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4070600025&sat_menu=A070


[커버스토리 - 이명박이 남긴 그늘]“용산참사 그날 이후 ‘MB, 꼭 나같이만 돼라’ 빌며 살아와”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입력 : 2018.04.07 06:00:02 수정 : 2018.04.07 07:02:34 


ㆍ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 이충연씨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본인의 가게 ‘레아’ 앞에 서 있다. ‘레아’는 용산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 앞에서 이씨와 참사 당시 사망한 아버지 이상림씨가 함께 운영하던 가게 이름이기도 하다. 이준헌 기자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본인의 가게 ‘레아’ 앞에 서 있다. ‘레아’는 용산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 앞에서 이씨와 참사 당시 사망한 아버지 이상림씨가 함께 운영하던 가게 이름이기도 하다. 이준헌 기자


“이명박, 꼭 나같이만 되어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후 열흘 넘게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던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45)의 머릿속에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2009년 1월20일 이 위원장의 아버지 이상림씨는 불이 난 용산 남일당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시신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와 함께 건물 옥상 망루에 올랐던 이 위원장은 크게 다쳤고 화재의 책임을 뒤집어써 4년을 복역했다. 


“그 지옥 같은 시간 속에서 어머님이 그러셨대요. 다른 건 안 바라고 ‘이명박, 꼭 나같이 돼라’고만 마음속으로 빌었대요. 그 말이 절절하게 마음 깊이 박혔어요.” 


[커버스토리 - 이명박이 남긴 그늘]“용산참사 그날 이후 ‘MB, 꼭 나같이만 돼라’ 빌며 살아와”


“참사 이후 아내는 용산을 떠나고 싶어 했지만 제가 용산을 고집했어요. 용산에서는 40년 가까이 살았는데 아는 사람들이 많죠. ‘저 사람은 철거민 투쟁하다 쫄딱 망했어’ 그런 수군거림이 듣기 싫었지만 그래도 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난 2일 저녁 ‘레아’에서 이 위원장을 만났다. 


■ 2009년 1월20일에 멈춰진 시간 


오후 5시 가게 문을 열고 새벽 2시에 문을 닫는 똑같은 일상이 올해로 5년째다. 겉으로는 제자리를 찾은 듯한 생활이지만, 이 위원장의 시간은 2009년 1월20일에 멈춰 있다. 진상규명에 대해 묻자 이 위원장은 수천번은 되새김질했을 그날의 기억들, 의혹들을 수치 하나,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토해냈다. “발화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있어야 해요. 망루 2층에 발전기가 있었어요. 10㎾, 온도가 450도에서 500도까지 올라가요. 망루가 너무 어두워 제가 전구를 켜기 위해 발전기를 켰어요. 재판 때 발전기를 증거보전 신청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온(ON)·오프(OFF)를 확인할 수조차 없게 발전기의 스위치를 분실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위원장은 재판이 철거민들을 유죄로 만들기 위해 짜맞추기식으로 진행됐다고 회고했다. “만약 철거민들에게 무죄가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정권에는 엄청난 타격이었겠죠. 그때 탄핵될 수도 있었을 거예요.”


진상규명이 제자리걸음이다 보니 용산참사 당시 경찰에 진압명령을 내렸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현 국회의원)과 지휘라인의 꼭대기에 있던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도 묻지 못했다. 김 전 청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됐고, 이후 경북 경주시에 출마해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6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참사의 총책임자가 처벌은커녕 승승장구하는 것을 볼 때마다 억울함과 분함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였다. 구속된 이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사유에 용산참사 진압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 


“살인진압을 했던 총책임자로서 추가 기소돼야 한다는 게 희생되신 분들, 유가족분들, 또 용산참사로 상처받으신 분들의 공통 의견이에요.” 


■ 죄책감과 두려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지연될수록 이 위원장의 자책은 커졌다. <두개의 문> <공동정범> 등 용산참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김일란 감독은 이 위원장에 대해 “동지들과 아버지의 죽음에 지나치게 큰 자책을 갖고 있다 보니 되레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방어적인 상태가 되었다”고 말했다.


영화 <공동정범>은 이 위원장과 그날 망루에 올랐다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의 균열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저는 당시 위원장이었고 교도소에 4년 있으면서도 어떻게 진상규명해야 하고 어떻게 싸워야 할지만 생각했어요. 그게 머릿속에 너무 강하게 자리 잡혀 있었어요.” ‘망루에서 불이 났을 때 당황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돌아가신 분들을 먼저 탈출시켰을까’라는 질문이 이 위원장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살아남았다는 자책이 크다 보니 살아남은 사람끼리 나눠야 할 위로에도 인색했다. “안아줄 수 있어야 하는데…. 돌아가신 분들이 있으니까 그분들의 아픔을 크게 생각하면서 다른 동지들의 상처를 보지 못했던 거 같아요. 그런 오해들이 쌓여 사이가 멀어진 시간도 있었죠.”


이 위원장은 용산참사가 이대로 잊혀질까봐 두려워한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는 지난 2일 대검 진상조사단에 조사를 의뢰할 ‘사전 조사’ 대상 5건 중 하나로 용산참사를 선정했다. 선정된 사례는 검찰의 편파·부실 수사와 기소권 남용 등이 의심되는 사건들이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상규명에 진척이 없었기에 검찰의 재조사도 좀처럼 신뢰가 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조사를 기다린다. “뭐라도 남아 있는지 찾아봐줬으면 좋겠어요. 당시 특공대원들의 진술도 받아봤으면 좋겠고요.” 


바라온 대로 진상규명이 되고 책임자 처벌까지 이뤄진다면 이 위원장은 2009년 1월20일의 시간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 “솔직히 상상은 잘 안돼요. 진상규명될 때까지는 돌아가신 분들 앞에서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진상규명되면 마석에 계신 다섯 분 앞에서 펑펑 울고 싶어요. 죄송하다고요.”


4년간 강제집행 7만여건…강제퇴거금지·임대차보호법 모두 ‘제자리’


용산참사 이후 제도개선 


지난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연합예배’에는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조한정 장위7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우식 궁중족발 사장 등이 참석했다. 


서울 성북구 장위7구역은 2005년 서울시 뉴타운 사업구역으로 선정됐다. 이후 재개발에 반대하던 원주민들은 강제집행에 내몰리는 상황에 처해졌다. 서울 서촌의 궁중족발은 건물주의 일방적인 월세 인상으로 장사를 더는 이어갈 수 없게 됐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 했던 이들에게 9년 전 용산참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첫 강제집행이 있었던 지난해 11월 조 위원장은 강제집행을 막을 도리가 없어 칼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같은 달 궁중족발에 들이닥친 강제집행으로 김 사장은 손가락 4개가 절단되는 부상을 입었다. 


■ 강제퇴거금지법, 상가임대차보호법 


용산참사 이후 강제집행을 제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18대 국회에서는 정동영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현 민주평화당)이, 19대 국회에서는 정청래 당시 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폭력을 동원한 강제퇴거를 금지하고 공휴일·겨울철 등에는 퇴거를 시행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한 원주민들이 재개발 시행 전과 같은 수준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원주민들은 재개발 지역에 재정착하지 못하고 시 외곽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 보상액으로는 재개발 바람으로 이미 집값이 올라버린 주변의 집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재개발 지역 원주민 정착률은 통상 10%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발의된 법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18대, 19대 국회에서 모두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한편 서울시에서는 자체적으로 2016년 9월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사업 시행계획 인가요청이 새로 들어올 경우 인가 조건으로 동절기(12월~2월)에 강제철거를 금지하고 인도집행이 이뤄지기 48시간 전에 구청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서울시의 대책안은 이미 정비사업 인가를 받은 구역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에 따르면 지난 4년간 한국에서 이루어진 강제퇴거 강제집행 건수는 7만8000건 정도로 추정된다. 


강제집행 제한과 함께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할 수 있도록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상인들이 자리를 잡아 상권을 형성하면 결국 임대료가 인상돼 원주민, 세입자들은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궁중족발이 대표적인 사례다. 궁중족발은 2009년 서울 서촌에 문을 열었다. 가게를 리모델링하고 손님이 몰리자 2016년 새 건물주는 월 297만원(보증금 3000만원)이었던 월세를 1200만원(보증금 1억원)으로 올렸다. 상가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 청구 기간은 최대 5년밖에 보장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5년만 지나면 집주인이 제한 없이 임대료를 올릴 수 있고 세입자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쫓겨날 수밖에 없다. 영업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에 5년은 너무 짧기 때문에 계약갱신청구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된다. 또 평균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연 9%로 제한한 임대료 상한선 또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국회의원 다주택자 41.5% 


정동영 의원은 지난달 29일 ‘강제퇴거 제한에 대한 특별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지난 1월 폭력적인 강제집행을 막을 수 있도록 강제퇴거금지법의 발의를 예고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다뤄질 예정이다. 이번에는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까.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7년 말 기준 국회의원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국회의원 287명 가운데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41.5%인 11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회의원 74명은 강남3구에 주택을 한 채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용산참사 후 끊임없이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이충연 위원장은 “국회가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강남의 땅값을 떠받들고 있는 게 바로 국회의원들 아닌가. 그들이 부동산이 안정되길 바랄까. 용산참사와 같은 일이 일어나면 솔선수범해서 이들 먼저 집을 팔아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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