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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박스쿨 잠입’ 뉴스타파 인턴기자 “충격이 아닌 장면은 없었다” -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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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7. 10. 23:02
‘리박스쿨 잠입’ 뉴스타파 인턴기자 “충격이 아닌 장면은 없었다”
[인터뷰] 나흘간 댓글공작 현장 잠입 취재한 최혜정 뉴스타파 기자
기자상 수상·정규직 동시에…“尹 탄핵에 계몽됐다 하니 의심 거둬”
기자명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입력 2025.07.09 15:18

▲지난 6월25일 열린 한국기자협회 ‘제417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수상작으로 뉴스타파의 ‘댓글 공작 리박스쿨 잠입’이 선정됐다. 사진제공=최혜정 기자.
지난 5월 말 나흘간 ‘리박스쿨’의 댓글 조작 현장에 잠입했던 뉴스타파 인턴 기자가 7월1일부터 뉴스타파 정규직 기자로 채용됐다. 잠입 취재에 직접 나선 최혜정 기자는 지난달 25일 한국기자협회 ‘제417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뉴스타파가 시작한 ‘리박스쿨’ 보도는 보수 진영의 선거 승리를 위해 여론 조작을 펼쳐온 단체들을 취재한 결과물이다. 지난 21대 대선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 이 사안은 지금까지도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여야 합의로 오는 10일 리박스쿨 사태 청문회를 연다.
나흘 간 직접 ‘리박스쿨’에 잠입한 최혜정 기자는 댓글 조작 행위뿐 아니라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미끼로 댓글 팀원을 모집한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뉴스타파가 오랫동안 극우 시민단체의 실체를 추적해온 취재 위에서 세워진 보도였지만, 현장 잠입 취재가 있었기에 그 파장이 더 커질 수 있었다. 당시 얼굴이 알려진 현업 기자는 잠입 할 수 없었기에 인턴 기자가 이를 맡았다고 한다. 미디어오늘은 취재 일정으로 대면 인터뷰 시간을 잡기 어려웠던 최 기자를 7일 전화와 서면으로 만났다.
최혜정 기자는 1999년 생으로, 원래 연극 연출을 꿈꿨던 그는 대학에서 영자 신문사에서 취재를 하며 기자를 꿈꾸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가 비판 언론에 대한 노골적 탄압을 이어가는 현실을 보고 뉴스타파 리서처에 지원했다.
최 기자는 “지난 12월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등 언론이 협업한 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해서 뉴스타파 리서처에 지원했다. 첫 번째 지원은 떨어졌고 두 번째에 합격했다. 정부가 비판 언론에 대한 노골적 탄압을 이어가는데, 기자 준비생으로서 취업 준비에만 골몰하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져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상 수상에 대해선 “오랜 기간 극우 단체를 추적해온 박종화 PD 덕에 가능했다. 박 PD는 리박스쿨이 종로빌딩에 사무실을 낸 시절의 행적부터 추적, 이들이 ‘트루스 코리아’라는 단체와 댓글 조작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저는 숟가락만 얹은 셈”이라고 했다. 또 “이명선·전혁수·이슬기 기자 등 무모한 일을 저지르고 싶다고 조르는 인턴에게 기회를 주신 뉴스타파 선배와 팀장께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잠입 취재를 위한 장비를 준비를 하며 이 모두가 후원 회원 분들이 어렵게 내어주신 후원금으로 마련한 것들임을 상기했다”며 “회원님들의 후원금이 헛되게 쓰이지 않도록 하루빨리 실력을 쌓아 밥값하는 기자가 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지난 6월25일 열린 한국기자협회 ‘제417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수상작으로 뉴스타파의 ‘댓글 공작 리박스쿨 잠입’이 선정, 최혜정 기자가 상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최혜정 기자.
잠입 위한 면접 때 “서부지법 사태 때 계몽됐다”
최 기자는 지난 5월23일부터 30일까지 여러 차례 리박스쿨 댓글조작팀에 잠입했다. 댓글조작팀 첫 면접부터 개인 정보를 요구받아 즉흥적으로 신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는 실제 정보를 제출해야 했다. 신상에 대한 거짓말을 해명해야 되는 상황에 처해 진땀을 뺐다고 한다.
최 기자는 “댓글 부대원 면접 때 핵심 질문이 ‘왜 애국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느냐’였다. 그때 ‘윤석열 탄핵과 서부지법 사태를 계기로 계몽됐다’고 답변했더니 제게 가지고 있던 의심을 거뒀다”며 “진땀을 뺐던 날은 두 번째 잠입한 날이었다. 첫날 신상을 가짜로 보내줬는데,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따야하는 과정이 있어서 ‘진짜 신상’을 밝혀야 했다. 그때 왜 가짜 신상을 말했냐고 물어서 변명을 해야했다. ‘친구가 서부지법 사태 이후 우파 청년에 대한 감시가 늘었다고 해서 신상을 밝히지 않았다’고 둘러댔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일단 첫 잠입 날, 강의실 네 개 벽면에 걸린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현수막을 본 순간, ‘이곳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했다. 손효숙씨의 사무 공간 한 쪽 벽에 걸린, 윤석열의 12월12일 담화문을 보고도 충격을 받았다”며 “국민의힘 기자회견 직전 열린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학교의 역사 교육이 잘못됐다. 그래서 내가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늘봄 강사를 양성 중이다’라고 말하는 손효숙 대표며,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당시 여당 의원들이며 충격이 아닌 장면은 없었다”고 전했다.

▲5월27일 국민의힘 기자회견 직전 열린 리박스쿨 측과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과의 간담회에 잠입한 최혜정 기자의 모습. (빨간색 동그라미가 최혜정 기자) 사진출처=뉴스타파.
‘SNL 주현영 인턴과 다르네’ 댓글도…청문회, 교육 정책 허점 채우길
최 기자는 리박스쿨 보도에 대해 ‘SNL 주현영 인턴기자와는 다르네’라는 반응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굉장히 신선한 댓글이었다. 물론 저 역시 매우 미숙한 점이 많다. 그러나 주현영 배우가 연기했던 ‘인턴 기자’를 떠올리면서, ‘절대로 그런 모습으로 보이면 안되겠다. 그러다가 그런 스테레오 타입에 갇히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적인 피드백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은, 제가 댓글 공작 부대에 잠입하면서 몇몇 분들의 아이디를 ‘팔로우’(네이버 뉴스에는 댓글을 남긴 이의 아이디를 팔로우하는 기능이 있다) 해놨는데 그 분이 저를 보고 중국인이라든가, 북한에서 온 사람이라는 식의 댓글을 달아놨더라. 그렇게 거짓을 말해야 뒷받침되는 정치적 스탠스를 가지고 계신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리박스쿨 보도로 청문회까지 열리게 된 상황을 두고 최 기자는 “늘봄 학교가 기존 예상보다 앞당겨 시행되면서 교육부의 선발 과정에서 허점이 나타난 건데, 그 틈새를 손효숙 대표가 찾은 것”이라며 “그 틈새를 메꾸는 것이 앞으로 필요한 작업이다. 교육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고, 허점이 잘 메꿔져서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실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