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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캠프 출신이 이사장인 단체, 언론재단이 지원한다 -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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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 18. 19:30
김문수 캠프 출신이 이사장인 단체, 언론재단이 지원한다
정치권 출신 주축인데 ‘미디어 리터러시’ 활동 전면에
신생 단체인데도 선정, 정작 주요 언론단체들은 탈락
천영식 이사 “재단 활동에 공직 경험 문제 제기는 부적절”
기자명 금준경, 박서연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입력 2025.06.18 14:06

▲ 고대영 미디어리터러시희망재단 이사장. 미디어리터러시희망재단 유튜브 갈무리.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와 박근혜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주축으로 참여한 미디어리터러시희망재단을 단체지원 사업에 선정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설립했고, 주축으로 참여한 인사들이 강한 정치적 성향을 보이고 있음에도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활동 지원을 받게 됐다. 반면 주요 언론단체들은 지원에서 배제돼 반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11일 미디어리터러시희망재단이 주최하는 ‘언론신뢰 회복을 위한 시민 미디어 리터러시’ 세미나에 1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사업에는 공적 성격의 언론진흥기금이 쓰인다.
언론사 펜앤마이크가 운영하는 미디어리터러시희망재단은 김문수 대선 후보 언론정책고문을 지낸 고대영 전 KBS 사장이 이사장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천영식 펜앤마이크 대표,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미디어의 편향성을 파악하고 허위정보 등을 검증하는 역량을 기르는 미디어리터러시 활동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치권과 연관이 깊은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통상 미디어리터러시 활동은 시민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리터러시희망재단 이사인 천영식 펜앤마이크 대표는 지난 3월8일 펜앤마이크 주최 청년시국 토론회에서 “계엄 이후 2030청년들이 들불처럼 일어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은 암흑세계에 빠졌을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석방 1등 공신은 전한길 선생님”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미디어리터러시희망재단 세미나에서 초청자인 김대호 인하대 교수는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을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얘기된 게 아니라 오피니언 리더들이 계엄령 같은 걸 전파함으로써 안보에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 점”이라며 “가짜뉴스 내용과 범위는 폭넓게 전파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주장과 달리 비상계엄은 현실이 됐다.
민간 재단활동은 자율적으로 이뤄지지만 언론재단이 보수성향이 강한 단체에 지원을 늘리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디어리터러시희망재단은 지난해 4월 설립된 신생단체다. 단체지원 사업은 설립 후 1년이 지난 단체만 지원할 수 있어 조건은 달성했지만 신생단체 지원은 이례적이다. 미디어리터러시희망재단 홈페이지는 2025년 올라온 게시물이 1건도 없다. 지난해 한차례 세미나를 연 이후 공개 행사도 검색되지 않는다.

▲ 대한언론인회 소식지 대한언론. 사진=대한언론인회
언론재단이 올해 두차례 단체지원사업에 선정한 대한언론인회도 강한 정치적 성향을 보인다. 이 단체는 지난 4일 소식지 1면 글 <진짜 ‘내란’은 지금부터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 파면에 성공하자 이제는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재탈취하고 대한민국과 민주헌정을 완전히 끝장내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대한인론인회 총괄부회장이 작성했다.
정작 이번 단체지원사업 공모에 언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대표성을 가진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는 탈락해 심사 기준을 두고 비판이 제기된다.
이들 3단체는 지난 12일 입장을 내고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이후, 특히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 출신의 김효재 이사장이 재단의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유독 방송 현업단체들에 대한 지원이 축소·배제된 점에 주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규모가 작고 정치적 성향이 강한 단체가 지원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선택적 지원, 정파적 편향의 사례”라고 했다.
지난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언론재단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일부 심사위원들의 우려에도 보수성향 단체에 지원을 확대했다. 지난해 단체지원 사업 심사 때 보수단체의 가짜뉴스 시상식 사업과 관련해 한 심사위원은 “신청 단체가 정파성을 띠지 않는지 검증해보고, 가짜뉴스 시상식도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안내해줘야 할 것 같다”고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천영식 펜앤마이크 대표는 “뉴스타파가 함께재단을 운영하는 것과 같다. 뉴스타파 함께재단을 모델로 만들었다”며 “뉴스타파 함께재단도 전 MBC 사장인 김중배씨를 이사장으로 모셨고 우리도 고대영 전 KBS 사장을 모셨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이후 언론재단, 방송기자·PD 지원 축소·배제 우연?
특정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에는 “공직자 생활을 한 건데 공직자는 재단 일을 하면 안 되나”라며 “편향된 잣대로 보시는 것 같다. 공직자 경험을 살려 희망재단이라고 이름을 짓고, 긍정적으로 사업을 하고 싶다. 공직자 생활을 한 게 발목을 잡아야 되는지 모르겠다.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심사 기준과 관련해 “내외부 심사위원의 평가 점수 총합으로 단체를 선정할 뿐, 다른 사유는 없다”며 “조직적 배제는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