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welfare/newsview?newsid=20141203061504741

현대 정신의학으로 보면 사도세자는 '양극성 장애'
서울아산병원 김창윤 교수팀, 한중록 등 문헌으로 첫 의학적 고증
연합뉴스 | 입력 2014.12.03 06:15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영조의 아들로 뒤주에 갇힌 채 숨을 거둔 사도세자가 현대 정신의학적 관점으로 보면 '양극성 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도세자의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정신의학자가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진단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양극성 장애는 과하게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가라앉는 우울증의 감정 상태가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질환으로, 우울한 증상만 나타내는 우울증과는 다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창윤 교수팀은 사도세자의 언행이 상세히 기록된 한중록 등 문헌을 중심으로 당시의 정신의학적 건강 상태를 진단한 결과, 평상시 우울증과 조증이 반복되는 정신증상에다 기분장애의 가족력까지 배제할 수 없었던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사도세자는 양극성 장애로 판단된다고 3일 밝혔다.

김 교수는 이런 내용의 논문을 '신경정신의학' 최신호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사도세자는 13세(1748년)부터 14세(1749년)까지 우울증상, 불안증상과 함께 환시(일종의 환각 증세)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또 17세(1752년)부터 19세(1754년)까지는 '경계증(잘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으로 불리는 불안증상이 이따금 있었던 것으로 관찰됐다.

20~21세(1755~1756년)에는 우울감, 기분과민성, 흥미 저하, 의욕저하를 보이며 자기관리도 소홀히 하는 등 기분장애로 인한 정신기능 저하가 동반됐고, 자살생각과 함께 실제 자살행동도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도세자가 "아무래도 못살겠다"며 우물에 투신하려 했던 이 시기를 '우울증' 소견으로 진단했다.

특히 21세 때 6~7월에는 처음으로 고양된 기분, 기분과민성, 난폭한 행동이 나타나 조증으로 볼 수 있었는데, 이런 조증은 8월에 다소 호전됐다가 9월에 다시 악화되거나 우울증으로 바뀌는 양상을 보였다.

22세 때 6~9월에는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판단력 저하와 함께 부적절한 행동을 지속한 것은 조증에 해당한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사료에는 이 시기에 사도세자가 특별한 이유없이 내관과 나인 여럿을 죽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런 증상은 23~24세(1758~1759년) 때 잠시 나아졌다가 25~26세에 다시 재발해 폭력적인 행동이 두드러졌고, 부적절한 언행과 강박증상, 피해의식에 따른 환시 등의 정신병적 증상도 의심됐다.

사도세자는 이후 26세 때인 1761년 10월부터 1762년 5월 사망할 때까지 조증과 우울증 증상을 번갈아 보이며 부적절하고 기이한 언행과 폭력적 행동을 반복했던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서 주목할만한 건 이런 사도세자의 정신 이상에 가족력이 관찰됐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 이씨가 기분장애 증상을 겪다 자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고, 영조의 이복형제 중 희빈 장씨의 아들인 경종이 우울증상이나 정신병적 증상을 앓았던 것으로 진단했다. 또 숙종은 정상의 범주 내에서 다소 감정 기복이 있는 성격으로 파악했다.

한중록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정신병적 증상에 들어맞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어 순전히 상상력을 동원해 기술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사도세자의 정신질환에 대해 정신의학적으로 전문적인 검토를 한 적은 없었다"면서 "사도세자에게 망상이나 환각 같은 정신병적 증상이 간혹 동반하기도 했지만 상당기간 지속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으로 볼 때 조현병 등의 정신병적장애보다는 우울증과 조증이 반복 재발하는 양극성 장애가 가장 합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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