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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없는 업체가 한강버스 수주, 선지급만 210억…오세훈 “감사하겠다” - 한겨레

civ2 2025. 8. 31. 22:36
 
공장 없는 업체가 한강버스 수주, 선지급만 210억…오세훈 “감사하겠다”
6척 수주 가덕중공업, 1년5개월 동안 ‘납품 0’
같은 사양 배 만드는데 비용도 더 높게 책정
장수경 기자 수정 2025-08-31 10:05 등록 2025-08-29 14:44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1월25일 경남 사천시 은성중공업에서 열린 서울 한강버스 진수식 종료 후 한강버스 내부에서 빵을 시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1월25일 경남 사천시 은성중공업에서 열린 서울 한강버스 진수식 종료 후 한강버스 내부에서 빵을 시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추진 중인 한강버스를 만드는 신생업체가 또다시 특혜 의혹에 휘말렸다. 이 업체는 배를 완성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선지급금만 200억원 넘게 챙기고, 인건비와 간접비는 다른 업체의 몇 배로 책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9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332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이영실 의원(더불어민주당·중랑1)은 “한강버스 6척을 수주한 가덕중공업(가덕)은 배를 만들 공장도, 용접기도 없는 회사였다”며 “1년 5개월 동안 단 한 척도 납품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332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이영실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332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이영실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 의원은 “가덕이 처음 제출한 견적은 29억원 수준이었지만, 이후 증액을 거듭해 선박 한 척당 50억원까지 불어났다”며 “결국 배는 한 척도 인도하지 못한 채 210억원을 선지급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가덕과 같은 사양의 선박을 제작한 은성중공업(은성)은 2척을 58억원에 납품했으나, 가덕은 2척에 210억원을 받아 갔다. 가덕은 건조 경험이 없는 신생 기업인 데다, 서울시와 한강버스 건조 계약을 맺은 뒤에야 법인등록을 마쳐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당시 감리보고서엔 ‘가덕이 자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애초 가덕은 한강버스 6척을 만들기로 했으나 건조가 계속 미뤄지자, 결국 서울시는 올해 3월 가덕이 만들던 선박 6척 가운데 4척을 성진 이엔지에 맡겼다. 성진은 선체지급금 92억원을 받았다.
 
이영실 의원이 29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332회 임시회에서 공개한 한강버스 선박 제작업체들의 경비. 서울시의회 영상 갈무리
이영실 의원이 29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332회 임시회에서 공개한 한강버스 선박 제작업체들의 경비. 서울시의회 영상 갈무리
 
이영실 의원이 29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332회 임시회에서 공개한 한강버스 선박 제작업체들의 경비. 서울시의회 영상 갈무리
이영실 의원이 29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332회 임시회에서 공개한 한강버스 선박 제작업체들의 경비. 서울시의회 영상 갈무리
 
가덕은 인건비도 다른 업체보다 눈에 띄게 많이 썼다. 1·2호선을 만든 은성이 18억600만원을 썼는데, 3·4호선을 만드는 중인 가덕은 두 배 이상인 40억4600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가덕은 만들던 배 4척(5~8호선·진척도 30~40%)을 성진에 넘기기 전까지 인건비 37억2800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 공장임대료·업무추진비 등을 포함한 간접비는 은성이 5억5800만원 수준인 것과 달리, 가덕(3·4호선)은 21억6200만원으로 약 4배에 달했다. 이는 은성의 선체 재료비(24억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 의원은 “통상 간접비는 공사 견적의 3~5% 수준인데 가덕이 이토록 간접비를 많이 쓴 것은 비정상”이라며 “똑같은 사양을 만드는 데 가덕의 인건비는 왜 은성의 2배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능력 없는 회사를 선정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업이 늦어져) 실무자들도 중간에 업체를 바꾸고 싶었을 것”이라며 “(업체를) 바꾸면 오히려 기간과 비용이 더 늘어나니 참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는 합리적 판단이라 생각해 용인했다”며 “이 사업이 끝나면 과정 전체에 대해 강력한 감사를 실시해 누구의 책임인지 어떻게 문제 있는 업체가 당시에 선정됐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힐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잠원·옥수·뚝섬·잠실 등 7개 선착장을 오가는 친환경 수상교통으로, 은성이 제작한 2척만 현재 시범 운항 중이다. 당초 지난해 10월 운항을 목표로 했으나, 건조 지연으로 올해 3월, 6월에 이어 9월로 연기됐다. 서울시는 다음 달 18일 첫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