건전하고 미래지향적인 세력인가?'라는 유권자의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전국 득표율만이 아니라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같은 보수층이 모여 있는 지역에서도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치면서 '대안' 입증에 실패했다.
"이준석이 보수의 새로운 깃발? 좀 회의적"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21대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경기 시흥시 한국공학대학교를 찾아 '학식먹자 이준석'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이진민
20~30대 남성 일부에 한정된 이준석 후보 개인의 인기나 미디어 주목도와 별개로, 정치적 생명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따른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후보가 지금까지 말해왔던 걸로 보수의 새로운 깃발이 될 수 있을까? 좀 회의적이다"라며 "이 후보는 '뭐가 안 된다'라는 것에 대해서는 역할을 하지만, '뭐가 되어야 한다'는 데 있어서는 물음표"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가자'라고 이 후보 본인이 밝힌 게 별로 없고, 성과를 낸 게 없다"라는 지적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준석은 명분을 갖고 정치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국민의힘과 손을 잡으면 본인의 정치적인 생명력을 단축시킬 것"이라며 "당분간은 독자세력을 구축할 텐데, 영남권에서 지지율이 미미하다면 보수 정치인으로서의 미래도 암울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이 기대보다는 상대적으로 저조했기 때문에, 이준석의 활동 공간도 좀 넓어질 수 있다"라며 "이제 '사법 리스크'가 유효한 쪽은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 못할 경우 보수의 미래로서 여전히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